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입시학원의 '점수'를 통제하라

대학입학점수 둘러싼 논쟁은 그만

등록 2004.11.13 17:50수정 2004.1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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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학원 <2004년 대학별 지원 배치 참고표>. 대학들을 점수와 등급별로 나열해 놓았다.
대학학원 <2004년 대학별 지원 배치 참고표>. 대학들을 점수와 등급별로 나열해 놓았다.대학학원
"못 믿겠다."

불신의 한가운데 대학 입학점수가 있다. 입학점수는 전년도 입시를 분석해 각 대학교가 발표한다. 발표된 점수는 입시학원의 입시배치표에 반영되고, 수험생들은 입시배치표를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한다. 그 결과는 다시 대학 입학점수로 발표된다. 점수를 둘러싸고 대학과 입시학원 그리고 수험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대학 발표가 먼저인지 학원 배치표가 먼저인지 아님 수험생 지원이 먼저인지 점수를 결정짓는 선후관계는 모르겠다.

대부분 사립대는 모집단위별로 입학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약간의 수고만 기울이면 대학들 입학점수 비교가 가능하다. 그러나 간혹 일부 대학의 입학점수가 부풀려졌다는 논란도 뒤따른다. 입학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대학은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대성학원, 종로학원, 중앙교육과 같은 사설입시학원들은 입시배치표에 대학/학과별 지원 가능 점수를 매겨 놓고 있다. 배치표는 대학의 입학점수와 고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다고 일러둔다.

인터넷 동호회 "입학점수 문제 있다"

중앙교육 <2000년 전국대학 모의고사입시배치표>(인문계 일부). 급간과 수능지수로 대학과 학과를 나열했다.
중앙교육 <2000년 전국대학 모의고사입시배치표>(인문계 일부). 급간과 수능지수로 대학과 학과를 나열했다.중앙교육
인터넷에는 대학교와 배치표 점수를 문제 삼는 동호회들이 즐비하다. 다음카페 '훌리건천국', '상위권입시상담소'와 네이버 블로그 '미니쉘'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합격생들이 공개한 점수를 분석해 대학교와 배치표의 점수를 따지고 든다. 대학교가 발표하는 점수와 입시배치표 점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먼저 입시학원 배치표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다. 학원 별로 제시하는 배치기준과 점수가 다를 뿐만 아니라 실제 입학 점수와도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혼란은 고스란히 수험생의 피해로 이어지기에 배치표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2004년 대학입시에서 고려대 영어교육과는 대성학원 312점으로 잡혔지만 아주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14점 이상이 합격했다. 서강대 경제학부는 대성학원 311점 예상에 최종합격선은 313점이었고, 한양대 교육학과는 중앙학원 299점 예상에 최종커트라인은 304점이었다. 반면, 이화여대 경영학부는 종로학원 308점이었는데 295미만까지도 합격했다.


물론 각 학원의 배치표들은 '본 기준점수는 참고 자료일 뿐 각 대학ㆍ학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다'라고 일러두고 있기는 하다. '참고만 하라'고 했으니 배치표 예상이 조금 틀리더라도 입시학원은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 배치표 점수는 참고만 하라?

1986년 중앙일보 <과별 예상합격선과 평균성적 참고하라> 기사. 대학 학과별로 1위부터 100위까지 평균점과 합격선 등급 등을 매겼다.
1986년 중앙일보 <과별 예상합격선과 평균성적 참고하라> 기사. 대학 학과별로 1위부터 100위까지 평균점과 합격선 등급 등을 매겼다.중앙일보
그러나 배치표를 둘러싼 문제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배치표를 기준 삼아 진학지도를 하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배치표 기준 점수 이상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며 학생들과 실랑이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1986년 중앙일보 '과별 예상합격선과 평균 성적 참고하라' 기사는 '수험생들은 보호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며 '85입시 학력고사성적 평균기준 1백 위 학과 및 합격선 그리고 3년간 평균점 순위를 참고'하라며 입시학원인 영재학원의 분석자료를 내놨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와 '참고'는 빠뜨리지 않는다.

배치표의 저평가와 고평가로 인해 선택이 좌우되는 문제. 배치표 점수로 대학이 서열화되는 악순환. 대학과 학원의 점수 띄우기 의혹. 다양한 입학 전형을 단순 점수 비교로 나열하는 문제.

'훌리건천국'의 '여고생구출작전'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기자와 메일 인터뷰에서 "대학이 발표하는 입학점수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은 교육부에서 감사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교육부에서 일괄적으로 발표하게 해야지 대학 자체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는 사설학원의 배치표 및 입시사이트에 기재되어 부풀려(?) 발표한 대학이 과대평가되고 그 경쟁대학은 과소평가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는 "서열화가 점수로 매겨지기 때문에 대학들도 배치표의 점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문(銘文), 마음에 새겨야 할 학문에 대한 희망

대학의 입학점수는 올바로 공개해야 한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경쟁에서 낙오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다. 경쟁원리에 따라 대학 서비스는 수요자에 맞춰져야 한다. 수요자는 당연히 수험생이다. 수험생을 위해 올바로 정보를 공개하고 제공해야 한다.

입시학원의 배치표도 달라져야 한다. 학력고사 시절과 달리 수능은 대학 별로 입학 전형도 다르고 점수 산출 방법도 복잡하다. 대학마다 학생부ㆍ수능ㆍ논술ㆍ면접과 같은 전형요소 별로 다르게 반영되는 비율을 입시배치표 한 장에 모두 나타낼 수는 없다.

대학(大學). 큰 학문을 위해 최고의 지성이 모인 곳. 그 곳을 향해 오늘도 수많은 수험생들이 새벽을 밝힌다. 명문대(名聞大). 세상의 평판이나 명성을 얻은 대학. 명문대는 1~2점으로, 한 두 문제로 서열을 매겨서는 안 된다. 명문(銘文). 마음에 새겨야 할 문구는 점수가 아니라 큰 학문에 대한 희망이다.

대성학원 <2003년 입시기준표>(정시모집 가군 일부). 학생부/수능/논순/면접외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등 다양한 정보를 한장의 배치표에 나타냈다.
대성학원 <2003년 입시기준표>(정시모집 가군 일부). 학생부/수능/논순/면접외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등 다양한 정보를 한장의 배치표에 나타냈다.대성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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