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흐르는' 로밍서비스, 알고 쓰십니까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 분투기 36]

등록 2004.11.24 10:53수정 2004.11.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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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이동통신 해외로밍서비스는 사기입니다."


이런 노골적인 제목의 출처는 최근 다녀왔던 중국 상해 항주 소주 여행기 연재 기사에 달렸던 어느 댓글이다.

내용인 즉 중국으로 출장 가는 길에 L사의 휴대전화 해외로밍서비스, 더 정확히 말한다면 휴대전화 임대서비스를 신청했는데 17일간 이용 요금이 무려 218만2180원이 나왔다는 것. 그처럼 많이 부가된 요금 내역을 보면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장문의 댓글이었다.

댓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로밍서비스의 요금체계를 잘 알지 못하고 신청해서 무심코 국내 휴대전화처럼 사용하다 나중에 청구된 과중한 요금을 보고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요금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로밍서비스의 작동원리부터 알아보았다.

수신만 해도 요금이 부과되는 해외 로밍서비스

a S사 로밍서비스 안내페이지

S사 로밍서비스 안내페이지

로밍(roaming)은 '걸어다니다', '돌아다니다'라는 뜻으로 로밍서비스는 '현재 내가 소유한 번호 내지는 단말기로 세계 어느 곳을 걸어다녀도 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현재 로밍서비스 실태는 동일 CDMA권역으로 나갈 경우에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 그대로 해당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동 로밍서비스로까지 발전한 상태다.


로밍서비스의 발달단계를 살펴보면 초기 단말기와 번호를 모두 빌리는 임대전화서부터, 빌린 휴대전화에 기본가입자정보와 가입되어 있는 이동통신업체의 시스템정보, 가입자의 주소가 저장된 손톱만한 크기의 SIM(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카드를 넣어 사용하는 반자동로밍서비스, 자동로밍서비스 순으로 발전해 왔다.

반자동 로밍서비스는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자신의 SIM카드를 항상 지니는 것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자신이 가입한 서비스업체에서 빌려 쓰므로 번호만 내 번호를 쓸 수 있다는 것외에 작동 원리는 임대전화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본격적인 로밍서비스라 부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그러나 반자동 로밍서비스와 달리 자신의 휴대전화와 번호로 외국에서 통화가 가능한 자동로밍서비스는 외국이 우리나라와 동일 주파수와 동일 통신방식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휴대전화와 전화번호로 전화통화가 가능하다.

만약 동일통신방식이라 하더라도 주파수가 다를 경우 자동 로밍서비스가 가능하려면 휴대폰 송신과 수신시 서로 주파수가 다른 세계 각국의 주파수를 한 단말기에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듀얼 밴드(Dual Band)방식의 휴대폰을 소지해야 한다.

또, 주파수가 같아도 CDMA나 GSM같은 이동통신시스템이 다른 지역이라면 두 시스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듀얼모드(Dual Mode) 휴대전화를 소지해야만 자동로밍이 가능하다.

정리하면 현재 주파수와 통신시스템이 모두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자동로밍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듀얼밴드와 듀얼모드가 동시에 적용가능한 휴대전화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휴대전화는 시장성이 낮다보니 제조하기에는 좀 문제가 많다. 이처럼 자동로밍서비스는 해당국가와 지역에 따라 여러 조건이 맞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의 국제로밍서비스는 일부지역(미국, 중국, 일본)에 자동로밍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S사와 K사 외에는 거의 반자동로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반자동 로밍서비스냐 자동로밍서비스냐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으므로 먼저 로밍서비스를 신청할 때 서비스 방식이 반자동 로밍인지 자동로밍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a L사 로밍서비스 안내페이지

L사 로밍서비스 안내페이지

반자동 로밍서비스는 카드를 내장해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원리는 다른 나라에서 휴대전화를 임대하여 사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는 그 국가의 이동서비스 요금에 1일 임대료 명목의 기본료와 사용료, 국내에서 내 번호로 통화할 경우 수신할 수 있게끔 만드는 착신료 그리고 서비스 이용에 따른 특정 수수료율을 합쳐 부과한다.

