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47회)

등록 2005.03.14 10:02수정 2005.03.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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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북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끊어질 듯하다가 이내 이어지고 있었다. 김 경장은 눈을 뜬 채 천장의 사방 연속 무늬를 올려다보며 잠시 어리둥절했다. 미색 커튼이 드리워진 창으로부터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안경을 찾아 쓰고 시계를 보니 새벽 여섯시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굴까, 하면서 일어났다. 쿡쿡 쑤시는 듯한 두통이 일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서야 북소리처럼 들렸던 것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트로 몸을 둘둘 말고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김 경장은 중국말로 "누구요?"라고 물었으나 문 밖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요란하게 문을 두들기는 것이었다. 윗옷을 대충 걸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한 사내가 문을 두들기려고 치켜올렸던 주먹 쥔 손을 천천히 내리면서 입술의 한쪽 끝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뭐요?"

김 경장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양복을 입은 사내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우린 심양시 공안국 소속입니다. 저희와 같이 가주시죠?"

"가다니 어딜 말이오?"


"안영훈 박사를 죽인 범인을 잡았습니다."

"그래요?"


김 경장은 놀란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공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질문이 이어졌다.

"범인은 누구랍니까? 아니 어떻게 잡았답니까?"

하지만 공안은 무뚝뚝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일단 직접 가서 확인하시죠."

할 수 없이 김 경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옷을 마저 입었다. 난데없는 소식에 긴장이 되어서인지 바지를 꿰 입는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서는데 문득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범인을 잡았다면 전화를 알릴 수도 있는 게 아니오? 꼭 이렇게 찾아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워낙 중요한 일이라 제가 직접 찾아온 것입니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 공안이 타고 온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수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차는 곧장 화평구에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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