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묵묵부답'... K교수 "생사람 잡고 있다"

[김민수 교수 사건] 최순영 의원 문서조작 의혹제기에 함구

등록 2004.11.25 17:25수정 2004.11.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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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며 지난 9월부터 서울대 본관앞에서 시작한 김민수 교수의 천막생활이 4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며 지난 9월부터 서울대 본관앞에서 시작한 김민수 교수의 천막생활이 400일을 훌쩍 넘어섰다.오마이뉴스 권우성

23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김민수 전 서울대 미대 교수의 재임용 탈락문제와 관련해 대학측이 공문서 위조 등 조직적 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서울대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 전 교수 재임용 3차 심사 때 '학외 인사'로 참가해 김 교수에게 재임용 탈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K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없는데도 생사람을 잡고 있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재판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또 지난 98년 8월 31일 재임용에서 탈락된 뒤 6년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민수 전 교수는 "국민감사 청구를 통해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밝혀 김 전 교수 건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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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법원에 제출한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이 서류 하단부 날짜 25일이 26일로 고쳐졌다고 최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대가 법원에 제출한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이 서류 하단부 날짜 25일이 26일로 고쳐졌다고 최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최순영 의원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김 전 교수에 대한 3차 재임용 심사는 지난 98년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는데 두 명의 학내·외 심사위원은 김 교수의 논문 '21세기 한국디자인 교육의 대전제(97. 12. 미술교육논총)'에 대해 합격점인 '우'로 평가했다. 반면 K 교수는 '미'로 평가해 재임용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 K 교수는 김 교수 재임용 문제로 말썽이 일던 98년 8월 25일 당일 서울대 미대 산업디자인과(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임용돼 현재도 재직중이다.

김 교수는 98년 재임용 심사에서 서울대 기준(200%)보다 4배(800%) 가량 많은 저서(1편)와 논문(7편)의 연구실적물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저서와 논문은 권위 있는 학술단체와 학술지에서 공인한 것들로, 이중 2편의 실적물은 서울대 재임용 심사기준을 충분한 것으로 학계에서 평가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연구실적물 평가미달'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최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K 교수가 심사위원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심사위원 명단제출을 요청했다.


서울대 명단제출 거부... 필적 감정결과 "K 교수와 심사위원 동일 인물"

그러나 정 총장이 심사위원들의 권익보호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하자 K 교수의 임용 당시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 쓴 자필과 김 전 교수에 대한 3차 '연구실적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필체를 입수해 한국과 일본 등 3곳의 필적감정기관에 동일인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왼쪽(증1호)은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필적, 오른쪽(증2호)은 K 교수의 이력서의 필적이다.
왼쪽(증1호)은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필적, 오른쪽(증2호)은 K 교수의 이력서의 필적이다.최순영 의원실
최 의원은 지난 23일 필적감정 결과 "중앙인영필적감정원과 서울인영필적감정원 등 두 곳은 '유사필적', 일본 근대경영연구소는 '동일필적'이라는 감정 결과로 나타났다"며 서울대가 '연구실적 심사보고서'를 고치는 등 공문서까지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특히 서울대가 K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실적 심사보고서'의 심사 일자 8월 '25일'을 '26일'로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가로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 측은 24일 "학외인사라고 주장한 K 교수가 25일 임용된 학내인사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25일을 26일로 고친 것 같다"며 "심사일자 위조는 물론 심사위원이 K 교수가 아닌 제3의 인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의원측의 의혹제기에 대해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별 다른 대응없이 당초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의혹 증폭과 함께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명없는 서울대... K 교수 "생사람 잡고 있다" 반발

정 총장은 지난달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가 친일행적이 있는 선배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을 못 받았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그런 증거는 없으며 총장 선거 때 김 교수의 복직을 약속한 적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 빨리 판결이 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 총장의 이같은 처신에 대해 최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측은 회원인 정 총장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린 바 있다. 민교협은 지난 22일 열린 집행부회의에서 총장 선거 당시 약속한 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정 총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서울대 총장실 비서실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명단을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 커 비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법정에서 심사위원 명단을 제한적으로 공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학외인사'로 재임용 심사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K 교수는 2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없는데도 생사람을 잡고 있다,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필적감정원이) 마음대로 필적감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명단공개를 통해 사실여부를 가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대학본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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