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바꾸자' 영상제작 교육 작품발표회

<흡년> <날뫼터 공부방을...> <아양교 보도교> 등 상영

등록 2004.12.13 17:43수정 2004.12.1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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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바꾸자' 영상제작교육을 마치고
'TV를 바꾸자' 영상제작교육을 마치고허미옥
지난 10일(금) 대구문화산업지원센터 6층 소극장에서는 'TV를 바꾸자'- 퍼블릭 액세스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 영상제작교육(이하 'TV를 바꾸자' 교육) 작품발표회가 열렸다.

퍼블릭엑세스는 시청자가 매체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활동과 그러한 활동을 보장하는 구조를 가리키는 말로 대구지역에서는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강좌가 실시했다. 때문인지 '작품발표회'에 대한 관계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수강생들이 조별로 나누어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 4편이 상영됐고, 참석자 전체가 공동으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흡년>, 남녀를 떠나 누구라도 흡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전체 출품작 중 가장 많은 박수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은 남효주(청소년 문화아케이드 '우주인')·남상연(여성해방연대) 수강생의 작품 <흡년>(14분 50초).

'담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집단적 최면 상태를 지적, 흡연권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이 작품은 ▲ 담배를 피는 다양한 여성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 광장 또는 개방된 거리에서 여성이 담배를 피울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모의 실험 ▲ 재미있는 CF 등으로 구성됐다.

4박 5일 동안 합숙을 했고, 교육 기간 내내 공간만 마련되면 치열한 토론으로 작품 구상을 했던 남효주·남상현씨. "흡연자라면 누구나 '피고 싶을 때, 피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필 수 있는 '흡연권'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청중들은 제작자에게 여성영화제 출품 등을 요구했고, 작품발표회에 참석했던 미디액트 강사는 "다른 지역 영상제작 교육에 상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

<날뫼터 공부방을 소개합니다> 가장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 영상


작품발표회에 함께 했던 수강생과 청중들
작품발표회에 함께 했던 수강생과 청중들허미옥
김건영(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대경영상패)·서보경(말퇴터 공부방 교사)가 공동으로 제작, 출품한 작품 <날뫼터 공부방을 소개합니다>(6분 40초). 청중들은 "가장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빈곤 지역 비산동에서 터를 잡은 지 13년째 되는 날뫼터 공부방과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서보경씨는 "쪽방에 계신 분들에게 반찬을 나누고, 천성산 룡뇽이(도룡뇽) 살리기 운동 등에 동참하면서 아이들은 커가고 있다"고 밝혔다.

<30분의 전쟁> 생산직 노동자의 점심 시간을 그린 ‘영상시‘

한편 생산직 노동자의 30분 점심 시간을 현장감 있게 표현한 <30분의 전쟁>(정준효,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영상패. 4분)에 대해 미디액트 오정훈 실장은 "하나의 영상시"라고 표현했다.

오 실장은 "인터뷰나 자막, 연출 없이, 30분 짧은 점심 시간 동안 생산직 노동자의 삶을 잘 표현했다"라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약간의 수정만 더해진다면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작품은 보통 노동자들의 점심 시간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점심 시간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각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식사를 하기 위해 뛰어서 식당으로 향하고, 채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급하게 식사를 끝내고 오후 햇살 아래 담배를 피거나, 신문 읽기, 커피와 함께 담소 등의 시간을 가지는 모습이 그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노동자 두명의 '장기게임'. 짧은 시간 내에 한 게임을 끝내야 되기 때문에 장기알을 옮기는 그들의 손길은 정말 빨랐다.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청중들은 '절묘한 묘사'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 세례를 쏟아 부었다.

이 작품을 제작한 정준효씨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위염 발생율이 높다고 한다"라며 "아마도 급한 식사도 주요원인일 것 같다. 이 영상을 조합원들에게 보여 주면서 교육의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양교 보도교>, 이동권 확보를 위한 원성필씨의 도전

'TV를 바꾸자' 영상제작교육. 수강생들은 다양한 주제들을 제시했다. (교육 장면: 조석순애 강사)
'TV를 바꾸자' 영상제작교육. 수강생들은 다양한 주제들을 제시했다. (교육 장면: 조석순애 강사)허미옥
마지막으로 상영된 작품은 시사 보도적 성격이 강한 <아양교 보도교- 이동권 확보를 위한 원성필씨의 도전>. (김영숙 (참여연대 주민자치팀장)·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7분 30초).

본 기자가 공동제작에 참가한 <아양교 보도교>는 2003년 U대회때 14억 예산을 들여 아양교에 조성한 조형물과 조명공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평평한 아양교 다리 위에 아치형 보도교를 건설하는 데 4억여원이 소요되었지만, 그 결과 아양교 다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아양교 바로 근처에 있는 장애인 학교 학생들에게 ‘차도로 다니면서 목숨을 건 등하교길‘을 제공했다는 것이 만든이의 주장이다.

결국 장애인 원성필씨가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게 됐다. 영상에서는 국가인권위에서 시정 권고안을 받은 동구청, 동구의회의 움직임, 시민단체의 활동 등을 간략하게 묘사했다.

"예산낭비, 이동권 확보, 공무원 의식개혁 등 많은 문제 의식이 짧은 시간에 담겨져 있어서 제작자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는 오 실장은 "주제 하나를 입체적으로 부각시킨다면 좀 더 시민들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TV를 바꾸자' 교육은 지난 10월 15일부터 시작, 영상미디어센터 Mediact와 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 눈'이 공동주최했다. 출품된 모든 작품은 마스터 테이프로 제작, 상영을 원하는 모든 단체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노동자의 눈 이경희씨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대구에서 취약한 퍼블릭 액세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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