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엥겔스와 파리의 사회주의자들, 1844년.그린비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유강은 역, 그린비, 2005)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보일(David Boyle)이 <공산당 선언>의 원문과 함께 배경, 영향, 유산 등을 정리하여 2004년에 펴낸 책이다. 보일은 <공산당 선언>의 전후 사정을 아주 간결하고 친절하고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맑스, 엥겔스 혹은 <공산당 선언>을 들어보긴 했으되 어려울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 실린 고병권의 해제 '오늘날의 <공산당 선언>'은 맑스주의가 가질 수 있는 함의가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귀한 글이다.
2003년에 나온 황광우, 장석준의 <레즈를 위하여: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실천문학사) 역시 권할 만하다. 노동운동가 황광우가 <공산당 선언>을 한국 현실과 함께 풀어내는 에세이들은 뜨겁고, <공산당 선언>의 번역 역시 매끄럽다.
2002년에 책세상 문고판으로 나온 이진우 역 <공산당 선언>에는 충분한 역주나 설명이 없어서 맑스를 모르는 이가 처음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대신 이 판에는 <공산당 선언>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을 엥겔스의 교리문답 '공산주의의 원칙'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소련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는 이제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는 듯 야만적 신자유주의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수의 자본가와 그들과 손잡은 권력자, 종교인들이 절대 다수의 민중을 억압하는 소위 20:80의 사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마다 자본가와 국가가 나서서 탄압을 일삼는 사회, 자본주의가 마치 영원불멸의 제도인 양 교육시키고 이것을 부정하면 ‘국가보안법’으로 ‘빨갱이’를 만들어 감옥살이를 시키는 사회 ―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공산당 선언>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는 아니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산당 선언>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구체적인 분석이나 피 끓는 구호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믿음’,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 노동자들이 개, 돼지와도 같은 삶을 살았던 유럽의 현실을 목격한 맑스와 엥겔스는 바로 ‘인간애’와 ‘더 나은 사회’, ‘진정한 자유’와 같은 가치가 실현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바랐던 뜨거운 가슴의 이십대 청년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결”해야 할 “만국의 노동자”는 진정한 자유가 살아 숨쉬는 사회를 바라는 모든 청년, 학생, 노동자, 농민, 민중 전부다. <공산당 선언>을 읽자.
덧붙이는 글 | 문강형준님은 무크지 <모색> 편집위원이고, 홈페이지는 http://blog.naver.com/caujun.do 입니다.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그린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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