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후 집에서 쉬고 계신 아버지이기원
두 번의 수술과 1차 항암 치료를 끝내신 아버지께서 모처럼 여유 있는 생활을 하십니다. 밥 많이 먹고 소화도 잘 되니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밥 끓여먹고 사느라 애쓴다고 건강한 아들 걱정을 하십니다.
당신의 몸에서 암세포가 자라는 것도 모르고 아픈 배 움켜쥐고 비지땀 흘려가며 곡식을 거두셨지요. 추수를 다 끝내고서야 대장 절제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으셨지요. 이제 그 고통의 시간을 과거로 묻고 당신이 거두신 곡식 옆에 앉아 계십니다. 그 곡식을 쓰다듬으며 추수 다 끝내고 수술을 받은 게 얼마나 다행이냐며 웃으십니다.
쌀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와서 실어가라며 자식들에게 일일이 전화하시는 건 수술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아프게 다가섭니다. 둘째 아들 방위 다닐 때 입던 잠바와 맏아들 대학 다니던 시절 입던 추리닝 바지를 입고 앉아 계신 아버지의 애잔한 모습이 아프게 아프게 다가섭니다.
지금은 병약하신 모습으로 그렇게 앉아 계시지만 혹독한 세월의 모진 바람 속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주신 분입니다. 지금은 검불처럼 가볍지만 예전엔 차돌처럼 단단하신 분이셨습니다. 젊은 날 아버지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 가족을 지켜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