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시죠? 사랑합니다!

속옷 가게 아줌마 네티즌 후원을 보며

등록 2004.11.19 23:14수정 2004.11.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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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힘드시지요? 이제는 묻기도 민망합니다. 그런데도 국무총리는 국내 경기를 인위적으로 살리지 않겠다고 하네요. 현 정부가 인기를 얻자고 경기를 억지로 살리면 그 후유증을 다음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는 국민들 고통이 지금보다 더 커진다는 거지요. 그러니 요즘 불경기는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이 어려움이 끝날 때가 있으려나 싶습니다.

며칠 전 인터넷 신문에 한 아줌마가 자기 처지를 글로 써서 올렸습니다. 속옷 가게를 하는데 가스비를 못내 가스가 끊겼다고 합니다. 전기료, 전화 요금도 밀렸지요. 사진으로 보니 물건을 살 돈이 없어 가게 선반이 여기저기 비었습니다. 죽고 싶은 생각도 여러 번 들었을 것 같더군요.

우리에게 좋았던 시절이 있었을까요? 20대에 결혼하고 허리띠 졸라가며 적금 붓고, 30대에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40대에도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고 좋은 시절을 다 보냅니다. 50대~60대에 들어서도 먹고사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느 때고 돈을 쉽게 벌 수 있었던 때는 없었습니다. 부모가 해주는 밥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가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때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매일 힘들게 사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농경 사회를 버리고 60~70년대에 들어 산업 사회를 선택하면서 숙명적으로 더 바빠졌지요. 가진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농경 사회 때보다 더 열심히 움직여야 살 수 있었지요. 그런 속에서 우리 부모들도 그렇게 우리를 키웠습니다.

그 속옷 가게 아줌마가 희망을 놓지 않는 것도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집안이 어려워도 아이들이 부모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제 몫을 합니다. 부부가 힘을 모아 이 어려운 고비만 넘기면 잘 살 날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결국 사람이란 머슴으로 태어나도 희망이 있으면 열심히 살게 마련이며, 귀족으로 태어나도 희망이 없으면 사는 것이 겉보기와는 달리 모두 고통일 뿐입니다.


우리에겐 광주 항쟁처럼 무장 군인이 한밤중에 총칼 들고 들어오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매일 치르는 절박함이 그런 무지막지한 상황이 아니라면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이 어려울수록 가족들이 뭉치고 이웃을 격려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불경기 때문에 우리 가족과 사회가 힘든 것이지, 우리 가족과 사회 때문에 불경기가 온 것은 아니지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공연히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힘든 사람들끼리는 같이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되어야 하며, 새 기운을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마른 수건도 더욱 비틀어 짠다는 심정으로 다가올 내일을 벼르며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그 속옷 가게 아줌마에게 힘내라고 네티즌들이 500만원을 후원해 주었습니다. 이 사회는 정말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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