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자전거는 아니지만 눈 쌓인 자전거를 털어 집을 나섰다. 어찌나 자꾸 체인이 벗겨지는지 중간에 버렸으면 더 좋았을뻔 했는데 기어이 끌고 갔다.김규환
그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생전 처음 물도 데우지 않고 다섯 살 아래 동생과 마른 빨랫감과 방망이만 들고 냇가로 나갔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빨랫감을 냇가 찬물에 담갔다 꺼내서 몇 번을 주무르다가 비누를 칠해 방망이질을 했다. 비누도 찬물에서는 풀어지지 않아 거의 칠해지지도 않았다. 마구 두들기면 땟물이 빠지는 줄 알고 힘껏 두들겼다.
"탁탁 턱턱 턱턱턱 푹푹푹!"
얼굴에 비눗물이 툭툭 튀었지만 우린 그렇게 밖에 빨래를 할 줄 몰랐다. 마침 마을 공동우물에서 가장 가까이 사시는 강원도 할머니께서 나와 "에고, 이 불쌍한 것들" 혀를 끌끌 차시며 "야, 이리들 내놔. 니기들이 뭔 빨래를 한다고…. 몹쓸 놈의 인간 이 철부지들은 놔두고 지가 먼저 눈 감고 뒤져?"라고 말씀하시니 더 처량해졌다.
우린 할머니에게 빨랫감을 빼앗기고 멀뚱멀뚱 쳐다보며 덜덜덜 떨고만 있었다. 집안 할머니는 댁으로 들어가셔서 끓는 물을 한 양동이 퍼 와서는 거지꼴이 된 우리 옷에서 나오는 까만 때 국물을 뽑아가며 빨래를 마쳤다.
끙끙 대며 집으로 들고 와서 빨랫줄에 널어놓으니 1시간도 안 되어 물이 빠지다가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빨래 걷는 것도 잊고 밖에 두고 밥을 해먹었다. 다음날 아침에 본 빨래는 동태보다 더 꽁꽁 얼어 뻣뻣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