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시온글러브 화재 진상조사 촉구

대구장애인연맹 등 7개 시민단체 '진상조사단' 구성

등록 2005.01.18 16:25수정 2005.01.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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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발생한 경북 칠곡군 시온글러브 화재로 장애인 4명이 참변을 당한 것과 관련해 대구장애인연맹(대구DPI)을 비롯한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 진상조사단(아래 진상조사단, 단장 장삼식)'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a 대구지역 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 진상조사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지역 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 진상조사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 대구DPI

진상조사단은 18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청 기자실에서 이번 참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가 극히 미진해 기본적인 진상조차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어 직접 진상조사단을 결성해 조사에 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 "화재원인, 비장애인 직원 구조활동, 소방안전" 등 진상조사 요구

진상조사단은 이날 화재 원인, 비장애인 직원들의 구조 활동, 소방안전시설 적합 여부, 시신 2구가 기숙사 방에서 발견된 이유, 기숙사내 장애인 근로자 사이의 갈취와 폭력 문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관리 감독,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향후 이러한 부분의 조사가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서도 진상조사단은 언론에 보도된 부분이 상당히 왜곡되었다고 말하고 그간의 조사 상황을 보고했다. 진상조사단은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해, 불이 난 공장 건물에는 모두 26명이 있었으며, 장애인 15명을 포함한 19명은 2층 기숙사에서 취침 중에 있었고 장애인 1명을 포함한 6명은 지하에서 작업 중이었다고 말했다. 또 화재 당시 2층 식당에서는 지하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던 3명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가 화재를 발견하고 휴대폰으로 119에 신고했으며 같은 2층 샤워실에서 경비원 1명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애인만 참변", 화재 당시 같은 층 비장애인 8명 있었다

화재 당시 건물에 있던 26명 중에 16명은 장애인으로 4명 사망, 6명 병원 후송, 6명은 대피했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와 1층은 작업장, 2층은 기숙사와 식당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언론의 보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이라 불이 나는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피 하지 못했다'라는 종류의 기사를 게재했을 뿐만 아니라, 후속 기사로 '보험사의 장애인 보험가입 불가' 등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기사를 내보내 오히려 사건의 본질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사고 당시 참변을 당한 현장에 최소한 8명의 비장애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단지 장애인이기에 참변을 당했다는 막연한 추론성 기사를 게재함과 동시에 해당 기업을 장애인 고용 모범기업으로 보도해 기업의 소방안전 미흡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이제라도 경찰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정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참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고용과 관련해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3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도 안전과 지도 감독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사과할 것과 장애인 고용 업체들에 대한 안전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리감독 외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사과하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대책과 관련해 대구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지원부 관계자는 "시온글러브 화재 사건과 관련해, 화재 관련 내용으로 공단에서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없지만 앞으로 장애인 고용촉진 사업을 펼칠 때 가급적 기숙사 안전 문제와 화재우려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뉴얼 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본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시온글러브는 대구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지난 1998년부터 시설융자 14억9500여만원, 승강기 설치비 무상지원 4천만원, 고용장려금 11억6천여만원 등 30억원 이상을 지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미온적인 수사에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경상북도지방경찰청을 방문했다. 경상북도지방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은 진상조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수사는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며 진상조사단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칠곡경찰서 수사과장을 직접 불러 현장에서 답변했다.

칠곡경찰서 수사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 현재 1차적인 조사는 마친 상태이고 진상조사단이 문제시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도 통역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렸으나 이미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경보기의 작동 여부에 대해서 일부 장애인 노동자가 들었다고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독자적인 진상조사 계속 진행할 것"

