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도움으로 유진이 장례 치르기로

[호소] 이틀간 160만원 모금... 아버지 김씨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

등록 2004.12.29 19:05수정 2004.12.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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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용우씨와 아내 이인화씨는 29일 딸이 누워 있는 영안실을 찾았지만 딱히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용우씨와 아내 이인화씨는 29일 딸이 누워 있는 영안실을 찾았지만 딱히 방법을 찾지 못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온정의 손길 속속... 내년 초 장례 치르기로
<오마이뉴스> 독자들 150만원 모아.. 전액 유족에게 전달 예정

[기사 대체 : 31일 오후 3시]

유진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되자 함께 아픔을 나누고 온정의 손길을 나누려는 마음들이 모아지고 있다. 유진이 장례는 내년 1월 2일 치를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유진이 돕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2500만원의 남은 병원비를 모금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ID 'Ben'은 좋은기사원고료를 유진이 부모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오마이뉴스>에 제안했고 <오마이뉴스>는 'Ben'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였다.

31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좋은기사 원고료 올려주기'에는 169명이 동참, 150만원이 모였다. <오마이뉴스>는 독자가 보내온 좋은 기사 원고료 전액을 유진이 부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독자의견을 통해 눈시울을 적시는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다섯 살 딸이 있다고 밝힌 ID 'jacoup'운 30일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 지... 적지만 도움을 보냈습니다.", ID 'dslim71'은 유족 계좌로 3만원을 보냈다고 밝히면서 "이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크리스찬으로서 항상 부끄럽고 답답하다"고 밝히며 아픔에 동참했다.

특히 ID '양배추팬'은 31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쪽지에서 "유진이를 생각하니 너무 맘이 아파요. 유진이를 빨리 편하게 보내주세요. 그리고 남아있는 병원비도 우리가 해요. 힘을 모으면 될 것 같은데..."라고 남은 병원비 2500만원을 모금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ID '봄바람'은 31일 좋은 기사 원고료주기에 1만원을 보태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유진이에게 보냈다.

"너를 지켜본 너의 부모닝의 가슴인들 얼마나 아리겠느냐. 너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지 못한 이 시대의 아비들을 용서하여다오. 그리고 너의 아픔을 달래어 주지 못한 이 시대의 어른들을 용서하여다오. 부디 하늘나라에 가서는 편안하게 지내다오"

김씨는 31일 오후 3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요일(1월 2일) 하루 동안 빈소를 차리기로 했다"며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장례에 도움될 수 있도록 독자들이 보내온 성금은 31일 유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네살배기 어린 딸을 잃고도 거액의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던 장애인 아버지가 병원의 도움으로 병원비의 일부를 내고 아이의 시신은 겨우 찾게됐으나 이번에 다시 장례비를 마련치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용우(38·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씨는 네 살배기 작은딸 유진이에게 올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못했다. 지난 5개월 동안 투병 중이던 유진이가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오후 3시경 하늘나라로 훌쩍 떠났기 때문이다.

유진이는 지난 6월 언니(초등1년)와 목욕을 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김씨는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장난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잦은 병치레를 했던 유진이는 그렇게 쓰러진 뒤 원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각종 병마와 싸워야 했다.

아기 천사처럼 귀여운 유진이는 솔방울처럼 큰 눈을 가졌다. 그 큰 눈망울은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으며 할아버지는 유진이를 통해 노년의 기쁨을 누렸다. 병동에서도 귀여움을 흠뻑 받았다. 병원 생활 5개월동안 의사와 간호사들은 '왕눈이', '양배추'라고 부르며 유진이를 귀여워 했다.

그런 유진이가 네 살배기로서 감당하기 힘든 각종 약물과 치료에 시달리느라 웃음도 잃은 채 앙상하게 마르기 시작했고 끝내 눈을 감았다. 가족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들도 어린 천사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연대 세브란스 병원측이 '폐렴', '장출혈', '원인불명열', '패혈증', '만성육아종', '뇌출혈', '뇌경색' 등의 각종 병명으로 진단했다"며 "수입한 비싼 약을 써봐도 유진이는 나아질 기색 없이 8주 동안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유진이는 4년밖에 안 되는 부모와의 짧은 인연을 뒤로 한 채 눈을 감았다.

