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름 뺀 제 이력서, 한번 보실래요?

[제안] '학벌 판단' 이력서를 '능력 판단'으로 바꾸자

등록 2005.03.20 18:47수정 2005.03.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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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출생
1984년 초등학교 졸업
1987년 중학교 졸업
1990년 고등학교(문과) 졸업
1991년 대학교 ○○학과 입학
1994년 단기사병 입대
1996년 단기사병 만기 제대
1997년 대학교 ○○학과 졸업
(이하 중략)
2000년 (주)○○○○○ 대표이사
2005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제 이력서라고 생각하며 한 번 작성해 봤습니다. 어딘가 이상하죠? 아마도 "어, 왜 학교명이 없어? 너 어느 대학교 나왔어?"라고 묻는 분이 계실 겁니다. 초·중·고는 아니더라도 분명 대학 이름은 물을 겁니다. 사람들이 사람을 평가할 때 어느 대학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 이력서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정보만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학력' 측정 가능하죠, 전공과 경력으로 업무 능력 파악할 수 있죠, 병역관계 확인되죠, 뭐 문제될 게 있나요?

대학 졸업 후의 직장과 경력, 상벌 등을 이어서 적는다면 그야말로 능력위주의 이력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력서가 뭐 대단한 거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분명히 기업과 정부, 언론 등 많은 곳에서는 학교 이름 등 개인의 구체적인 사실이 담긴 이력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학교 이름 하나 뺀다고 그 사람의 이력이 달라집니까?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래는 <두산세계대백과>에서 살펴 본 '이력서' 내용입니다.

요약 : 사람의 학력·경력 등을 적은 서류.
본문 : 취직을 위하여 사용되며…(중략)…부모의 성명, 본인의 성명, 호주와의 관계, 생년월일·학력·경력·상벌 등…(중략)…사진 첨부란, 주민등록번호 기입란, 경력에 대한 일자 및 발령처(發令處) 등의 기입란이 있다.


이력서는 학력, 경력, 상벌, 사진, 경력 일자 및 발령처 등을 기재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모두 좋습니다. 단, 여기에서 학교 이름만 빼 봅시다. 이력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합니까? 가만 따져 보면 이상할 것 전혀 없습니다.


이력서에서 학교명을 빼 보자. 꼭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모르더라도 그 사람의 이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력서에서 학교 이름을 삭제하는 것은 학벌과 학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력서에서 학교명을 빼 보자. 꼭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모르더라도 그 사람의 이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력서에서 학교 이름을 삭제하는 것은 학벌과 학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력서에서 요구하는 병역사항. 병역과 육군·해군·공군·기타 구분, 계급 정도만 묻고 있다. 누구도 부대명과 병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력서에서 요구하는 병역사항. 병역과 육군·해군·공군·기타 구분, 계급 정도만 묻고 있다. 누구도 부대명과 병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경우 이력서에 학력과 함께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병역관계입니다. 대부분 육군, 해군, 공군 등의 구분과 함께 기간을 기재합니다. 대부분 기재 내용은 "○○년 ○월 ○일 육군 입대, ○○년 ○월 ○일 육군 만기 제대" 이런 식이죠. 부대명과 병과는 따로 기재하지 않습니다. 좀 특이하다 싶은 군대 이력은 해병대, 특수부대 정도겠죠.

그러나 누구도 부대명과 병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부대명과 병과를 몰라도 그 사람의 병역관계는 파악되고,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으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학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학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전공은 무엇인지 정도만 알 수 있으면 됩니다. 더욱이 요즘 공무원 시험 응시원서와 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서 '학력기재란'이 폐지되는 추세입니다.

그러한 추세를 십분 감안해서라도 이력서에서 학교 이름을 빼는 것은 학벌 타파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학력이 아닌 학교와 학벌로 평가 받는 사회분위기를 능력과 실력으로 평가 받도록 바꾸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력서, 능력위주로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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