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우포늪 "철새들이 배고파요"

국제 람사습지 '우포늪' 민·관 합동 겨울철새 먹이주기 행사

등록 2005.01.20 11:01수정 2005.01.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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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관합동 '우포늪 겨울철새 먹이주기 행사'에 참가한 한 여중생이 먹이를 주고 있다.

민·관합동 '우포늪 겨울철새 먹이주기 행사'에 참가한 한 여중생이 먹이를 주고 있다. ⓒ 황원판

"우포늪이 꽁꽁 얼었어요. 새들이 배가 고픈 것 같아요."

국내 최대의 자연습지인 창녕 '우포늪'을 방문한 한 여중생의 말이다. 이처럼 계속된 추위로 결빙되자 먹을 것이 부족해 허기진 겨울철새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청장 문정호)은 지난 19일 '우포늪 겨울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열었다.

a 먹이주기 행사에 앞서 조류 보호를 위한 유의사항, 구역별 조편성 등을 전달하고 있다.

먹이주기 행사에 앞서 조류 보호를 위한 유의사항, 구역별 조편성 등을 전달하고 있다. ⓒ 황원판


a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먼 곳은 차량으로 운반하고 있다.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먼 곳은 차량으로 운반하고 있다. ⓒ 황원판

이날 행사는 창녕군청, 창녕환경운동연합, 지역주민 등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우포늪 생태계 보전지역 일원에서 실시되었다. 참가자들은 우포늪 대대제방 안쪽, 쪽지벌 인근, 소목제방 안쪽, 사지포 일대 등 네 곳의 토양 위에 약 380㎏의 벼, 보리 등 겨울 철새들의 먹이를 군데군데 놓아주었다.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해 사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국제 람사협약에 등록되기도 한 '우포늪'에 관할 관청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주관하여 먹이주기 행사를 '민·관 합동'으로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년간 우포 환경감시원으로 근무한 주영학(57·창녕군 이방면 안리)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포늪에 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한 경우는 '창녕군환경운동연합', '무안군노인환경보전협회' 등 민간 환경단체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라고 했다.

a 벼, 보리 등 겨울 철새들의 먹이를 '여러 곳에' 군데군데 놓아주고 있다.

벼, 보리 등 겨울 철새들의 먹이를 '여러 곳에' 군데군데 놓아주고 있다. ⓒ 황원판


a 먹이를 주고 난 빈 포대에는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였다.

먹이를 주고 난 빈 포대에는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였다. ⓒ 황원판


a 우포늪에서 수거한 각종 쓰레기가 자루에 가득하다.

우포늪에서 수거한 각종 쓰레기가 자루에 가득하다. ⓒ 황원판


보다 근본적 해결 위한 '생물다양성관리계약'도 중요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관계자는 앞으로도 날씨나 먹이 여건을 고려하여 계속 먹이주기 활동을 실시할 것이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생태계 보전지역 인근 경작지 주민과의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였다.


"올해처럼 추위가 계속되어 우포늪의 결빙으로 겨울철새들의 먹을 것이 부족하게 될 경우, 주변 '먹이 여건'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계속 이 행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양파' '마늘 등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는 창녕지역의 특성상 계약 체결의 어려움이 있지만, 철새 먹이 문제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주민들과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맺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토지의 소유자 또는 관리인과 경작방식의 변경, 철새먹이 제공, 습지의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함에 따른 주민손실을 실비로 보상하는 주민참여의 자연환경보전제도로서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는 널리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지역 특성상 정부가 '매입'하여 먹이 작물 경작해야

한편, 창녕군청 관계자는 보다 근본적인 철새들의 먹이 문제 해결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에서 생태계 보전지역 토지를 '매입'하여, 철새들의 먹이용도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우포늪 인근의 주민들이 대부분 다른 지역처럼 벼나 보리를 경작하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 작물인 지역 특산물 '마늘'과 '양파' 등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상, '생물다양성계약' 보상금이 주민들의 현재 수입보다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계약을 맺기가 어려우므로, 중앙 정부에서 땅을 '매입'하여 철새들의 먹이용도 작물을 경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자연적 '먹이활동 능력'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요즘 들어 전국적으로 각종 민간 단체 환경보호활동과, 학생 봉사활동 등으로 새 먹이주기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철새 먹이주기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다. 이에 대해 한국조류보호협회 남궁대식 단장은 "철새 먹이주기가 꼭 필요하다"며, 먹이주기 활동의 필요성과 함께 유의사항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겨울 철새의 개체 수는 늘어나지만 먹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혹한기나 결빙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는 영양 부족으로 월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겨울 철새 먹이주기 활동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밀, 옥수수, 벼 등 자연 곡물류는 좋지만, 닭 사료나 가공 식품은 먹지 않을 경우 오염 물질이 되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한 곳에 주기보다는 여러 곳에 군데군데 놓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너무 많은 먹이를 줘서 야생 철새의 자연적인 '먹이활동 능력'을 저하시키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양'을 '주기적'으로 주도록 주의해야 하며, 조류보호 전문기관에 자문을 구하여 철새의 종류와 지역의 특성에 맞게 먹이를 줘야 합니다."

철새들의 월동 위한 '방문객들의 세심한 배려'도 중요

한편 우포늪 인근 생태계보전지역에서 마늘 경작을 하는 유세진(65·창녕군 유어리)씨는 "몇 해 전만 해도 하늘이 새까말 정도로 철새들이 많았다"고 회고한 후, "올해 들어 철새가 많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 계속된 추위에 물이 얼어붙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먹이 주기 활동이 계속 되기 바랐다.

a 추위에 얼어붙은 우포늪에 '철새 먹이 주기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을 주민 유세진씨

추위에 얼어붙은 우포늪에 '철새 먹이 주기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을 주민 유세진씨 ⓒ 황원판

그리고 유씨는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크게 떠들며 소란하게 하거나, 심지어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위해 돌을 던지는 등 부주의한 행동도 철새 감소의 한 원인이라고 본다"며, 철새들의 편안한 월동을 위한 방문객들의 세심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했다.

a 철새들에게 '다시 오고싶은 우포늪'이 되기 위해서는 방문객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철새들에게 '다시 오고싶은 우포늪'이 되기 위해서는 방문객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황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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