밀린 병원비 3천만원, "유진이를 저 곳에서 꺼내야 하는데..."


a 김씨의 딸 '유진'이가 누워 있는 안치실 입구

김씨의 딸 '유진'이가 누워 있는 안치실 입구 ⓒ 오마이뉴스 조호진

유진이의 영혼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김씨 부부는 딸을 떠나 보내지 못했다. 밀린 병원비 3천만원 가량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 사정해서 안치실에 누워 있는 딸을 한 차례 본 김씨의 부인 이인화(33)씨는 "유진이를 저 곳에서 꺼내야 하는데, 꺼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동대문시장 좌판에서 옷 장사를 하다 IMF 경제불황으로 인해 밑천을 날린 뒤 빚마저 졌다. 경기도 부천의 집을 경매로 넘긴 뒤에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13평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김씨 부부와 부모님, 동생과 큰딸 등 모두 여섯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사업실패와 손녀의 투병생활로 인한 충격으로 두 달 전에 가출하는 등 우환이 겹치고 있다.

지체장애 4급인 김씨는 택시운전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월급이 없는 임시운전사인 그가 사납금을 맞춘 뒤에 집에 가져가는 수입은 고작 하루 2만∼3만원이기 때문에 생계조차 넉넉치 않은 형편이다. 3천만원 가량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 28일 딸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사연을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실에 띄웠다.

김씨는 호소의 글에서 "크리스마스에 천금같은 자식을 하늘나라에 떠나보내고 찢기는 고통으로 밤새 몸부림치고 있다"며 "제 딸아이는 오늘이 발인인데도 아직 어두운 영안실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누워 있다"고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막막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또한 "꽃 피우지도 못하고 4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난 제 자식을 편히 떠나보내고 싶다"며 "오늘도 새벽부터 빈소도 없는 영안실 앞에서 자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실신해 있는 아내의 얼굴에서 근심과 걱정을 거둬주었으면 좋겠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영안실 주변 서성이다 돌아오는 아내... 콩팥이라도 팔고 싶습니다"

a 병원 입원 당시의 유진이. 의사, 간호원들은 유진이를 '왕눈이'라고 부르며 귀여워했다.

병원 입원 당시의 유진이. 의사, 간호원들은 유진이를 '왕눈이'라고 부르며 귀여워했다.

"지금은 당장 병원비를 갚을 수 없지만 열심히 일해서 꼭 갚겠습니다. 유진이를 떠나보내지 못해 영안실 주변을 서성이다가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러다 아내마저 몸져 누울까봐 걱정입니다. 아이의 장례를 빨리 치르고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콩팥이라도 팔고 싶습니다."

김씨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김씨의 아내 이씨는 "유진이가 뇌사 상태에 들어가기 전인 11월 중순경 집에서 병원으로 가는 도중 아이가 엄마를 찾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며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유진이가 '엄마 어디 갔다 왔어. 엄마 보고 싶었어'라며 와락 껴안았는데 그게 마지막 어리광이었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가난 때문에 딸을 잃은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29일 이날도 영안실을 찾은 이씨. 영안실 주변을 서성이던 이씨는 "유진이가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났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부모가 아니라 죄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대 세브란스병원 측은 김씨 부부의 딱한 처지를 접했지만 병원운영의 원칙 때문에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종록 원무팀장은 "처음부터 어려움을 호소했다면 병원 자체 내에 있는 사회사업팀에 도움을 주선했을 텐데 김씨 부부가 어려운 처지라는 것은 병원비 체납문제로 최근에 알게 됐다"며 "김씨 부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좋은 방법이 있는 지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실은 이날 "김씨는 '의료급여 특례1종'을 적용해 병원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급해왔는데 워낙 고가의 치료여서 치료비가 많이 나온 경우"라며 "장관실에서는 사정의 심각함을 알고 여러 조치를 취했으며 병원 측이 3천만원 가운데 500만원을 지급받고 나머지는 분납하는 방식으로 해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딱한 사연이 복지부와 언론에 알려지면서 세브란스병원 측은 유진이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김씨는 30일 "유진이의 장례를 대비해 빚낸 500만원을 병원비로 일단 내면 장례비가 없어 어떻게 장례를 치를지 모르겠다"고 막막해 했다. 갚아야 할 병원비 2500만원 또한 김씨 부부에게는 힘겨운 짐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어서 사회의 온정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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