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아버지 둔 박근혜-문성근의 다른 삶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씨 "박근혜는 영원한 소녀의 부성콤플렉스"

등록 2005.02.16 17:07수정 2005.02.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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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의 두번째 인물평전 <사람 vs 사람> 표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의 두번째 인물평전 <사람 vs 사람> 표지.

심리분석의 잣대로 유명인사들의 인물평을 해온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씨의 두 번째 인물평전이 화제다.

정혜신씨는 <남자 vs 남자>에 이어 박근혜·심은하·김수현 등 '여성'을 분석의 대상에 포함시켜 <사람 vs 사람>이라는 책을 냈다. 속편의 성격이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영화배우 문성근을 '아버지'라는 아이콘을 통해 들여다보았다는 점이다.

살아온 이력은 물론 정치적 입장, 문화적 습속까지 확연히 다른 이 두 사람에 대해 정혜신씨는 "심리적으로 아버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하며 살아왔는가"라는 명제가 그 차이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은 이 글의 제목에 다 나와있다. 정씨는 박근혜-문성근 심리평전의 제목을 "아버지에게 '갇혀' 얻은 힘-아버지를 '열어' 만난 세상"이라고 붙였다.

"박근혜에게 국민은 아버지의 훈육을 받아야 하는 자식"

a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자료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두 인물에 대한 대비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어 더 흥미롭다. 우선 나이. 박근혜 대표는 52년생이고, 문성근씨는 53년생으로 모두 50대 초반이다. 그리고 박 대표는 서강대 70학번이고 문씨는 72학번으로 대학캠퍼스를 공유했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아버지"를 두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18년을 살았고, 문성근씨는 유신독재반대투쟁으로 처음 구속된 이래 11년간을 감옥에서 보낸 문익환 목사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

여기에 '큰 차이'가 있다. 정씨는 "박근혜 대표가 스스로 선택의 의미를 따져볼 능력이 없는 아홉 살 때부터 특별한 아버지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성장했고, 문성근은 자기 판단기준이 어느 정도 정립된 20대 중반부터 특별한 아버지에 대한 부담과 갈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씨는 박 대표에 대해 "영원한 소녀의 부성콤플렉스"라고 규정한 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신화적 부성원형으로서의 박정희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꼿꼿함, 단정함 등의 수사로 표현되는 박 대표 특유의 자기절제력에 대해서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부름'을 받았다고 느끼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극단의 의지를 발휘한다"며 "특수요원 훈련받듯 사는 삶"을 산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부성컴플렉스를 가진 여성들이 "개인적 여성적 삶을 포기하고 외부 세상의 일에 투신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들에게 외부의 세계는 "아버지의 세계이며 유일한 지향점"이기 때문이란다.

또한 아버지 부음 소식에 '삼팔선은 무사한가'라고 답했다거나, IMF 외환위기 당시 '이 나라가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망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에 울음을 쏟았다는 등 박 대표의 끔찍한 나라사랑에 대해 "그녀에게 조국애란 거의 모태신앙과 흡사하다"는 분석을 내린다.

문제는 "박근혜에게 있어 조국은 아버지 박정희를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박 대표가 이회창 총재의 제왕적 총재관을 비판했지만 "지도자 결정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박 대표가 한 기자의 '아버지의 업적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이란 질문에 "근면한 국민성 배양"이라고 답했던 점을 들어 "국민을 자신과 똑같이 아버지의 훈육을 받아야 하는 자식의 입장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대답"이라고 풀이한다.

정씨는 이어 "박근혜는 자신의 신화적 부성상을 사람들이 공유해주기를 원한다"며 박 대표가 1989년 10·26 후 처음으로 언론에 나와 "아버지가 매도당하는 세상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무엇을 얻더라도 저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던 말을 인용했다. (박 대표는 최근 '3공 과거사'에 관한 정치적 압박에 "여러분이 박정희 대통령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끝으로 정씨는 "유권자는 박근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박정희 신화의 살아있는 이미지로 박근혜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박근혜는 언제나 박근혜의 타자"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정씨는 박정희라는 상징적 존재가 아닌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답게 자기 '직업'을 통해 정당한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충고한다.

문성근 "아버지와 나를 섞어 놓지 마라"

a 문익환 목사의 아들 영화배우 문성근씨(자료사진)

문익환 목사의 아들 영화배우 문성근씨(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문성근씨에 대해서는 "감당이 안되는 '버거운' 아버지"를 두었지만, 그래서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겠지만,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원천으로 "거리두기"의 성공이라고 정씨는 평한다.

실제로 문성근씨는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적었다. 문익환 목사는 1976년 59세에 처음 구속된 이래 94년 77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17년 중에서 11년간을 교도소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씨는 의지적으로 아버지를 밀어냈다. 언론의 아버지와의 공통인터뷰 제의에 "아버님은 나와 차원이 다른 분이다, 섞어 놓지 말라"라고 단호히 거절했고, 야한 영화를 찍을 때 "왜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느냐"는 '충고'에 "아버지는 인간 저편에 계신 분"이라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도 문성근씨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인생은 추운 날씨에 발가벗고 동산 위에 서있는 것을 알았다"며 "그런데 내 삶은 뭔가 하고 생각하다보면 한심스러웠다"고 말한다. 그런 '자기혐오'의 과정을 거쳐, 또한 영화배우인지 사회운동가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거쳐 '문익환의 아들'을 벗어날 수 있지 않았겠냐고 정씨는 분석한다.

다음은 정혜신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박근혜-문성근 심리평에 대해 덧붙인 글이다.

"이 글은 작년 7월 박근혜와 문성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해서 쓰여진 글입니다. 지난 3월 23일 그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2위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1965년 박순천 여사 이후 39년만에 주요 정당의 여성 대표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는군요.

같은 날 이 글의 또다른 주인공인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희망돼지 저금통을 무상분배하고 지지서명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원심에서는 일부 무죄판결,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박근혜와 문성근의 삶의 궤적이 참 다르다는 또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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