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이라기보다 도서관처럼 편안하게 꾸민 '보물섬'. 이 많은 책 속에서 보물을 건져보자.한성희
'보물섬' 하면 생각나는 것이 뭘까?
외다리 실버 선장, 앵무새, 해적, 지도, 그리고 럼주. 떠오르는 말들이 대충 이런 것이다. 그런데 떠오르는 단어들을 무심코 쓰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왜 착한 주인공들은 이름도 기억 안 나고 애꾸눈 악당이 먼저 생각나는 것일까?
'보물'이라는 환상의 신비함 때문이 아닐까? 정상이 아니고 비정상의 우연에서 행운이 비롯된다는 무의식적인 생각과, 그래도 보물을 찾고싶다는 인간의 원시적 본능이 정상을 배제시킨 것이리라.
헌책방 문 앞에 서서 가슴 두근거리는 기쁨과 기대감을 느꼈던 시절이 있다. 비싼 책을 맘껏 사서 볼 수 없던 시절, 독서에 대한 갈증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일이다.
내 보물섬은 헌책방이었다. 그 동안 모은 돈을 들고 갖고싶은 책들 앞에서 계산하기 시작한다. 갈 차비를 빼고 나면 몇 권이나 살 수 있을까? 욕심나는 책들 앞에서 한 권이라도 더 챙기려고 빈약한 주머니 돈을 계산하며 이것저것 골라 쌓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다보면 두세 시간은 후딱 가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떨궈놓기 아쉬운 책들과 겨우 작별하고, 나에게 간택된 소중한 책을 끌어안고 얼른 집에 가서 펼쳐볼 기대에 돌아오는 길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귀한 보물 건졌다는 충만한 기쁨에 가득 찼다.
새책 한 권 살 돈으로 헌책 여러 권 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