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야류 해안가의 기암괴석들

타이베이 여행기 - 마지막

등록 2005.02.28 11:21수정 2005.02.2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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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이베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가보고 싶던 야류(野柳) 해안가에 가는 날이다.

8시에 호텔에서 나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과 보조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섰다. MRT(타이베이의 지하철)를 타고 타이베이 역으로 갔다. 타이베이역 지하 1층에 있는 코인 라커에 50 NT(NT는 대만의 화폐, 1 NT = 35원)에 배낭을 맡기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야류는 대만의 북쪽에 위치한 해안가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 버스표(80 NT)를 사서 시외버스에 탔다. 버스는 천천히 북쪽으로 향했다. 어제 양명산에 갈 때처럼 모든 것들이 비슷했다. 주변의 모습도 비슷하고 주위에서 들리는 어지러운 중국말도 비슷했다. 나의 마음은 편안했지만 날씨는 여전히 안 좋았다.

1시간 반쯤 고속도로를 달려서 야류에 도착했다. 이곳은 자연적인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온갖 기암괴석들이 해안가를 따라서 늘어선 곳이다. 고대 이집트 네페르티티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하는 여왕두(女王頭), 슬리퍼처럼 생긴 바위 등등의 암석들과 멋진 해안선을 가진 유명한 관광지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해안가에 도착하니 안 좋던 날씨가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많은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비 때문에 수평선을 보기가 힘들다. 단수이에서도 비를 맞았는데 왜 하필 해안에 갈 때마다 비가 온단 말인가.

고대 이집트 네페르티티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하는 여왕두(女王頭)
고대 이집트 네페르티티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하는 여왕두(女王頭)김준희
어쩔 수 없이 우산을 쓰고 다니며 해안가를 돌아다녔다. 계란모양의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발밑으로는 화산작용의 결과인지 검붉고 단단한 땅이 깔려있다.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이상한 암석들이 솟아있어서 마치 외계행성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멀리로는 등대 비슷한 것도 보이고 다리도 보인다. 맑은 날 해안선을 따라서 걷거나 앉아서 쉬면 좋을 만한 장소인데 비가 와서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야류 해안가의 바위들
야류 해안가의 바위들김준희
한 시간 반 정도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밥 먹을 차례다. 야류해안에서 도로 쪽으로 나오다보면 있는 여러 개의 식당이 있다. 그런데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다. 한군데 문을 연 곳이 있는데 안에서 아주머니가 음식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밖에서 안을 기웃거리자 아주머니가 쳐다본다. 나는 한손으로 안을 가리키면서 다른 손으로는 밥 먹는 시늉을 해보였다. 아주머니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몸짓을 한다. 들어가서 뭔지 모를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나섰다.


그동안 먹어본 대만 음식들의 공통점은 좀 느끼하다는 것, 그리고 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맛은 좋은데 그 향 때문에 알 수 없는 거리낌이 생긴다. 그리고 반찬이 없어서 면 또는 밥만 그냥 먹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식당에서도 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대만 식당에서는 생수를 원래 제공하지 않고 대신에 차를 판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다녔던 식당들은 하나같이 좀 싼 식당들이었으니 그랬는지도 모른다. 좀 고급 식당에 가면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좋은 점도 있다. 어느 식당을 가던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아주 친절하고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말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더라도 소통을 하겠다는 의욕만 있다면 바디랭귀지로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더듬거리는 중국어라도 몇 마디 하고나면 아주 친절하게 맞아준다.

다시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에 도착한 것은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MRT를 타고 신베이터우(新北投)로 향했다. 신베이터우는 타이베이시의 동북쪽에 위치해있는 온천지대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유황온천이 많아서 온천욕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신베이터우 역에서 내려서 지옥곡(地獄谷)으로 향했다. 지옥곡이란 곳은 유황의 냄새와 희뿌연 김이 자욱한 온천이다. 워낙 뜨거운 곳이라서 이곳에 들어갔다가는 튀긴 새우처럼 될 형편이다. 그러니 그냥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다. 어떤 사람들은 주전자에 물을 담아가기도 한다. 이곳은 유황온천으로 만든 삶은 달걀이 명물이라는데 오늘은 달걀을 파는 사람들이 없다. 휴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

지옥곡(地獄谷)의 모습 1
지옥곡(地獄谷)의 모습 1김준희

지옥곡(地獄谷)의 모습 2
지옥곡(地獄谷)의 모습 2김준희
지옥곡을 구경하고 나서 앞에 있는 상점에 가서 차가운 음료수를 샀다. 뜨거운 유황온천을 둘러보았더니 뱃속까지 뜨거워진 기분이었다. 상점에 있던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Korean? Korean?"

나도 웃으며 말했다.

"워스한궈런.(저는 한국인입니다)"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서툰 한국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나도 한국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곳도 유명한 관광지라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그동안 많이 왔을 것이다. 아저씨는 이곳에 오는 한국인들을 꽤 좋게 보았었나 보다. 돈을 주고 나서 웃으며 인사했다.

"셰셰.(감사합니다)"

지옥곡을 나와서 다시 MRT를 탔다. 이제 마지막으로 백화점에 간다. 타이베이역 맞은 편에 있는 신광싼웨(新光三越) 백화점은 워낙 크고 높아서 젊은 사람들의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대표적인 백화점이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타이베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타이페이의 지하철인 MRT의 내부
타이페이의 지하철인 MRT의 내부김준희
이 백화점은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여러모로 비슷한 것 같다. 물건들을 분류하고 전시해 놓은 것도 비슷하고 점원들의 복장도 비슷하다. 백화점의 지하에는 식당들이 있는 것도 그렇다. 식당가에서 해물이 잔뜩 들어간 면을 먹고 남은 잔돈을 모두 모아서 과일주스를 먹었다. 전망대에 가고 싶어서 전용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더니 오늘은 운행을 하지 않는지 폐쇄되어있다.

신광싼웨(新光三越) 백화점
신광싼웨(新光三越) 백화점김준희
백화점 구경을 끝낸 시간은 저녁 6시 30분. 이제는 공항으로 가야한다. 타이베이역의 코인라커에서 배낭을 찾아서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또 하나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대만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매력적인 곳이다. 볼 것과 먹을거리들이 많고 무엇보다도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이방인이 찾아오기에 좋은 곳이다. 다음에 오게 되면 좀 여유 있는 일정을 만들어서 아리산과 화련(花蓮)을 돌아봐야겠다.

타이페이 역앞의 밤거리
타이페이 역앞의 밤거리김준희
창밖으로는 대만의 밤거리들이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다시 보지 못 할 풍경들이 지나가고 있다. 나의 머리는 온통 여행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모든 것을 잊고 배낭하나만을 매고 세상을 떠돌아다닐 그날을 꿈꾼다.

덧붙이는 글 | 2월6일부터 9일까지 2박 4일간 대만의 타이베이를 여행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2월6일부터 9일까지 2박 4일간 대만의 타이베이를 여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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