시온글러브는 1992년 설립된 면장갑, 코팅장갑, 산업용장갑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상시근로자 191명 중에 78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 500만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DPI는 지난 10일과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도대체 이 땅의 장애인들은 얼마나 더 죽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라?'라는 질문을 사회에 던지기도 했다. 이 성명서에서는 2003년 12월 발생한 유사 화재인 청도 버섯공장 화재의 대처 상황에 비해 이번 사건에 대한 미온적 수사와 진상규명을 소홀히 한 관계당국을 질타함과 동시에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관리감독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등이다. 진상조사단은 경북도경, 칠곡경찰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 칠곡군청, 칠곡소방서, 전기안전공사 칠곡지사 등을 대상으로 계속적으로 진상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도 8일이 지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른 채 비통함 속에서 지금도 영안실을 지키고 있다. 경찰은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만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철저한 수사는 고사하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는지 의문을 가질 정도로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언론들도 이번 참사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장애인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지만, 화재의 진상과 장애인 노동현실을 속시원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시중의 여론은 죄없이 죽은 장애인 노동자들보다 시온글러브가 다수의 장애인들을 고용한 업체라는 점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경향이 짙다.

물론 우리는 시온글러브가 다른 기업에 비해 장애인 고용에 모범을 보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놓고 생각하면, 시온글러브는 장애인 노동자들 때문에 급성장한 회사였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그런 회사에 불과했던 시온글러브가 장애인들을 본격적으로 고용하기 시작한 2001년에 50만$를 수출하더니, 2004년에는 500만$를 수출하였다. 만3년 동안 10배나 증가한 셈이다.

더우기 2005년에는 1000만$ 수출을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직원수도 이 시기에 급증했는데, 99년 19명이던 전체 노동자 수가 2004년에는 212명으로 4년 만에 10배가 넘게 늘었다. 그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침제였음을 감안할 때, 이런 성장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기적이 어디에서 왔겠는가? 물론 경영진의 마케팅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의 원동력은 장애인 노동자들의 임금경쟁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양산업인 장갑제조업체가 중국과 동남아 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게 장애인들의 임금을 거의 대부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실례를 들어 이번에 고인이 된 이동열씨의 경우를 보자. 이동열씨는 회사가 급성장하였던 2003년 2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총수령액 기준으로 월평균 60만원, 실수령액 기준으로 월평균 49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동열씨를 채용한 대가로 시온글러브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지원 받는 돈은 시설자금과 고용관리비를 제외하고 고용장려금만 월50만원이었다.

따라서 시온글러브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지급한 임금은 월10만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구나 고용장려금이 대폭 축소되기 전인 2004년 이전에는 임금의 100%를 보전받아 왔다. 다시 말하면, 시온글러브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은 중국과 동남아 수준 이하였던 셈이다. 이것이 시온글러브가 급성장한 배경이다.

그런데도 시온글러브의 장애인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고, 그나마 지난해 10~12월까지 임금이 2~3개월씩 체불된 상태였다. 게다가 장애인들로부터 월10만원이나 받는 기숙사는 화재에 치명적인 샌드위치 판넬로 지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화재 당시 경보기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사감은 아예 배치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시온글러브는 회사 규모 확장에만 열을 올렸지, 지금까지 회사를 먹여 살려온 장애인 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여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구지역 장애인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죄없는 장애인 노동자가 4명이나 죽은 참사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시온글러브, 경찰, 소방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 화재 사건과 관련된 기관들을 방문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규명할 계획이다.

첫째, 화재의 구체적 원인이 무엇이었는가?
둘째, 시온글러브 측은 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과 화재경보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는가?
셋째, 화재 당시 장애인들을 위한 구조활동은 적절했는가?
넷째, 시온글러브의 장애인 노동자들의 노동여건과 생활여건은 어떠했는가?
다섯째, 경찰은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22명(사망자 4명 제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는가?
여섯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그동안 시온글러브에 적법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사후 관리는 철저히 했는가?

끝으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네분 장애인들의 명복을 빌며, 지금이라도 관계 당국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5. 1. 18

시 온 글 러 브 화 재 참 사 진 상 조 사 단
민주노동당대구시당 / 민주노총대구본부 / 대구참여연대 / 우리복지시민연합
장애인지역공동체 /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 대구장애인연맹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덧붙이는 글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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