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에서 빙어 초고추장에 찍어 날름 먹는 맛이 첫째입니다.김규환
'하늘이 내린천'까지 달릴 필요도 없이 선착장이 드넓게 펼쳐지면 발을 내린다. 소양호 신남리 광활하게 펼쳐진 얼음 덩어리 위에 몸을 내던졌다. 쌀쌀한 바람 다소 불지만 이까짓 추위가 대수인가.
사람들 벌써 방방곡곡 몰려와 얼음 축구도 하고 팽이치기 하느라 바쁘다. 해가 지기 전 얼른 표 딱지 하나 끊어 낚시 들고 달려간다. 금강산도 식후경,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허기와 빙어에 대한 그리움 꾹 참고 온 사람들 임시 노점에 앉아 오늘의 주인공을 맛보느라 혼이 나가 있다.
낙지 한 마리 통째 먹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빙어 요놈 촐싹거리는 것쯤이야. 튀지 않도록 물에 담가진 민물고기를 산 채 먹어도 방태천, 내린천 급류와 십이선녀탕 백담계곡 맑은 물에 설악산, 구룡령, 한계령, 진부령, 미시령 넘지 못하고 황혼이 짙게 물든 소양강으로 모이니 디스토마 걱정도 팔자다.
한번 보고 덜컥 세간을 전라도 촌구석에서 이곳까지 싣고 와 내리도록 빼어난 풍광에 젖었던 것도 엊그제다. 예전에 달걀 삶은 것 대여섯 개 먹어 보면 닭똥 냄새가 났지만 물리지 않고 당기는 데 주저할 일 없이 집어 먹는 내 손을 말릴 재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