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의 '전자법정' 주장 눈길

한국정보법학회 기고글에서 법정난동 등 불합리한 재래법정 문제점 지적

등록 2004.11.15 19:37수정 2004.11.1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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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사법정보화와 디지털 산업기반이 세계적 수준임에도 우리 법원은 원시적인 방법의 '재래법정'에 머물고 있다"며 "시급히 첨단 전자법정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민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판검사, 변호사, 학자 등으로 구성된 정보법학 분야 학술단체인 '한국정보법학회'의 전문가 칼럼에 기고한 '전자법정의 개화를 기다리며'라는 글에서 "미국은 전자법정으로 빛을 발하는데, 우리의 법정은 성범죄 피해자의 영상 증언 정도의 수준에 머무른 걸음마 단계"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강 부장판사는 기고글에서 "첨단 전자법정이 재래법정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법정 내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 주는 만능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지만, 우리 법원이 시범적으로나마 첨단 전자법정 체제를 도입해 각종 업무개선과 사법의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원 내부에 상존하는 불합리한 재래법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강 부장판사는 "공소장의 범죄사실과 민사사건에서 증인신문 사항을 이중으로 법원에서 속기사가 타자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사건에서 현장 사진이나 피해현황 등에 대한 법정에서 프레젠테이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의 현장검증조서, 진단서 등에만 의존하여 재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격지에 있는 증인이 자신의 주거지 인근 법정에 출두해 화상으로 증언할 수 있는데도 시간적·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멀리 떨어진 법정에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하거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피의자가 관할 법원까지 반드시 출석해야만 하는 관계로 수사인력이나 차량 호송작업에 투입되는 비능률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 부장판사는 "법관이 법정에서 즉시 판례나 법령 기타 참고 자료를 검색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법정에서 피고인이 관련 사건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기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할 때 즉석에서 확인이 불가능한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형사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에 막가는 피고인들이 재판부를 향해 욕설이나 협박을 하고, 법정소란이나 난동을 피우는데도 그 현상을 영상으로 채록하지 목하고 그때마다 재판장 혼자 힘으로 힘겹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 같은 재래법정의 불합리한 현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첨단 전자법정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각급 법원별로 시범 법정을 선정해 무선 LAN 장비를 이용해 법관석 앞에 노트북을 설치, 사법 DB망과 접속시켜 각종 재판, 법률 관련 정보를 법정에서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법정에 대형 화면 TV와 스크린, 고감도 마이크, 녹화장비 등도 설치하고,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원격영상재판 장비도 법정에 본격적으로 설치해 각급 법원 법정끼리 화상으로 쌍방향 통신이 가능토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판사는 "정보화 시대와 대량소송 사태에 처해 있는 법원업무에 있어 전자법정 문제는 선택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과목의 문제"라며 "우리 법원이 종합법률정보, 등기전산화 등 법률 DB 구축과 송무사무 전산화 구축 등에 머무르고 있는 사이 선진국은 저만치 전자법정 시대를 앞서 가면서 경비와 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전자법정을 구현하면 법원의 법정 내 업무의 혁명적인 변화로 법원 업무체계나 흐름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바뀐다"면서 "종국적으로 전자법정은 현재의 정적이고 따분한 법정 분위기를 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법정으로 변화시킬 것이고, 이에 따라 국민의 사법신뢰도는 획기적으로 증대돼 모든 분쟁의 조기해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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