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행정중심도시나 행정특별시로 건설해야"

10일 신행정수도 대안모색 심포지엄... '조급증' 지적 목소리도 높아

등록 2005.01.10 21:39수정 2005.01.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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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대한지리학회와 한국정책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안 모색 심포지엄.
10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대한지리학회와 한국정책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안 모색 심포지엄.오마이뉴스 이성규

"천천히 정확한 실태 조사를 거쳐 행정중심도시 이상의 대안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신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에 대한 학계의 대안은 비교적 똑 부러졌다. 조급해하지 말되, 각 지역 낙후도에 대한 정확한 실측을 거쳐 최소한 행정중심도시 이상의 대안도시를 연기·공주에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10일 오후 대한지리학회와 한국정책학회가 서울 중구 언론회관에서 개최한 '신행정수도 추진과정의 교훈과 대안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패널과 토론자로 참석한 학자들은 대체로 이러한 결론에 대해 큰 이의를 달지 않았다. 행정중심도시로 갈 것인지, 행정특별도시로 건설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약간의 편차가 드러났을 뿐이다.

이날 심포지엄 중 '신행정수도 대안모색'을 주제로 한 2분과 토론에서 이원호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는 현재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위가 상정한 3∼4가지 대안을 나름대로 평가한 결과 행정중심도시가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원호 교수 "교육문화·다기능복합도시는 낙제점"

헌재의 위헌 판결 이전 검토된 바 있던 교육문화연구도시나 한나라당의 대안인 다기능복합도시는 국가균형발전 선도성과 균형발전 파급효과면에서 낙제점을 받아 부적합하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근거다. 행정특별시안의 경우는 위헌시비를 낳을 수 있는 데다 국민적 합의를 모으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어 대안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신행정수도 건설 예정지를 행정중심도시로 건설해야 당초 신행정수도 건설에 버금가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행정중심도시 건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반해 최병두 대구대 사회교육학부 교수는 '서울-연기·공주-경북 북부'로 행정중심을 분산시키는 3극형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행정중심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았지만, 충청권 중심으로 행정기능이 완전 집약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새로운 지역을 추가로 지정해 개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해야 하겠지만 3극 체제의 네트워크 구성을 기반으로 국토공간구조를 전체적으로 재편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본다"고 3극체제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최병두 교수 "3극형 행정도시 제안"

토론자로 나선 최원희 공주대 지리교육과 교수와 최상기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행정수도의 대안에는 행정특별시 건설이 가장 적합하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비록 늦더라도 행정특별시 건설안이 관철돼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행정특별시 건설안은 권용우 성신여대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제안한 대안으로 청와대와 외교·안보 관련부처 등을 제외한 중앙부처 이전이 채택될 경우 중앙정부의 18부4처3청과 공무원 1만6500여명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원희 교수가 행정특별시 건설을 강력 제안한 이유는 이렇다. 행정중심도시나 다기능복합도시는 사실상 일반 혁신도시 건설에 가까운 대안으로 수도권 과밀해소나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를 대안도시로 옮기면 과밀화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발상에 대해 서울대를 3류 대학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하며 선을 그었다.

최창수 교수 "행정권력기관 가지 않으면 대전청사 꼴 날수도"

최창수 고려대 교수는 한층더 높은 톤으로 행정특별시안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향하는 한국인의 전통적 정서를 고려할 때 핵심권력기관이 옮겨가지 않는 대안은 후속대안으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위헌요소를 배제할 수 있는 모든 행정부처는 연기·공주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최 교수는 만약 어정쩡한 형태의 행정중심도시가 건설될 경우 정부 대전청사 공무원들이 주거를 대전으로 옮기지 않는 것과 같은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고등교육기관의 이전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위와 정부가 지나치게 성급하게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에서 또한번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기도 했다.

"정부·대책위 너무 조급하게 진행한다" 우려도 적지 않아

최원희 교수는 "후속대안 마련 과정이 조급하게 이뤄지는 감이 없지 않아 실패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1∼2년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원호 교수도 "천천히 논의해야 한다는 점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동감을 표시했다.

이건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기획실장은 정부와 후속대책위가 그간의 국토불균형발전의 원인을 진단하는데 소홀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조급하게 후속대책을 마련한다면 또한번의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실장은 "지역별 불균형 발전의 실상에 대한 객관적 실측이 필요한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 객관적 실측을 의뢰한 뒤 이를 기반으로 후속대책이 추진될 때 사회적 합의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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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족도시안, 충청도 민심 관리 수준에 불과

행정수도특위, 27일까지 각 당 단일안 제출키로
'행정+다기능 도시 건설' 합의... 행정부처 규모엔 이견

국회 신행정수도 특위는 10일 국회에서 소위원회를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소위에 각 당이 최종 단일안을 마련해 제출키로 했다.

위원들은 충남 연기·공주지역에 행정과 교육·과학·문화 등 다기능을 가진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데 합의했으나 행정부처 이전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위 산하 후속대책소위원회 박병석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행정+교육과학 문화를 포함하는 다기능도시 건설 ▲의원입법으로 특별법 발의 ▲오는 27일 열리는 소위에 각 당 단일안 제출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특위는 지난 4차 회의까지의 논의를 통해 ▲자족도시 건설 ▲연기·공주지역 예정부지 2200만평(정밀조사 결과) 올해 말부터 매입시작 ▲ 특별법 제정 여부 등 후속대책 최종안 2월말까지 확정 등에 합의했다.

반면 특위 위원들은 여야간 의견차이로 중앙부처 이전 규모와 도시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청와대를 제외한 18개 행정부처 이전에 무게 중심을 두고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7개부처 등 경제관련 기관을 옮기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자족도시 규모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이 40만∼50만명, 한나라당은 30만∼40만명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상당한 접근과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소위에 각당의 최종안이 제출되면 이때부터 최종단일안 결정단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심을 모았던 정부 차원의 단일안 제출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제출된 안을 놓고 특위내에서 논의해 결정해달라는 정부 측 요청에 따라 특위내에서 정부의 비교검토 자료를 토대로 자체 논의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단일안'이 아닌 '정부 희망안'으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위 소속 여야 의원 6명은 10부터 18일까지 미국·캐나다 등 다른 나라의 행정수도와 경제도시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한편 신행정수도 법충청권협의회는 이날 오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당초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원칙과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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