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노위, 사용자 대변" 공정성 도마 올라

민노총 근로자위원들 피켓시위...지노위 "사용자 편들기는 억측"

등록 2004.12.06 21:46수정 2004.12.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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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북지노위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려고 하자 지노위 직원들이 피켓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경북지노위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려고 하자 지노위 직원들이 피켓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우리 입장도 좀 알아주세요. 할 말 있으면 법테두리에서 해야죠."
"최소한의 의사 표현도 못합니까. 우리가 업무방해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6일 오후 2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대구 신천동 소재·이하 경북지노위) 사무실 앞에서 지노위 소속 직원들과 지노위 소속 근로자위원간의 실랑이가 빚어졌다.

근로자위원 2명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지노위의 판정과 조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나타나자 경북지노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한 것. 가벼운 실랑이는 양측간 언쟁으로 끝이났고, 근로자위원들은 경북지노위 사무실 앞 복도에 주저앉은 채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경북지노위 공정성 잃었다"...근로자위원들 피켓시위

이날 근로자위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인 이유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노사간 마찰의 '시비'를 가리는 '경북지노위의 판결이 공정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 빌미가 됐다.

피켓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추천의 이철수 근로자위원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경북지노위의 노동사건 판정이 사용자측에 기운 판결이 대다수"라면서 "지노위가 노사간 양측의 시비를 공정하게 판결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추천의 근로자위원들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지난해 경북지노위의 심판사건 노동자 승소율(인정률)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노위의 심판결과 부당해고 등에 관한 판정 및 구제명령으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31.6%로 전국 평균 48%에 못 미친다.

특히 이 자료에 나타난 부당노동행위 판정 및 구제명령 사건의 경우 심판결과는 전체 24건 중 단 한 건도 노동자쪽이 승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인정률은 17.9%이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추천의 근로자위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지난 9월 6일 대구지하철 노조원들에 대한 공사측의 '부당직위해제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과 관련한 경북지노위의 판결이다.

대구지하철 사건 이후 노동계, 경북지노위 불신 높아져

a 경북지노위 조정회의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추천 이철수(오른쪽)·홍주표 근로자위원.

경북지노위 조정회의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추천 이철수(오른쪽)·홍주표 근로자위원.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자 공사측은 지난해 노조의 파업을 이유로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에 대한 직위해제 조처를 취했다. 반면 노조측은 "지난해 파업 타결 당시 공사측이 파업과 관련한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공사측이 합의를 무시한채 부당한 징계를 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당시 구제신청을 논의한 경북지노위는 대구지하철 노조원들의 구제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경북지노위는 노사간 협상 타결로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하더라도 실정법을 위반한 사안까지 보호받지는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대구지하철노조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경북지노위의 판결은 노사간 합의를 존중하는 기존 판례의 정형화된 경향마저 무시한 처사"라며 "노사 자율적인 합의를 부정한 채 일방적인 사용자 편을 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심판과정에 참여했던 이철수 근로자위원도 "경북지노위의 판결은 전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 판결"이라면서 "노사간 합의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노사 협상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자율적인 대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9월부터 민주노총 추천으로 경북지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근로자위원 9명은 지노위 불참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지노위 "일방적 사용자 편들기는 억측"

이러한 민주노총 추천의 근로자위원들의 반발에 대해 경북지노위 김종근 심판과장은 "대구지하철 사건 판결이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라는 것은 억측"이라면서 "사용자추천 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게 내려진 판정"이라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또 경북지노위의 저조한 인정률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판결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국적인 평균 인정률로 따지기는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중노위 재심 결과에서도 또다시 기각이 결정되면 노사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보고 노동위원회 폐지 등 강도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하단 박스기사 참조)

지노위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청구와 관련해 "9월 중순 재심신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심판기일도 잡지 않고 있다"면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피켓시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높아만 가는 지노위 '불신'...노동법원 대체 탄력받나

지방노동위원회는 노사간 빚어지는 각종 현안을 다루기 때문에 그 판결의 공정성은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지노위의 공정성에 적지않은 의혹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노동계 내부에서는 지노위(노동위원회) 폐지와 '노동법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경북지노위에 대한 근로자위원들의 반발은 이를 반영하는 것.

민주노총 추천의 이철수 근로자위원은 "지노위의 판결은 노동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판결에 있어서도 신중성과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중대사안의 경우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문제삼고 있는 노동위원회 제도의 문제점은 노사 양측의 위원들이 참여한 심문회의에 이어 사실상 최종판정을 결정하는 심판회의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

심문회의에서 노동계에 유리한 판결이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되더라도 실제 위원장과 공익위원들만이 참여하는 심판회의 결과는 사측의 유리한 판결로 끝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철수 근로자위원은 "노조가 아무리 많은 자료와 근거를 심문회의에서 제시하고 설득력을 가져도 결국은 심판회의에서 반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판회의 자체가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폐쇄적이라는 것이 지노위의 판정을 불신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지방노동위원장이 거의 모든 사건에 참여하면서 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각종 심판사건이 노동자나 사용자 한편으로 기울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북지노위 관계자는 "심판회의의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조나 사용자가 추천하는 공익위원들이 공정하게 판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이 높아질수록 노동위원회의 폐지과 노동법원 설립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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