따라서 통화료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는 해당 서비스번호(00700 등등)의 국제통화료가 부과되며 외국내에서 통화할 경우 외국의 국내 통화료,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외국의 통신서비스 요금체계가 수신료를 받는 체제이면 국제통화 수신료가 부과되고 수신료를 받지 않는 체제라면 착신요금과 정산수수료만 부과된다.

이 내용을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23일 S사로 전화를 걸어 로밍서비스 이용요금에 대해 문의해보았다.

상담원 C와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만약 내가 일본에서 임대로밍서비스(반자동로밍서비스)를 신청했을 경우 마침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1통 걸려왔다고 가정한다면 나에게는 1일 임대료 2000원+자동착신료(분당 390원)+정산수수료 25%를 합친 금액이 부과된다.

a S사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자동로밍서비스요금표

S사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자동로밍서비스요금표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달리 수신자와 발신자에게 모두 통화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므로 만약 임대로밍서비스를 신청하면 1일 임대료+국제전화요금 수신료+착신료+정산수수료를 합해 요금을 부과하므로 부담이 늘어난다. 따라서 이 때는 임대로밍서비스보다는 자동로밍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이 요금체계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나서 작정하고 원가에 대해 꼬치 꼬치 캐묻지 않는 이상 잘 알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는 다시 같은 날 L사의 로밍서비스 안내를 받아본 결과 잘 알 수 있었다. 상담원은 글로벌 로밍서비스를 신청해 국내에서 친구가 내 휴대전화로 전화했을 경우 무조건 나에게 일일기본료 2000원과 해당 국가별로 정해진 수신료, 예를 들어 중국은 분당 1080원(자사 고객일 경우), 일본은 분당 866원(자사 고객일 경우)이 부과된다고 한다.

원가에 대해 꼬치 꼬치 캐묻지 않는 이상 보통 그 정도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L사는 100% 임대로밍서비스(반자동로밍서비스)이니 비록 S사처럼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지만 S사의 요금체계로 미루어볼 때 똑같은 수신료라고 해도 중국과 일본이 요금차이가 나는 경우는 아마 국제통화수신료와 착신료의 차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반자동 로밍이 아닌 자동로밍의 경우 요금 부과방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자동로밍은 임대전화가 아니므로 가입시 가입료나 일 이용료가 없는 대신 통화료에 국제전화요금 단가가 적용된다. 즉, 국내에서 전화를 건 친구의 전화를 외국에서 수신할 때 친구에게는 국내전화요금이 부과되는 대신 수신자인 나에게 해외망 사용에 따른 '현지 통화료'와 '한국→해외까지의 국제 통화요금'이 붙는다는 것.

S사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 C와 상담한 결과 자동로밍서비스를 신청하여 중국에서 한국에 있는 친구 전화 1통화를 받았다면 부가세 포함해서 1분당 1360원 정도 수신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이 수신료의 원가는 1분당 현지통화료 3.51위안과 분당 국제통화료(00700기준) 858원을 합한 금액이다.

결국 로밍서비스를 신청하게 되면 그 서비스방식이 자동 로밍이든 반자동로밍이든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싸고 비싸고 하는 요금 차이가 약간은 날 수 있지만 태생적으로 결국 로밍서비스 신청만 해도 기본적으로 과중한 요금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A가 해외출장기간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로밍서비스 신청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로밍서비스기간 중 A가 해외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B가 평상시처럼 A에게 전화를 걸고 A가 그 전화를 해외에서 받았을 때나 심지어 요즘 심심치 않게 걸려오는 광고전화 같은 것을 수신했을 때, 자동로밍서비스라면 모두 발신자의 해외통화료까지 부담하게 되고 반자동로밍서비스의 경우는 착신료에 서비스료를 부담하게 되는 어이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통신사에서는 로밍 기간 중 발신자에게 국제전화임을 알리는 음성알림 서비스나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서비스 또한 가입하려면 별도 요금이 부과되니 이래도 돈, 저래도 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22일 당일까지만 해도 각 이동통신사들은 자체 홈페이지에서조차 복잡한 로밍서비스 요금체계에 관해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L사의 경우 국가별로 수신 발신 요금이 모두 부과된다는 내용과 착신전환(국내 휴대전화 번호 그대로 해외에서 수신)시, 해외 사업자가 부과하는 요금 이외에 한국에서 해당 국가로 건 국제전화요금이 수신자에게 부과된다는 내용의 매우 간단한 몇 줄만을 명기했다.

