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중앙일보 <과별 예상합격선과 평균성적 참고하라> 기사. 대학 학과별로 1위부터 100위까지 평균점과 합격선 등급 등을 매겼다.중앙일보
그러나 배치표를 둘러싼 문제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배치표를 기준 삼아 진학지도를 하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배치표 기준 점수 이상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며 학생들과 실랑이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1986년 중앙일보 '과별 예상합격선과 평균 성적 참고하라' 기사는 '수험생들은 보호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며 '85입시 학력고사성적 평균기준 1백 위 학과 및 합격선 그리고 3년간 평균점 순위를 참고'하라며 입시학원인 영재학원의 분석자료를 내놨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와 '참고'는 빠뜨리지 않는다.
배치표의 저평가와 고평가로 인해 선택이 좌우되는 문제. 배치표 점수로 대학이 서열화되는 악순환. 대학과 학원의 점수 띄우기 의혹. 다양한 입학 전형을 단순 점수 비교로 나열하는 문제.
'훌리건천국'의 '여고생구출작전'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기자와 메일 인터뷰에서 "대학이 발표하는 입학점수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은 교육부에서 감사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교육부에서 일괄적으로 발표하게 해야지 대학 자체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는 사설학원의 배치표 및 입시사이트에 기재되어 부풀려(?) 발표한 대학이 과대평가되고 그 경쟁대학은 과소평가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는 "서열화가 점수로 매겨지기 때문에 대학들도 배치표의 점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문(銘文), 마음에 새겨야 할 학문에 대한 희망
대학의 입학점수는 올바로 공개해야 한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경쟁에서 낙오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다. 경쟁원리에 따라 대학 서비스는 수요자에 맞춰져야 한다. 수요자는 당연히 수험생이다. 수험생을 위해 올바로 정보를 공개하고 제공해야 한다.
입시학원의 배치표도 달라져야 한다. 학력고사 시절과 달리 수능은 대학 별로 입학 전형도 다르고 점수 산출 방법도 복잡하다. 대학마다 학생부ㆍ수능ㆍ논술ㆍ면접과 같은 전형요소 별로 다르게 반영되는 비율을 입시배치표 한 장에 모두 나타낼 수는 없다.
대학(大學). 큰 학문을 위해 최고의 지성이 모인 곳. 그 곳을 향해 오늘도 수많은 수험생들이 새벽을 밝힌다. 명문대(名聞大). 세상의 평판이나 명성을 얻은 대학. 명문대는 1~2점으로, 한 두 문제로 서열을 매겨서는 안 된다. 명문(銘文). 마음에 새겨야 할 문구는 점수가 아니라 큰 학문에 대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