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견 10분 듣는다고? 놀러왔나"

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 연기-공주 현지방문에 주민들 '쓴소리'

등록 2005.01.06 17:46수정 2005.01.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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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및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6일 오후 신행정수도 예정지 였던 충남 연기-공주를 방문 했으나 주민들로 부터 '주민의견을 외면한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및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6일 오후 신행정수도 예정지 였던 충남 연기-공주를 방문 했으나 주민들로 부터 '주민의견을 외면한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장재완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였던 연기-공주를 방문하면서 주민 의견청취 계획을 반영하지 않아 지역주민들로부터 “구경 왔냐”는 쓴소리를 들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및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6일 오후 신행정수도 후보지였던 충남 연기-공주 일원을 방문, 현지시찰 활동을 펼쳤다.

국회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충남도청에서 ‘충청권의견수렴을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충청권 3개 시-도지사의 의견을 짧게 듣는 데 그쳤다. 이 자리에는 충청권 시도지사 외에도 연기군수와 공주 시장을 비롯 의회 의장,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했으나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특위 위원들은 도청에서 점심식사 후 이날 오후 연기 신행정수도이전예정지였던 현장방문을 계획했으나 현장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남면 양화리와 월산공단, 장기면 등을 둘러보고 오후 3시 40분에 서울로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놓았다.

일정대로 위원들은 오후 2시께 첫 방문지인 연기 금남초등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플래카드와 피켓을 든 주민 500여명이 ‘신행정수도의 원안 추진’을 외치고 있었다.

현장설명을 듣고 이후 일정을 위해 떠나려는 특위 위원들에게 황순덕 신행정수도지속추진 연기군비상대책위원회 상임대표가 나서 “현지에 왔으니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부탁해 특위 위원들은 일정에 없던 현장 주민 의견청취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주민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무엇하러 왔나”며 불만을 터트렸다.


주민 김지훈(연기군 조치원읍 신흥리)씨는 “현지조사를 한다고 와서는 기관에서 설명하는 얘기만 듣고 그냥 가버릴 거면 뭐하러 왔는지 모르겠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결정하고 위헌결정 내고 하던 것과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 위원들이 충남 연기군 금남면 금남초등학교에 방문하자 지역주민 500여명이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 위원들이 충남 연기군 금남면 금남초등학교에 방문하자 지역주민 500여명이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장재완
연기군 남면 종촌리 김모씨도 “500여명이 모여서 큰 소리를 내며 억지를 써야 겨우 10분 내주고는, 주민의견을 듣는게 아니라 자기네 홍보성 이야기만 떠들고 간다”며 “고향까지 내놓으며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특위위원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원종 남면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주민 의견 청취에는 관심도 없는 특위 위원들은 놀러왔나 보다”며 “또 한번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속는 셈치고 주민들 앞에서 한 약속을 믿어보지만, 이번에도 국회에서 당리당략적으로 행정수도를 이용한다면 군민 모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 대표는 미리 준비한 ‘국회 특위위원에게 드리는 제안서’를 통해 “국가정책을 믿고 희생해 온 대다수 지역민들은 지금 정신적 황폐함 속에서 생업을 포기한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예정지 2160만평을 우선 매입해 달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나라의 의지를 보여주는 핵심사업”이라며 “우리 주민들은 대안이 아닌, 원안대로의 추진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한길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이 가장 좋은 후속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능한한 빠른 시일안에 대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어 특위 간사인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현재 여당안, 야당안 할 것 없이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위해 서로 협력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 위원들이 금남초등학교 옥상에서 신행정수도 예정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특위 위원들이 금남초등학교 옥상에서 신행정수도 예정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장재완
또한 열린우리당 간사인 박병석 의원은 “주민 여러분들이 혈서 쓰고, 머리 깎고 해서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연기-공주라는 입지는 변함없다는 것과 50만 자족도시 건설이라는 것은 이미 특위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2월 말까지는 대안을 마련하고, 금년 말까지는 후보예정지 모두를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이 나서 “전에는 여야가 다른 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위헌결정이 났던 것”이라며 “이제는 특위에서 한가지 안을 만들 계획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홍의원은 이어 “특히 한나라당을 미워하지 말고 좋은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더 격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기봉 연기군수가 “현지를 방문하여 주민의견을 들어주신 국회특위 위원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자”고 제안, 주민들의 박수 속에서 특위 위원들은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한 비대위 관계자는 “군수가 주민 분위기도 모른채 왜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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