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산초기름만 쳐도 노릇노릇 잘 구워진다. 연두부보다 강두부가 더 낫다.김규환
백두대간 서부지역 전북 진안 장수를 거쳐 무주를 찍고 충북으로 접어들면 영동과 옥천 보은 괴산 단양에 머물다가 강원도 제천 원주 횡성 홍천까지가 산초(山椒)가 많이 나는 길목이다.
이 산초로 말할 것 같으면 가시가 덕지덕지 달려 있어 나무할 때나 평소에는 손이 가지 않다가도 추석 즈음 성묘를 가다보면 길가에 뽈그족족 아가리를 주악 벌리고서는 까만 씨를 내뱉는데 모양새가 하도 신기하여 눈길 한번 줄 뿐 즐겨 먹지 못했으니 우린 쳐다보지도 않았던 나무다.
왜인고허니 풋내가 더럽게 나서 추어탕이든, 염소탕, 보신탕에 넣어도 외려 입맛을 버린다는 악감정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방한잎, 생강나무(쪽동백과로 나무에서 생강냄새가 나는데 김유정의 <동백꽃>의 소재이다) 잎이나 따다 넣거나 뽕잎을 곁들이는 게 누린내를 없애는 지름길이지만 '초피'라는 형제격인 산초 비슷한 가시나무가 있으니 지역마다 젬피, 좀피, 제피로 따로 부른다. 탕(湯) 맛을 아는 사람은 이것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 미식가 축에 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