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진흙탕싸움, 소비자는 신물 난다

▲**LG텔레콤이 일부 신문에 낸 광고. 이 광고에서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05년 1월 1일 번호이동성제도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로 전면 확대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간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선공은 LG텔레콤이 취했다. 지난 4일자 일부 신문 맨 뒷면에는 SK텔레콤의 불공정 행위를 비난하는 LG텔레콤의 전면 광고가 커다랗게 실렸다.

LG텔레콤은 이 광고에서 SK텔레콤이 자사의 가입자를 빼오기 위해 불법 예약가입자를 모집하고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고와 함께 LG텔레콤은 불공정 행위의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에 제출하며 총공세를 취했다.

SK텔레콤 흠집내기는 다음날 2차 공세를 통해 계속됐다. 자체적으로 입수한 SK텔레콤의 '쥐새모' 영업전략을 폭로한 것이다. '쥐새모'란 SK텔레콤 법인영업팀이 마련한 쥐도 새도 모르게 LG텔레콤 가입자를 빼오자는 영업계획을 일컫는 말이다.

LG텔레콤의 2차 공세, "'쥐새모'를 아시나요"

LG텔레콤은 불법행위의 증거라며 관련 자료를 통신위와 기자들에게 배포하면서 SK텔레콤이 LG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35만원의 불법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시장안정화에 역행하는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광고도 계속 됐다.

LG텔레콤이 예상외로 세게(?) 나오자 SK텔레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지 대응에 나섰다. 우선 '쥐새모'와 관련, 단말기 재고처리를 위해 일부 대리점에서 이뤄진 일로 본사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LG텔레콤의 광고가 도를 넘어선 악의적인 비방이라며 법원에 광고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이후 상대의 가처분 신청에 위축됐는지 아니면 광고를 집행할 실탄이 모두 소진됐는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LG텔레콤의 광고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쥐새모 작전의 내용을 담은 증거자료와 함께 통신위에 제출한 SK텔레콤의 불법행위 신고서도 접수를 보류시켰다.

양사간 공방전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휴전은 짧았다. 11일 LG텔레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3차 공세를 감행했다. SK텔레콤의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에 맞서 보조금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불법 행위 증거라며 제시한 문서. 여기에는 일명 '쥐새모'작전이 명시돼 있다.**

잠시 휴전과 이어지는 LG텔레콤의 3차 공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서비스를 놓고 시장에서 승부를 벌여야할 이동통신사들이 법정을 싸움장으로 잘못 선택한 것이다.

기존의 번호를 유지하면서 이동통신 회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한 번호이동성제도는 이동통신사들 간 서비스 경쟁을 유발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때문에 연초 번호이동제도가 전면 확대되면 경쟁사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자사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각 사들은 보다 저렴한 요금제, 저렴하고 실용성이 높은 부가서비스 등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경쟁은 보이지 않고 정부와 법원을 상대로한 이전투구만이 판을 치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불법 보조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통사는 없다. 지난해 12월 29일 이통3사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대가로 통신위로부터 총 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2004년 한 해동안 보조금 지급으로 과징금 부과는 물론 영업정지까지 당하면서도 또 다시 동일한 행위를 반복해 과징금으로 한해를 마무리 하게 된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을 맹비난한 LG텔레콤은 경쟁사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사로 옮기면 요금 절감 효과가 커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것과 같다고 허위 선전을 하다 적발돼 과징금을 물었는가 하면 LG계열사와 협력업체에까지 휴대폰 판매를 할당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처지가 아닌 것이다.

SK텔레콤도 '쥐새모' 작전을 논외로 하더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대리점 단속을 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단말기 재고가 쌓여가면서 대리점들이 번호이동 확대를 계기로 판매 장려금을 불법 보조금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SK텔레콤은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3600만명 가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의 싸움은 이제 그만둬야한다. 이동통신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통신위의 몫으로 넘기고 이통사들은 본연의 경쟁에 충실해야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와 규제당국을 상대로 한 '일러바치기 마케팅'이 아니다. 경기가 않좋은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통신요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요금제, 보다 나은 통화품질, 꼭 필요한 기능만을 담은 중저가의 단말기,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부가서비스, 별다른 투자나 들어가는 비용 없이 월 1000원(SK텔레콤, KTF)에서 2000원(LG텔레콤)까지 받고 있는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CID)요금의 인하 등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 경쟁을 3600만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원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해 이통사들이 낸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만 합쳐도 CID 요금을 내리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이통사들은 유념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이 바라봐야할 곳은 통신위 심판정이나 법정이 아닌, 바로 이통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소비자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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