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으로 단장돼 각종 농기계와 베짜는 기구들을 전시한 한산 모시관을 가족들이 둘러보고 있다.박상건
서천 대장간 메카로의 자부심 이어가
한때는 대장장이 5명에다가 풀무질하는 일꾼과 배달꾼을 따로 두고 운영했을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김창남씨는 장사가 잘된 만큼 늘 이웃을 위해 대장간 문 앞에 막걸리와 돼지고기 등을 차려놓고 오일장 오가는 사람들 누구나 마시고 기분 좋게 춤도 한판 추면서 즐기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인정이 모이고 웃음 띤 술판이 끊이지 않던 시절에 마을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성 대장간은 양조장과도 안 바꿀 것'이라고 웃곤 했단다. 당시 부여 일대 5개면에 이르기까지 모든 농기구를 공급하는 대장간 메카였던 이곳이었기에 오일장이 다 파한 후에도 주문이 밀려 대장간 망치 소리는 끊일 줄 몰랐다는데 이제는 죄다 추억 속으로 묻힌 이야기들이 되어 버렸다.
5명이 넘던 인부도 하나 둘씩 떠나고 화덕의 불꽃을 피우던 인부 대신에 자동풀무가 그 일을 대신하고 배달할 일도 드물어 솔직히 참 쓸쓸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그는 털어놨다.
이 곳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장간이 없는 마을만 찾아다니는 대장장이도 있었는데 이들을 '떠돌이 대장장이'라 불렀다. 요즈음의 대장간의 생계는 주문 제작에 의존한다고 한다. 철물점과 골동품 등에 납품하는 중간 상인들이 이곳에 들러 주문 제작한 제품을 사간다는 것이다.
이곳 대장간 제품의 특징은 담금질을 많이 하는 탓에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주조품보다 단단하고 모양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란다. 이 때문에 서울과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에서 소장품으로 간직하기 위해 문양을 새긴 특유의 칼과 도끼 등을 주문하는 편이란다.
30년 전 이곳 한산면 일대에 6곳이나 되던 대장간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김창남씨만이 유일하게 그 맥을 살리고 있다. 그런 그는 요즈음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들이 4대째 대장간의 맥을 잇겠다고 하는데 벌이도 시원찮고 무형 문화재 같은 무슨 국가 지원책도 있는 것도 아니어서 허락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김창남씨는 이마에 흐르는 굵은 땀을 식히려는 듯 내리는 장맛비를 한참 응시하다가 다시 화덕에서 달군 쇠뭉치를 끄집어내어 마치 가슴 속의 한을 삭이듯 두들기기 시작했다.
| | [미니상식] 대장간 이야기 | | | | 대장간은 쇠를 달구어 각종 연장을 만드는 곳이다. 옛날 시골 장터나 마을 대장간에서는 무딘 농기구나 연장을 불에 달구어 벼리면서 만들어냈다. 이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을 대장장이라고 부른다.
대장장이는 숙련된 담금질로 쇠의 강도나 성질을 조절하는데 쇠는 불에 달구지만 이 불을 뿜어내기 위해서는 풀무가 필요했다. 풀무란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로서 한자로는 야로(冶爐) 또는 풍상(風箱)이라 불렀다.
풀무는 손으로 돌리는 손풀무와 발로 밟아 바람을 일으키는 발풀무가 있었는데 발풀무가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장간에는 이밖에도 모루·정·메(앞메, 옆메)·집게·대갈마치·숫돌 등이 갖추어져 있다.
대장간이 없는 마을을 찾아 떠돌면서 연장을 벼리는 일을 하는 사람을 '떠돌이 대장장이'이라고 불렀다.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농어촌에서 농기구를 만들고 손보는 대장간 나들이는 필수 코스였다.
서울에도 중구 쌍림동에 '풀무재'가 있었는데 정동-쌍림동-충무로 5가 고개에는 100여 개의 대장간이 늘어서 대장고개(풀무재)라 불렀다. 이를 한자로 야현(冶峴)이라 표기해 야현동(冶峴洞)이라 부르기도 했다. | | | | |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91년 <민족과 지역>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고, <계간 섬> 발행인이자 서울여대 겸임교수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