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시명(天鷄始鳴) // 감지. 니금, 경명주사 / 24 X 40cm
지난 8일 한국일보갤러리에 들어섰더니 마치 닭장에 들어선 느낌이 듭니다. 왜냐면 사방에서 닭들이 삐약삐약 병아리와 함께 행복하게 노닐거나 하늘을 향해 힘차게 울고 있거든요. 설 전에 만난 갤러리의 닭들은 흔히 ‘닭대가리’로 폄하되던 그런 예사 닭들이 아니었습니다. ‘군계일학’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바꾸어 버리는 영물인 닭을 보면 나도 몰래 행복해지고 맙니다.
요즘은 떡국이나 냉면, 만둣국에 보통 쇠고기를 넣지만 꿩고기를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꿩은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듯 닭은 일반 서민들과 함께 해 온 가축입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닭이 예로부터 호랑이와 함께 귀신을 쫓고 복을 부르는(벽사초복) 영물로 여겨져 정초에 대문이나 집안 곳곳에 그려서 붙이던 세화의 하나였다니 또한 이해가 선뜻 안 갑니다. 그건 아마 닭은 다섯 가지 지혜를 갖춘 덕금(德禽)으로 여겨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12지 동물 중 열 번째로 뽑힌 행운을 얻었겠지요.
암흑 속 금빛의 닭 그림 ‘천계시명(天鷄始鳴)’은 제목 그대로 암흑 속에서 광명을 부르는 듯합니다. 감지에 단순하기 그지없는 색상 한 두 가지로 금세라도 홰를 치고 날아갈 것 같은 그림은 아마 우리 민화가 아니면 어느 세계적인 화가도 표현해내기 힘들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