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나이로 나를 재단하지 마라

고희 맞은 '패션의 시인' 디자이너 앙드레김

등록 2005.02.07 15:54수정 2005.02.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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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희의 나이지만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 않은 앙드레김.

고희의 나이지만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 않은 앙드레김.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세속의 나이로 나를 재단하지 마라"

중국의 시성 두보는 '곡강(曲江)'이라는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다. '사람의 나이 일흔은 예부터 드문 일'이라는 이 말은 70세를 이르는 말인 고희(古稀)로 일반화돼 쓰이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현대에서도 '고희'는 인생의 높은 연배로 황혼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 그동안 밟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해나가는 나이일게다. 더군다나 문화예술인이라면 양성한 제자와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조언을 해주는 위치라고나 할까.

물론 고희를 훨씬 넘어서도 각계 각층에서 젊은이 못지 않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히 계시지만 원로라는 타이틀이 붙기는 마찬가지다.

이쯤이면 호칭을 선생님 정도로 쓰는 게 당연한 예의다. 하지만 디자이너 앙드레김에게 '선생'이라는 존칭보다는 '그'라는 3인칭이 훨씬 더 어울려 보인다. 그것은 '그'라는 3인칭에는 젊음의 활동성이 담겨 있고 왕성하게 일을 해나가는 남성의 모습이 숨겨 있기 때문이다.

앙드레김 자신도 고희를 맞이한 감회를 묻는 질문에 나이는 상관치 않고 다만 20∼30대의 열정으로 세상을 산다고 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업인 디자이너로서의 일이니 그 열정은 일 안에서의 열정이며 일은 그 자신 전부일 수 있을게다.

그 말에 즉시 동감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끊임없이 패션쇼를 기획하고 올리는 것을 언론을 통해 익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리라.


일요일이나 연휴가 오면 지구가 회전을 멈춘 것 같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그의 말이 결코 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휴식은 이미 일 안의 열정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서 '세속의 나이로 나를 재단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a 그의 의상은 동양의 신비와 색채의 화려함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보는 이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의 의상은 동양의 신비와 색채의 화려함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보는 이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농민의 아들이었던 그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지금은 서울특별시의 위성도시로 발전한 고양시 아니 당시에는 고양군의 신도면 구파발리에서 농민의 아들로 정확히 70년 전인 1935년에 그는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전통결혼식에서 본 신랑신부 옷의 아름다운 색감에 감탄했다고 하니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아이였던 것이다.

또 지금의 유창한 영어실력도 따지고 보면 어릴 적부터 영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때문이기도 한데 그 영향으로 외국잡지와 외국영화를 즐겨 본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나오는 여자주인공들의 의상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자신 안에 감춰진 선천적 디자이너의 '끼'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보였다. 당시만 해도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패션디자이너란 여자들만의 몫이었지만 그는 당당하게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를 연다.

우리나라 최초의 남성 디자이너 1호 자리를 차지했던 1962년의 일이다. 이후 패션에 대한 정식교육을 받지 않고 그저 독학으로 패션을 배운 그는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최고의 스타이자 엄청난 화제를 낳았던 신성일-엉앵란 커플의 웨딩드레스도 그가 만들었다니 짐작이 간다.

a 그의 패션쇼에서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의 패션쇼에서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병적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남자, 다음 생에는 시인이 되리라

2003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행사장에서 앙드레김을 직접 안내한 적이 있었다. 방송을 통해서만 보아 온 사람이라는 것과 독특한 그의 외모에 대한 궁금증과 선입견을 가지고 설렘 반 떨림 반으로 안내했다.

그때 주변 아이들이 그를 보며 좋지 않은 말도 하고 어떤 아이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일일이 응해주었고 싫은 소리를 들어도 미소로만 답했다. 그 모습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나마 가졌던 그에 대한 선입견들을 싹 가시게 했다.

그의 정신과 몸에 교양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귀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너무나 쉽게 상대방을 재단해버리고 너무나 쉽게 좋지 않은 선입견에 사로잡혀 버리는, 그래서 '연못에 장난으로 돌을 던지는 사람들과 그 돌을 맞고 다치는 개구리'의 관계처럼 상처와 흠집을 내는 속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를 그 날 이후 가장 문화인다운 문화인으로 인식하게 됐다.

a 화려한 웨딩드레스도 그의 패션쇼에서는 빠질 수 없는 의상이다.

