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준수를 데리고 집에 도착하니 한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냉동실에 얼려둔 청국장 두 덩어리와 함께 김치를 듬뿍 썰어 넣고 끓였습니다. 아내가 없는 집에서 자주 끓여 먹던 청국장입니다. 아내도 준수도 청국장을 좋아했기에 점심 메뉴를 청국장으로 정한 것입니다. 아내가 팔 걷고 다가와 자신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괜찮으니 쉬라고 했습니다. 준수와 아내가 병원으로 떠난 후 밥 짓고 찌개 끓이고 설거지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석 달만에 집에 온 준수를 위해, 간병으로 지친 아내를 위해 점심 한 끼 정도는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준수는 청국장에 밥을 말아 달게 먹었습니다. 아내도 앞으로 청국장은 당신이 끓이는 게 좋겠다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빠와 둘이서 밥을 먹는데 익숙했던 광수도 형과 엄마와 함께 먹는 점심이 즐겁기만 한 모양입니다. 밥 한 공기 비우고 더 먹겠다며 밥솥을 열었습니다. 꿀처럼 단 점심이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과일을 깎아놓고 마주앉아 얘기를 했습니다. 아내는 광수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물어봤고 나는 준수의 건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했습니다. 준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컴퓨터 게임에 대해 광수에게 물었습니다. 광수는 원주 연고 농구팀인 TG 삼보의 경기에 대해 형과 얘기하고 싶어했습니다. 관심은 달랐지만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대화 중에 준수가 강원래 아저씨를 만났다며 자랑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퇴원했던 강원래씨가 이따금 재활 병동에 와서 환자들을 격려한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준수와 직접 만났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냥 지나치면서 인사 정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준수에겐 그 일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나봅니다. 강원래 아저씨가 병원에서 탁구를 치는 걸 본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탁구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활 병동 환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한 것이지요. "넌 탁구 쳐본 적 없어?" "딱 한 번 있었어요." "많이 쳤어?" "아니요." "왜, 힘들었어?" "조금 치고 있는데 엄마가 친다고 라켓을 가지고 갔어요." 준수가 먼저 가서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 뒤늦게 따라간 아내가 한 번 쳐보겠다며 준수 라켓을 받아서 탁구를 쳤다는 겁니다. 그런데 탁구 치는 재미에 빠져버린 아내는 그 뒤로 라켓을 준수에게 넘겨주지 않고 계속 쳤다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어 아내를 쳐다보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준수야, 우리 탁구 한번 쳐볼까?" "어디서요?" "거실에서 치면 돼." "어떻게요?" "조금만 기다려." 큰사진보기 ▲준수이기원 집에 탁구 라켓과 공이 있었습니다. 광수와 둘이서 방학을 보내면서 이따금 밥상 두 개 나란히 펼쳐놓고 탁구를 쳤습니다. 밥상이 너무 낮아 불편했지만 아쉬운 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서서 칠 수 없는 준수에겐 딱 알맞은 높이였습니다. 밥상 탁구대를 설치하니 광수가 라켓과 공을 챙겨가지고 왔습니다. 준수가 라켓 하나를 잡고 한쪽 끝에 앉았습니다. 광수도 라켓 하나를 들고 맞은 편에 앉았습니다. 준수와 광수의 탁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외로 준수는 탁구를 잘 쳤습니다. "준수 탁구 참 잘 친다." "난 윗몸은 정상이에요." 큰사진보기 ▲광수이기원 다리를 제대로 쓸 수는 없지만 윗몸을 움직여 하는 일은 정상이란 걸 강조하고 싶은 준수 녀석의 마음이 아프게 가슴에 박혔습니다. 치면 칠수록 준수는 빠르게 적응하는데, 서서 치는 데만 익숙한 광수는 앉아서 치는 탁구가 어색한지 실수가 많았습니다. 석 달만에 만난 준수와 광수는 예전처럼 운동장에서 공을 찰 수는 없었지만 밥상을 이용해서 탁구를 치면서 어울렸습니다. 준수는 동생인 광수에게 탁구 라켓을 제대로 잡아야 잘 칠 수 있다며 한 수 가르쳐주었습니다. 큰사진보기 ▲이기원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광수도 밥상 탁구대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탁구공이 빠르게 오고 가는 거실에는 석 달만에 웃음과 활기가 넘쳐 흘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이기원 (jgsu98) 내방 구독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정미의병의 격전지 양평 용문산을 가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강원래 아저씨처럼 탁구 치고 싶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정부가 일선부대에 배포한 충격의 간행물 폐업자 6~7명은 이미 파산... 근데 반응이 왜 이럴까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흑백요리사'의 진정한 승자, 내 마음 속 원픽은 당신입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