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T "미래 '먹을거리' 마련 고민 깊어간다"

[분석] 2004년 최고 성과 올린 LG텔레콤에 남겨진 과제

등록 2004.12.21 19:32수정 2004.12.22 11:27
0
원고료로 응원
LG텔레콤 홈페이지
LG텔레콤 홈페이지
LG텔레콤에 있어서 2004년은 그 어느해 보다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한해로 평가된다. 번호이동시차제라는 호기를 맞아 자립생존의 마지노선 이었던 600만명 가입자를 돌파했고 시장점유율도 16.5%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2월말만 해도 가입자 수가 483만명에 머물다 11개월만에 120여만명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600만명 돌파 이후 LG텔레콤은 향후 투자 재원 조달 및 SK텔레콤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마케팅 공세에 당당히 대응할 수 있게됐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LG텔레콤이 주변의 예상을 깨고 목표시점보다 1개월 앞서 가입자 600만명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뱅킹 서비스 '뱅크온'의 선전과 경쟁사와 차별화된 MP3폰이 일등 공신 역할을 한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뱅크온은 지금까지 150만명 가입자를 모아 돌풍을 일으켰다. 음원단체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무료 MP3파일의 재생제한 조치를 하지 않은 MP3폰은 40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물론 여기에는 2004년 한해동안 LG텔레콤 가입자들의 발을 묶어 놓고 SK텔레콤과 KTF 가입자를 자유롭게 빼올 수 있었던 번호이동시차제가 기본 바탕이 됐다.

LG텔레콤은 이제 새로운 목표로 가입자 750만명(시장점유율 18%)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적, 정책적으로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750만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텔레콤의 새로운 목표 가입자 750만명

기업이 새로운 성장 목표를 향해 다시 뛰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앞으로 LG텔레콤이 넘어야할 산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는 번호이동제도가 LG텔레콤에게도 확대 적용되는 등 시장환경이 크게 바뀌게 된다. 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목표로 후발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순으로 번호이동제 적용에 시차를 둬왔는데 이제 그 문호를 3사 가입자 모두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해가 밝으면 그동안 가입자를 빼앗겨 오기만 했던 SK텔레콤과 KTF의 대반격도 예상된다. 또 굳이 경쟁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지 않더라도 1년동안 번호이동을 기다려온 상당수 대기수요자들의 자발적 이탈도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LG텔레콤의 가입자 600만명 달성은 '한달천하'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LG텔레콤은 600만명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저렴한 요금제와 이달 초 개시한 뮤직온(MusicOn)에서의 무제한 MP3파일 내려받기와 뱅크온 서비스 등에 주력해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용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보조금 지급 금지 등 시장에서 공정한 룰만 지켜진다면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가입자 지키기는 물론 확대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남용 사장의 자신감 "공정한 룰만 지켜진다면..."

남용 LG텔레콤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남소연
그러나 SK텔레콤과 KTF도 파상적인 가입자 뺏기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LG텔레콤의 대기 수요자들을 겨냥해 신형 단말기 출시, 무선인터넷 콘텐츠 강화, 서비스 다양화 등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LG텔레콤이 저렴한 요금을 앞세우고 있지만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CID)의 경우 LG텔레콤만 2000원으로 경쟁사에 비해 1000원 비싸다. LG텔레콤은 CID 요금이 비싸더라도 전체적인 요금은 더 저렴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전체 요금과는 별도로 LG텔레콤 가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LG텔레콤은 아직 CID 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안된다며 당분간은 2000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 가입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또 가입자 1인당 매출액(ARPU)을 높이는 것도 가입자 확대 못지 않게 LG텔레콤에게 시급한 과제다. LG텔레콤의 가입자당 매출액은 2만9972원으로 SK텔레콤 3만8746원, KTF 3만2056원에 비해 떨어진다. 경쟁사에 비해 가입자당 매출액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량고객이 적다는 얘기다.

물론 LG텔레콤의 가입자당 매출액이 작은 것은 경쟁사에 비해 통화요금이 싼 것도 원인이 되지만, 무선데이터 매출이 작은 것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음성통화 매출의 경우 성장이 크게 둔화돼 하락세를 보이는 상태다. 때문에 SK텔레콤과 KTF는 네이트와 매직엔이라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화상통화가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WCDMA)의 중간단계인 '준'(June)과 '핌'(Fimm)이라는 무선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앞세워 벨소리와 동영상, 게임 등 무선데이터 매출 비중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3세대 서비스(WCDMA)에 투자를 하지 않아 '이지아이'라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내놓은 것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현재 각 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무선데이터 매출 비중은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20%까지 크게 늘었고 KTF도 11.2%에 달하는 등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LG텔레콤은 5%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서비스 투자 앞서나가는 경쟁사, LG텔레콤의 대응은?

향후 이동통신 서비스의 진화에 따라 무선데이터 매출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을 감안하면,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투자 부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LG텔레콤에 남겨진 큰 과제중 하나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비록 3세대 서비스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제공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로도 충분히 경쟁사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향후 무선망 개방을 계기로 무선인터넷에도 정액요금제가 도입되고 유선 인터넷처럼 요금 부담이 없어진다면 속도와 콘텐츠 용량 등 서비스 다양성에서 앞선 3세대 서비스의 폭발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3세대를 뛰어넘어 4세대 서비스로 바로 가겠다는 LG텔레콤은 오는 2010년경 4세대 시대가 개막될 때까지 2세대 무선인터넷으로 버텨야한다.

남용 사장은 "3세대 서비스인 WCDMA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화상전화 외에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올 것이 없다"고 말해 LG텔레콤이 사업권을 따낸 3세대 서비스인 동기식 IMT-2000에는 당분간 투자하지 않는다는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대신 LG텔레콤은 이러한 약점을 내년 상반기 중 서비스가 시작되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뱅크온과 뮤직온 등 다양한 결합 서비스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 마련 고민 깊어가는 LG텔레콤

그러나 지상파DMB는 보편적 서비스로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불확실하고 LG텔레콤의 경우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사업권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신청하지 않았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타 업체가 구축한 망을 빌려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SK텔레콤과 KTF의 경우 WCDMA나 위성DMB,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등 차세대 서비스 투자에 있어 일부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다는 점만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들은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이동통신서비스에 와이브로, DMB 서비스 등을 결합해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텔레콤의 경우 3세대 서비스 및 차세대 서비스 투자에 있어 경쟁업체에 뒤지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최고의 성과를 낸 LG텔레콤. 그만큼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도 깊어가는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