화려한 웨딩드레스도 그의 패션쇼에서는 빠질 수 없는 의상이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그는 말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높고 그에 따른 인재도 많지만 문화인으로 기르는 교육환경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런 조언을 할 수 있는 그는 40여 회가 넘는 해외패션쇼와 100여 회가 넘는 국내 패션쇼를 펼쳐오면서 시간이 갈수록 조국 '한국'에 대한 사랑이 깊어가는, 이 땅 한반도에 대한 병적인 애정을 지닌 사람이다.

동양과 아시아 그것도 한국에 태어난 것에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프랑스 정부 등 각 국에서 받은 문화훈장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장이 선포한 앙드레김의 날(11월 16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등 한국의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다음에 태어나면 가장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글을 잘 쓰는 작가나 시인이 되고 싶다는 앙드레김. 그는 이미 그가 디자인한 의상들을 통해 그만의 색채와 감각을 담아낸 멋진 시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패션의 시인'이다.

덧붙이는 글 | 앙드레김의 패션쇼 

*해외

1966 프랑스파리 발표회
1966 미국 워싱턴 의상발표회
1968 미국 뉴욕 의상발표회 
1970 미국 뉴욕 의상발표회 
1972 미국 볼티모어 의상발표회
1975 싱가포르 의상발표회 
1975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의상발표회
1975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의상발표회
1977 미국 로스앤젤리스 의상발표회 
1979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82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86 일본 오사카 의상발표회 
1987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87 미국 로스앤젤리스 의상발표회 
1989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상발표회 
1991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92 IOC 초청 바르셀로나 세계 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3 중국 올림픽 위원회 초청 북경 의상발표회 
1993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94 이집트 카이로 의상발표회 
1996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96 이집트 카이로 의상발표회 
1996 IOC초청 애틀란타 세계올림픽 패션쇼
1999 미국 샌프란시스코 초청 패션쇼

*국내

1980 국제 로터리클럽 회의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2 세계 청년 회의소 (J.C.I) 대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2 국제 여성단체 협의회 (I.C.W) 대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3 ASTA 총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4 IPU 총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4 MBC TV 국제 음악제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5 IBRD & IMF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6 MBC TV 국제 음악제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6 아세아 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6 아세아 올림픽을 위한 위한 의상발표회 
1987 국제부인회(S.I.W.A)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7 대종상 영화제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8 프레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8 '88 서울 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8 미스유니버시티대회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8 SLOOC 주최 IOC 대표 부인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9 국제 로터리대회를 위한 의상발표회 
1990 주한 외교사절단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1 스위스 건축 700주년 기념 대한 적십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92 주한 외교 사절단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3 주한 외교 사절단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4 한국 방문의해 일본 관강객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4 한국 유니세프를 위한 자선 의상발표회 
1995 국제 라이온스 대회를 위한 의상발표회 
1995 걸스카웃 창립 50주년 자선기금 의상발표회 
1995 2002년 월드컵 유치 위원회를 위한 자선 패션쇼 
1996 한국 유네세프를 위한 자선 의상 발표회 
1997 IPU국제 의회 연맹을 위한 패션쇼 
1997 동아시아 게임을 위한 의상 발표회 
1997 이화여자대학교 총동창회주최 자선 의상 발표회 
1998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를 위한 의상발표회 

* 수상경력 

2003 3월 21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임명
2002 2월 10일 인천 국제공항 명예홍보대사 임명
2001 9월 세계 기능올림픽대회 친선대사 임명
2001 12월 4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특별대표로 임명
2000 11월 14일 프랑스 정부, 예술문학훈장 수여
2000 12월 27일 MBC-TV 명예의 전당 무대예술분야에서 수상
1999 Willie Brown 샌프란시스코 시장, 11월 16일을 앙드레 김의 날로 선포
1997 10월 21일 대통령 문화훈장 수훈(패션디자이너로서 최초)
1996 대한 올림픽 위원회 감사패
1996 이집트 한국대사관 감사패
1995 한국 걸스카웃 본부 감사패
1885 UBRD & IMF 국제회의 위한 의상발표회 후 재무부 장관 감사패
1884 IPU 국제 국회의회 연맹회의 위한 의상발표회 후 대한민국 국회 감사패
1882 이탈리아 Sandro Pertini 대통령, 문화공로 훈장
 
* 저서 

<앙드레 김 My Fantasy>


이 기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2월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혀둡니다.