이는 S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요금표 밑에 "수신시에는 해외망 사용에 따른 '현지 통화료'와 '한국→해외까지의 국제통화요금'이 더해집니다.(국제통화 요율은 00700 기준임)"라는 단 한 줄 유의사항만 성의 없이 명기되어 있을 뿐, 왜 국내 통화시 부가되지 않는 수신요금이 로밍서비스시 부가되는지, 수신요금의 원가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이 부족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22일 당일만 해도 로밍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원가내역이 나와 있지 않았던 S사 홈페이지에 자동로밍서비스 수신료에 대한 원가내역이 23일 늦게서야 부랴부랴 비교적 자세하게 명시됐다.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과연 수신료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그처럼 자세하게 원가를 일일이 명시했을까 하는 의문이 아직도 남는다.

정이 흐르는 로밍서비스! 돈이 흐르는 로밍서비스?

해외로 나갈 때 평상시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와 전화통화가 가능한 로밍서비스.

그 편리함이 지닌 매력이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로밍서비스 이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로밍서비스의 원리를 알고 나니 단지 눈으로 보는 편리함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하듯 하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칠 판이었다.

이밖에도 국제로밍서비스는 외화유출(?)에도 한 몫 담당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 와서 자동로밍서비스를 이용하면 우리나라 통신망을 이용하는 인바운드(in-bound)라서 우리통신업체가 이득을 보지만 우리가 외국에 나갈 때 휴대전화 국제자동로밍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통신망을 이용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이므로 약간의 수수료 내지는 국내에서 해외로 거는 해외통화료 수익만 얻게 되는 국내통신업계보다 해외 통신사의 배만 불려주는 요금체계라는 것.

a L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글로벌로밍 요금표

L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글로벌로밍 요금표

결국 가족간의 정이 흐르는 휴대전화를 만들려면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이쯤되면 정이 흐를수록 돈도 함께 흐르는 휴대전화라는 새로운 별칭이 붙을 지경이 아닌가?

세상이 점점 디지털화 될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디지털 세상에 꼭 맞는 똑똑하고 꼼꼼한 소비자를 원하고 있다. 디지털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똑똑하지 않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 눈 뜨고 제 코를 베이는 듯한 참담한 심정을 느끼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비단 휴대전화 해외로밍서비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서비스에는 편리한 만큼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가 부과되기 마련이며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그 이면에 숨어있는 대가는 비싸기 마련인데도 지금 우리 주위에 넘쳐나는 각종 디지털 관련 광고들은 이러한 상식을 애써 외면한 채 서비스의 편리함만을 부각하며 유행에 민감한 이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오늘도 TV 광고에는 잘 생긴 남자배우가 애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주며 "영화 맘대로 봐"하고 호기를 부리는 모습 위로 "1달 이용요금으로 무제한이용"이라는 솔깃한 자막이 지나가고 있다.

그 광고를 보며 문득 광고 속 멋진 이미지에 열광하는 청소년 중 1달 이용요금으로 무제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외에도 '패킷당 데이터 전송료'라는 또 다른 요금이 부가된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광고 자체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고도 상술이라지만 홍보 이전에 해당 서비스의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히 고지하는 정직한 상도덕을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리한 생각일까.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을 잘 다루고 이용하는 것만이 현명한 디지털형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디지털을 아무리 잘 다룬다고 해도 본인이 다루고 있는 디지털의 원리나 요금부과체계조차 자세히 알지 못한 채 단지 멋있고 편리해 보인다는 생각에 남용한 후 뒤늦게 날아오는 과도한 요금청구서를 보고 후회한다면 디지털형 인간일 수는 있지만 현명한 디지털형 인간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분명 디지털은 그 디지털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따라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되기도 하고 애물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결국 현명한 디지털 이용자가 되려면 아날로그 시절보다 더 꼼꼼해야 하고 더 똑똑해져야만 하니 이래저래 지금 세상은 나와 같은 아날로그형 인간들에게 편리한 세상이기보다는 더욱 똑똑해지길 강요하고 있는 스트레스 권하는 세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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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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