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36회)

등록 2005.02.21 08:51수정 2005.02.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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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길 자세히 보세요."

김 경장은 채유정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넓은 평원 위로 산봉우리들이 솟아나 있잖아요."

"그게 어떻다는 말입니까?"

"저 산들을 자세히 보세요. 좌우로 일정한 열을 맞추어 솟아나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채유정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턱을 내밀고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김 경장은 손가락을 들어 산과 산 사이의 줄에 맞추어 보았다. 곧게 뻗은 오른쪽 검지를 따라 산이 솟아나 있는 것이다. 손가락을 수평으로 세우자 이번에도 그것을 따라 열을 지어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 절묘하지 않나요?"


"저 산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저절로 생겨났다고 보기엔 산과 산사이의 간격과 그 줄이 너무나 일정합니다."


그녀의 이마에 고여 있던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동안 생각에 빠져 있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 왔다.

"가까이 가서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근처에는 중국 공안이 지키고 있습니다."

"최대한 다가가서 산의 모습을 살펴야겠어요."

둘은 불탑에서 내려와 곧장 하산 했다. 평원위로 솟은 산에 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걸어야 했다. 전에 왔던 마을입구에는 역시 공안이 지키고 있었다. 근처에는 송아지만한 개들도 보였다. 공안과 개를 풀어놓을 만큼 지켜야 할 무엇이 있다는 게 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공안이 서 있는 위치를 자세히 보세요. 마치 저들 뒤의 산을 지키려는 것 같지 않아요? 개를 풀어놓은 위치도 모두 산의 입구에 있잖아요."

김 경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러운 그림자의 파문이 그의 창백한 얼굴에 흩어졌다. 입술은 마르고 갈라져 있었다.

둘은 공안이 있는 쪽을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 나왔다. 거기서는 정면이 아니라 산의 각도가 다르게 보였다. 그 산의 모습을 살피고는 한참을 걸어 옆의 산으로 갔다. 거기도 역시 공안과 개가 지키고 서 있었다. 산에 무언가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산의 모습이 모두 똑같은 게 이상해요."

"산의 전체적인 모습이 무언가 특별한 것 같은데요."

둘은 자리를 이리 저리 옮기면서 멀리서 산의 모습을 살폈다. 그러다가 채유정이 아, 하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저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요."

"산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요?"

채유정이 아무런 대답 없이 김 경장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서 저희 집으로 갑시다."

"갑자기 집으로는 왜요?"

"제가 지금 말씀드리면 어떤 편견이 생길 수 있어요. 아무 질문도 하지 마시고 일단 우리 집으로 같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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