일단 보기만 하면 그만?

포털 사이트 홍보 메일, 뛰어난 홍보 전략인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인가?

등록 2004.11.11 23:02수정 2004.11.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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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을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지라 메일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 지나고서 시간이 있을 때 정리해두고 있다. 이번에 지난 며칠간의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메일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양중모님께 영화 시사회 초대권이 배달되었습니다."

메일에 있던 사진입니다. 사이트상 사진도 캡쳐는 해두었습니다.
메일에 있던 사진입니다. 사이트상 사진도 캡쳐는 해두었습니다.양중모

요새 사기성 광고도 많고 해서 으레 그렇듯이 메일 이용자의 클릭 한번을 노린 것이겠거니 하고 지우려다 메일을 보내온 곳의 주소를 보고 잠시 주춤거리게 되었다. 그 메일이 온 곳은 꽤 유명한 포털 사이트였다.

여기서 잠시 갈등을 하였다. 특별히 이 사이트의 영화 시사회 이벤트에 참여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메일이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평상시에 습관적으로 이벤트들에 많이 참여했고, 영화 예매권 등의 상품을 타본 경험도 있었을 뿐더러 보낸 곳 주소가 유명 포털사이트사였기에 별 의심없이 메일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메일 내용은 '무슨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었습니다'가 아닌 일반적인 광고성 메일이었다. 뚫어지게 찾아보다 이런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각 영화섬에 여행 소감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그때서야 난 이 메일이 의도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유명 포털사이트인데 라는 마음으로 메일 중간에 있는 '시사회 가득한 영화섬으로 GO'라는 빨간 버튼을 눌러보았다.


사이트 웹 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면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을 것이라는 자그마한 기대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의 예고편이었다.

난 다시 자세히 뒤져보기 시작했고, 다시 그 웹페이지상에서 또 다시 두 작은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각 영화섬의 여행객이 되시면 추첨을 통해 시사회 초대권을 드립니다.'
'이벤트 진행중 여행 소감을 남기시면 시사회권을 드립니다.'

그제서야 이것이 영화 시사회 초대권 당첨을 알리는 메일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 한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섬에 대한 홍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을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공짜를 좋아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만약 처음부터 섬에서 무엇을 해야 준다라고 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아서라도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시사회 초대권이 배달되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여 나처럼 어리숙한 사람들이 클릭하여 열어보게 하고 그 사이트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말 한마디를 교묘하게 바꾸어 클릭 한 번을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는 이것은 일견 효과적인 홍보 전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치 바보가 된 기분이다.

아주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건 분명히 허위 사실을 상대방에게 진실인것처럼 믿게 한 것이다. 비록 최근 스팸메일이 늘어나고 현명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늘면서 광고메일에 클릭 한번 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는 하더라도 과연 이렇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현명한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포털 사이트를 믿고 사용하는 회원들에게 부정확한 언어 표현으로 오해를 사는 홍보 메일을 보내는 행위 자체를 포털 사이트사에서 스스로 자제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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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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