덧붙이는 글 앙드레김의 패션쇼 

*해외

1966 프랑스파리 발표회
1966 미국 워싱턴 의상발표회
1968 미국 뉴욕 의상발표회 
1970 미국 뉴욕 의상발표회 
1972 미국 볼티모어 의상발표회
1975 싱가포르 의상발표회 
1975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의상발표회
1975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의상발표회
1977 미국 로스앤젤리스 의상발표회 
1979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82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86 일본 오사카 의상발표회 
1987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87 미국 로스앤젤리스 의상발표회 
1989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상발표회 
1991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92 IOC 초청 바르셀로나 세계 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3 중국 올림픽 위원회 초청 북경 의상발표회 
1993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94 이집트 카이로 의상발표회 
1996 하와이 호놀루루 의상발표회 
1996 이집트 카이로 의상발표회 
1996 IOC초청 애틀란타 세계올림픽 패션쇼
1999 미국 샌프란시스코 초청 패션쇼

*국내

1980 국제 로터리클럽 회의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2 세계 청년 회의소 (J.C.I) 대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2 국제 여성단체 협의회 (I.C.W) 대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3 ASTA 총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4 IPU 총회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4 MBC TV 국제 음악제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5 IBRD & IMF 참가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6 MBC TV 국제 음악제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6 아세아 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6 아세아 올림픽을 위한 위한 의상발표회 
1987 국제부인회(S.I.W.A)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7 대종상 영화제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8 프레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8 '88 서울 올림픽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8 미스유니버시티대회를 위한 의상발표회 
1988 SLOOC 주최 IOC 대표 부인을 위한 의상발표회
1989 국제 로터리대회를 위한 의상발표회 
1990 주한 외교사절단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1 스위스 건축 700주년 기념 대한 적십자를 위한 의상발표회 
1992 주한 외교 사절단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3 주한 외교 사절단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4 한국 방문의해 일본 관강객을 위한 의상발표회
1994 한국 유니세프를 위한 자선 의상발표회 
1995 국제 라이온스 대회를 위한 의상발표회 
1995 걸스카웃 창립 50주년 자선기금 의상발표회 
1995 2002년 월드컵 유치 위원회를 위한 자선 패션쇼 
1996 한국 유네세프를 위한 자선 의상 발표회 
1997 IPU국제 의회 연맹을 위한 패션쇼 
1997 동아시아 게임을 위한 의상 발표회 
1997 이화여자대학교 총동창회주최 자선 의상 발표회 
1998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를 위한 의상발표회 

* 수상경력 

2003 3월 21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임명
2002 2월 10일 인천 국제공항 명예홍보대사 임명
2001 9월 세계 기능올림픽대회 친선대사 임명
2001 12월 4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특별대표로 임명
2000 11월 14일 프랑스 정부, 예술문학훈장 수여
2000 12월 27일 MBC-TV 명예의 전당 무대예술분야에서 수상
1999 Willie Brown 샌프란시스코 시장, 11월 16일을 앙드레 김의 날로 선포
1997 10월 21일 대통령 문화훈장 수훈(패션디자이너로서 최초)
1996 대한 올림픽 위원회 감사패
1996 이집트 한국대사관 감사패
1995 한국 걸스카웃 본부 감사패
1885 UBRD & IMF 국제회의 위한 의상발표회 후 재무부 장관 감사패
1884 IPU 국제 국회의회 연맹회의 위한 의상발표회 후 대한민국 국회 감사패
1882 이탈리아 Sandro Pertini 대통령, 문화공로 훈장
 
* 저서 

<앙드레 김 My Fantasy>


이 기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2월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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