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 없는 오스트리아?

'바이나흐텐'으로 벌써 들뜬 비엔나

등록 2004.11.30 08:52수정 2004.12.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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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 즉 바이나흐텐 크리스트킨들마켓에 모인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는 비엔나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 즉 바이나흐텐 크리스트킨들마켓에 모인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는 비엔나 시청 앞배을선
겨울이 성큼 찾아왔다. 어느새 12월이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그나마 무색하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시청 앞에는 이미 2주 전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더니 며칠 전부터는 시내중심가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쁘게 걸렸다.

비너 크리스트킨들마켓이란? 바로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마켓
비너 크리스트킨들마켓이란? 바로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마켓배을선
쇼윈도의 마네킹들은 모두 빨간색 옷으로 갈아입었고, 슈퍼마켓의 전단지는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 재료를 할인해 파느라 저마다 경쟁이 심하다.

백화점과 상점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팔기 위해 소액할인 상품권을 VIP 고객들에게 전송하며, 심지어 서점들마저 크리스마스 쿠키와 음식을 잘 만들 수 있는 비법이 담긴 요리책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가을이 춥고 우울하다며 바깥외출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이 기온이 훨씬 떨어진 겨울에는 더 적극적인 나들이를 즐기는 것이다. 두꺼운 외투와 부츠를 신은 사람들은 이른 크리스마스 쇼핑을 즐기고 길거리에 모여 서서 뜨거운 알코올음료수인 푼치(Punsch)를 마신다.

오스트리아의 겨울 음료수, 푼치
오스트리아의 겨울 음료수, 푼치배을선
푼치는 설탕을 넣은 과일차에 레몬과 럼주를 넣은 것으로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겨울 음료수다. 오죽 유명하면 알코올이 강한 럼주를 뺀 아동용 푼치(Kinderpunsch)까지 함께 팔리고 있다. 거리거리에서 따뜻한 푼치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한국의 뜨거운 '오뎅' 국물이 당연지사 그리워진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건만, 오스트리아에는 '크리스마스'도 '산타클로스'도 없다. 이 곳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바이나흐텐(Weihnachten)으로, 산타클로스는 바이나흐트만(Weichnachtmann)으로 각각 불린다.

일본에서는 ‘구리수마수’, 한국에서는 ‘성탄절’, 프랑스에서는 ‘노엘’이라고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에는 좀 더 독특한 바이나흐텐 이야깃거리가 있다.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장식용 초와 등불 등이 예쁘다.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장식용 초와 등불 등이 예쁘다.배을선
오스트리아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은 사람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절대로 굴뚝을 타지 않는다. 바이나흐트만이라고 불리는 빨간 복장의 선물꾸러미 아저씨는 단지 백화점이나 상가, 거리거리에서 선물을 나눠주는 분위기맨에 불과하다.

이 곳에서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성인과 못된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악마가 따로 존재한다. 카톨릭 주교의 이름에서 온 니콜라우스(Nikolaus)는 한해 동안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만 찾아오며, 크람푸스(Krampus)라는 악마는 행실이 고약했던 아이들에게 찾아온다.

니콜라우스와 크람푸스, 참 대조되는 모습이다.
니콜라우스와 크람푸스, 참 대조되는 모습이다..at
오스트리아의 부모들은 니콜라우스, 또는 크람푸스의 모습이 그려진 빨간 봉투를 사서 온갖 달콤한 초콜릿과 사탕 등을 가득 채운다. 니콜라우스는 성인의 모습 그대로지만 크람푸스는 악마의 모습을 하고 꼬리가 달렸으며 한쪽 다리만 말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어쨌든 착한 아이나 못된 아이나 달콤한 군것질을 원없이 즐길 수 있다.

강림절 장식화환인 아드벤트크란즈... 크리스마스 4주전부터 매주마다 초에 불을 붙인다.
강림절 장식화환인 아드벤트크란즈... 크리스마스 4주전부터 매주마다 초에 불을 붙인다.배을선
물론 크리스마스의 의미인 아기예수의 탄생은 이 곳에서도 똑같이 받아들여진다. 다만 이 곳에서 아기예수는 크리스트킨드(Christkind)로 불릴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바이나흐텐마켓은 ‘크리스킨들 마켓’으로 불린다.

아드벤트(Advent), 즉 크리스마스 전의 4주간인 강림절이 시작되었다. 오스트리아의 각 가정은 초 4개로 장식된 강림절 장식화환(Adventkranz)과 강림절 기간동안 아이들이 24개의 창을 매일 하나씩 열어 초콜릿 등을 먹을 수 있는 강림절 달력(Adventkalendar)을 준비하는 것으로 12월을 활짝 맞이한다.

벌써 첫 번째 강림절 초에 불이 붙었다. 이제 곧 캐럴이 울려 퍼질 것이다.

예쁜 장식물들이 마켓에서 팔리고 있다.
예쁜 장식물들이 마켓에서 팔리고 있다.배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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