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어민들 이야기 계속 전달하겠습니다"

바다의 끝, 육지의 시작...해남 갈두 땅끝탑에서

등록 2004.12.31 12:25수정 2004.12.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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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에 사람들이 북적거릴 것이다. 북적거림을 피해 하루 앞서 찾은 갈두마을. 벌써 서울·경기·경남·부산 차량들이 보이는 것이 일대의 숙박시설은 모두 예약이 되었을 성 싶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갖은 추억과 사연을 안고 찾을 것이다.

a 해남 갈두 마을 포구

해남 갈두 마을 포구 ⓒ 김준

땅끝. 그곳을 많은 사람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 분명 바다의 시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반대로 바다의 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육지의 시작이 갈두마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바다를 보다’를 연재하면서 ‘바다의 눈’으로 바다를 보고 싶었다. 권력·자본·도시·개발·남성 등 ‘육지의 눈’에 포로가 되어 글을 쓰면서도 ‘바다의 눈’을 갖지 못했던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어민들’이 모두 ‘바다의 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섬과 바다를 다니면서 어민들 스스로 ‘육지의 눈’을 갖기를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다를 ‘바다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도 ‘어민’이다.

a 땅끝탑

땅끝탑 ⓒ 김준


a 땅끝 알림표지석

땅끝 알림표지석 ⓒ 김준

바닷가를 여행할 때는 어민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음식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먹는다. 다른 말로 하면 맛은 혀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징이라는 것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것은 이제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정도로 익숙하다.

도시인들이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가까운 바다를 찾는다.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앞바다, 동해고속도로 개통으로 가까워진 동해바다에 이어 서해고속도로 개통으로 충남 바다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장소로 바다가 선호하는 장소로 꼽힌다. 휴가철이면 체험형 관광으로 갯벌과 바다를 찾는다. 그리고 최근 바다와 산 그리고 농촌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는 곳이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고 있다.

a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 ⓒ 김준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일까. 나에게 심사할 기회를 준다면 포구에 있는 고기 잡는 통발이나 그물을 보고 어민들의 고기 잡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면 별표를 세 개 정도는 줄 수 있다. 만약 무슨 고기를 잡을까 상상할 수 있다면 별표 네 개쯤 줄 것이다. 오늘은 물때가 좋은가 나쁜가를 상상할 수 있다면 별표 다섯 개쯤 얻을 것이다. 물때가 좋다면 당연히 그물이 육지에 있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다를 대하는 지혜는 그곳에 사는 어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여행은 ‘차이’를 배우는 최고의 배움터다. 여행에서 이색적인 것을 찾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간혹 여행을 갈 때, 특히 해외여행을 할 때,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김치를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 음식이 맞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여행에서 가장 큰 ‘차이’는 음식이다. 음식을 이해하면 그 지역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들을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a 서해 고군산군도로 지는 해(2004.1)

서해 고군산군도로 지는 해(2004.1) ⓒ 김준

우리의 갯벌과 바다도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그곳에 사는 어민들의 삶은 매우 다양하다. 이제 그들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았다. 어민들을 귀찮게 하는 일이지만 2005년에도 그들의 삶의 보따리를 ‘육지인’들에게 더 많이 풀어놓을 생각이다. 그것이 바다와 어민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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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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