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류 해안가의 바위들김준희
한 시간 반 정도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밥 먹을 차례다. 야류해안에서 도로 쪽으로 나오다보면 있는 여러 개의 식당이 있다. 그런데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다. 한군데 문을 연 곳이 있는데 안에서 아주머니가 음식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밖에서 안을 기웃거리자 아주머니가 쳐다본다. 나는 한손으로 안을 가리키면서 다른 손으로는 밥 먹는 시늉을 해보였다. 아주머니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몸짓을 한다. 들어가서 뭔지 모를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나섰다.
그동안 먹어본 대만 음식들의 공통점은 좀 느끼하다는 것, 그리고 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맛은 좋은데 그 향 때문에 알 수 없는 거리낌이 생긴다. 그리고 반찬이 없어서 면 또는 밥만 그냥 먹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식당에서도 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대만 식당에서는 생수를 원래 제공하지 않고 대신에 차를 판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다녔던 식당들은 하나같이 좀 싼 식당들이었으니 그랬는지도 모른다. 좀 고급 식당에 가면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좋은 점도 있다. 어느 식당을 가던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아주 친절하고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말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더라도 소통을 하겠다는 의욕만 있다면 바디랭귀지로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더듬거리는 중국어라도 몇 마디 하고나면 아주 친절하게 맞아준다.
다시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에 도착한 것은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MRT를 타고 신베이터우(新北投)로 향했다. 신베이터우는 타이베이시의 동북쪽에 위치해있는 온천지대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유황온천이 많아서 온천욕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신베이터우 역에서 내려서 지옥곡(地獄谷)으로 향했다. 지옥곡이란 곳은 유황의 냄새와 희뿌연 김이 자욱한 온천이다. 워낙 뜨거운 곳이라서 이곳에 들어갔다가는 튀긴 새우처럼 될 형편이다. 그러니 그냥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다. 어떤 사람들은 주전자에 물을 담아가기도 한다. 이곳은 유황온천으로 만든 삶은 달걀이 명물이라는데 오늘은 달걀을 파는 사람들이 없다. 휴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