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 럼즈펠드가 박근혜에게 건넨 한 장의 사진

등록 2005.03.17 11:16수정 2005.03.17 14:50
0
원고료로 응원
a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 일본과 중국, 남한의 화려한 불빛과는 달리 북한은 평양으로 추측되는 곳에 한 점 불빛을 제외하고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 놓여 있다.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 일본과 중국, 남한의 화려한 불빛과는 달리 북한은 평양으로 추측되는 곳에 한 점 불빛을 제외하고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 놓여 있다. ⓒ DMSP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현지 시간) 오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예정에도 없는 '깜짝 만남'을 가져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국방장관과 한국 야당 대표와의 이례적인 만남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건 럼즈펠드 장관이 박 대표에게 건넸다는 한 장의 사진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대표와 만난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70년대 당시 포드 대통령과 함께 방한했을 때 박정희 대통령과 박 대표를 만났던 것을 회고한 뒤 박 대표를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 자신의 책상 유리 밑에 펼쳐 놓은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등 박 대표를 예우했다고 합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며 "이렇게 드라마틱한 나라가 없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인데 남북으로 체제만 달리해 살고 있는 데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이어 럼즈펠드 장관은 "한 쪽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데, 다른 한 쪽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독재체제"라면서 "남한은 불빛이 환한데 북한은 평양에만 불빛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 뒤 박 대표에게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럼즈펠드 장관이 박 대표에게 건넸다는 야간 위성사진은 지난 2001년 4월 <오마이뉴스>의 민경진 기자가 소개했던, 나사(NASA)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지구의 밤 풍경과 흡사합니다. 당시 민 기자는 '이런 지도 보셨나요?...지구의 밤 풍경'이란 제목으로 야간 위성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아래는 당시 민 기자의 기사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오늘은 지구의 야경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지요. 이 사진은 NASA의 인공위성이 지구 곳곳의 야경을 우주에서 촬영해 컴퓨터로 합성한 보기 드문 세계지도입니다. 지구의 반은 항상 낮이고 나머지 반은 밤이기 때문에 이런 사진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눈에 지구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어 새로운 느낌입니다.

지도 위의 하얀 점으로 나타난 곳이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와 시설이 밀집한 곳들입니다. 선진국의 대도시일수록 점의 밝기와 크기가 크게 나타납니다. 이 사진을 보니 학자들이 지구촌의 경제 격차를 이야기 할 때 왜 '남북 문제'라고 지칭하는지 새삼 실감이 나는군요. 앞선 경제력 덕에 지구의 에너지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 북반구의 부국들은 국토 전체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환한 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드넓은 대륙을 격자형 조명으로 빼곡히 채운 미국의 모습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세계 인구의 4%밖에 되지 않는 미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25%를 차지하게 된 사연이 한 눈에 이해가 되는군요. 반대로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 등 주로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지역은 간간히 반짝이는 불빛 외엔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합니다.


한반도의 남쪽 반절은 일본이나 미국 못지 않게 환한 불빛으로 가득합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의 북쪽 반절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합니다. 평양으로 짐작되는 곳이 흐릿한 불빛 한 점으로 반짝이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구 남반구의 빈국이나 별로 다를 게 없는 모습입니다. 수년에 걸친 경제난에 길거리의 가로등 조차 제대로 켜지 못한다는 우리의 형제 나라 북한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북반구의 선진국을 가득 채운 환한 불빛은 이 지역의 역동적인 경제력을 보여주는 생생한 척도이지만 거꾸로 보면 이들 나라가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하며 환경 오염을 주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저는 지구촌의 에너지 자원을 독식하고 있는 미국의 환한 불빛이 곱게 보이지를 않는군요."



딱 한 점의 불빛만 보이는 북한과 불빛만으로도 영토의 윤곽이 드러나는 남한. 같은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서도 혹자는 기쁨을, 혹자는 슬픔을 느낍니다. 남한의 화려한 불빛과 북한의 칠흑같은 어둠만큼이나 상반된 감정입니다.

a 북반구의 선진국을 가득 채운 환한 불빛은 이 지역의 역동적인 경제력을 보여주는 생생한 척도이지만 거꾸로 보면 이들 나라가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하며 환경 오염을 주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북반구의 선진국을 가득 채운 환한 불빛은 이 지역의 역동적인 경제력을 보여주는 생생한 척도이지만 거꾸로 보면 이들 나라가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하며 환경 오염을 주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 NASA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