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감사원 사무총장 후보 '고속승진' 아니다?

[取중眞담] 청와대 이례적 해명...95∼96년 '효산비리' 은폐·조작 개입 의혹

등록 2005.02.17 19:05수정 2005.02.1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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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후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자 등 인사추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오정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이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오 비서관이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것처럼 '고속승진'한 것이 아니고 감사원의 K씨보다 4개월 빨리 승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나중에 K씨와 오 비서관의 승진내역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비교한 수치까지 제시했다.

감사원 K씨보다 '고작' 4개월 빨리 승진했을 뿐이다?

▲오정희 비서관 : 2급 승진 2002년 4월 9일, 1급 승진 2004년 8월 6일 (2급→1급에 2년 4개월)
▲감사원 K씨 : 2급 승진 2002년 4월 9일, 1급 승진 2004년 12월 23일(2급→1급에 2년 8개월)

요컨대 오 비서관은 감사원 K씨보다 '고작' 4개월 빨리 승진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에서 비교의 근거로 든 K씨는 '감사원 감사교육원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해명에는 오류가 있다.

우선 오 비서관은 지난 1973년에 선발한 '감사직 7급 공채 2기' 출신이다. 따라서 오 비서관이 감사원 사무총장직을 맡게 되면 K씨처럼 감사원에 아직도 상당수 건재하는 '감사직 1기' 선배들과 동기들이 한꺼번에 '물'을 먹게 돼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청와대는 오 비서관이 K씨보다 4개월 빨리 1급에 승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엄밀히 비교하면 오 비서관은 이번에 차관급인 사무총장이 되었으나, K씨는 언제 차관급이 될지 모르므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청와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남들은 1계급 승진하는 데도 3년 이상 걸리는데, 오 비서관은 2급 승진(2002년 4월 9일)에서 차관 승진(2005년 2월)까지 2계급 오르는 데 3년이 채 안되었으니 '이례적인 고속승진'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라는 점이 구설에 오르는 것이다.

오 비서관은 감사원 재직 당시 '효산콘도 비리' 은폐·조작 실무책임자라는 의혹


또 청와대측은 오 비서관을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 "7급 공채 출신으로 감사원 직장협의회에서 신망이 좋은 면 등이 인사에 반영된 면이 있다"면서 "업무능력에서 감사원 내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능력과 신망 위주의 인사임을 밝혔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장에게 보낸 '효산비리에 관한 감사원 은폐의혹 해명요구' 질의서에서 오정희 비서관이 지난 95∼96년 당시 현준희 감사관이 '양심선언'으로 폭로한 감사원의 효산콘도 비리 은폐·조작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해 이에 대한 네 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공무원노조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는 감사원장에게 보낸 질의서에서 "상기 4 가지 의혹은 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인 오정희가 (감사원) 5국2과장 재직시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는 바, 사실이라면 범죄혐의자가 대통령 최측근에서 공직기강을 총괄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면서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을 경우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의 발탁 배경과 달리 감사원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 부산상고 후배라는 청와대의 '인사코드' 방침을 떠나서 과연 오 비서관이 청와대가 감사원에 주문하는 '정부 혁신 코드'와 맞는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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