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무산, ‘열린우리당 책임론’ 확산 조짐

"수도이전 위해 열린우리당 힘 실어줘야" 반발도 있어

등록 2004.12.01 09:59수정 2004.12.01 18:57
0
원고료로 응원
a 30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수도 사수 촛불집회가 6일째를 맞고 있다.

30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수도 사수 촛불집회가 6일째를 맞고 있다. ⓒ 강우영

신행정수도 이전 무산에 대한 비판이 열린우리당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헌재의 위헌 판결 직후 연기·공주 지역민들은 당초 헌법재판소와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비난의 대상이 열린우리당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헌재의 위헌 판결 직후 열린 연기군 남면 농민회 집회(10월 24일)에서는 특별법 위헌 판결을 내린 헌재와 이 판결을 보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던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날 집회는 연기군에서 열린 첫 시위로 지역민 200여명이 참석해 삭발과 화형식, 혈서 등을 쓰며 헌재와 한나라당의 책임론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또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수도이전을 줄곧 반대해 왔던 일부 보수 언론의 구독거부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이들에 대한 책임과 함께 ‘대안 부재’로 인한 정부와 여당의 비난전이 가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연기군 지역대표들은 대전과 천안, 연기·공주 등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의 행보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행정수도가 재추진 될 수 있도록 수장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30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성기운 군 의원(서면)은 “수도이전이 무산될 경우 모든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있다”며 수도이전 무산의 원죄를 정부와 여당으로 몰아갔다.

김한식 군 의원(소정면)은 “이명박 서울시장은 수도이전을 무산시키기 위해 관제데모까지 했는데 도대체 대전, 천안, 공주·연기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은 뭐하고 있느냐”면서 “관제데모는 못하더라도 당장 탈당해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a 6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대위 황순덕 대표와 이진희 기획위원장.

6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대위 황순덕 대표와 이진희 기획위원장. ⓒ 강우영

이러한 주민대표들의 분노는 지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조치원읍 광장에서 열린 연기군 1만인 결의대회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오시덕 열린우리당 의원이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려 하자, 비상대책위 황순덕(전동면 군 의원) 대표가 “당신들은 연설할 자격이 없다”며 연설을 막아 대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연기군청에서 열린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에서는 권선택(대전 중구), 박상돈(천안), 오시덕(공주·연기) 의원들이 예정시간보다 1시간여 늦게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지역대표들이 이들의 무성의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국회의원들이 왔지만 수도이전을 반드시 재추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지역민의 시름을 달래주는 진심어린 말조차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같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발 기류는 지역대표들이 몇 가지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우선 정보통신 분야의 초강대국이라는 우리 정부가 헌재의 위헌 판결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만약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판결을 막았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지역대표들은 특히 위헌 판결이 난 직후, 정부가 이에 대한 후속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 달 정도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수도이전 특별법이 야당의 주장대로 급조된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교부 장관의 입을 통해 수도이전 백지화 발언이 제기되자, 정부 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수도이전 특별법이 아니라 ‘따로 국밥법’이 아니냐는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 황순덕 상임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수도이전 특별법을 만들 당시 이 같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지금 연기, 공주 지역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에 대해 불신의 깊이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발은 행정수도 이전을 반드시 재추진하겠다는 연기군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회 특위 구성이 무산되고 정부의 대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여당의 대안론 부재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정부와 여당에 대한 책임론으로 불거지고 있다.

"수도이전 위해 정부, 여당에 힘 실어줘야"
김춘배 비상대책위 대외협력위원장 인터뷰

▲ 김춘배 비상대책위 대외협력위원장
-당초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책임이 헌재와 한나라당, 조선·동아로 이어졌는데 최근 들어 열린우리당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수도이전 무산이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위헌 판결을 내린 곳이고 한나라당은 수도이전을 줄 곳 반대해 왔던 세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면서 정부와 여당의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보니 이러한 분노가 열린우리당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수도이전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후속대책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정부와 여당은 후속대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기득권 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정치권 전반에 걸쳐 또 한 번의 정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수도이전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시간 미뤄질 경우 지역민의 시름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어디에서부터 해결점을 찾아야 하나.
“수도이전의 핵심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수도가 연기·공주 지역으로 오는 것뿐이다. 이는 우리 지역민만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학계, 일반 시민 등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라면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많은 국민이 수도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조치원역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는데.
“공주·연기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멀리 금산, 논산 등지에서도 참석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하나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추진하라는 것이다.

-지역민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
“그걸 어떻게 다 말로 설명할 수 있겠나. 농지를 늘리기 위해 받은 대출은 만기가 다가오고,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농민은 언제 땅이 차압당할지 몰라 근심걱정으로 밤이 새는 줄도 모른다. 한 농민은 자신이 아끼는 경운기에 시너를 붓고 불을 질렀다. 농민이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게다가 쌀시장 개방이 임박되면서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엄습해 우리 농민들은 지금 벼랑 끝에 서있는 형국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부와 여당이 수도이전 재추진에 대한 명백한 의사를 지역민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진정으로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수도이전 재추진을 위한 특위 구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수도이전을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 강우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