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공간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너희는 즐겁니? 우리는 괴롭다

등록 2005.04.07 22:00수정 2005.04.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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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좁은 공간 안에 갇히면 그 심정이 어떨까.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행동반경이 좁다보니 운동량이 부족해 몸은 비대해지고 마음 또한 답답할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성격도 사나워지지 않을까.


예전에는 동물원에서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남편이 옥살이를 했기 때문인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수목원 내에 있는 동물원을 둘러보게 되었다. 좁은 철 그물 망 안에 갇힌 독수리 우리를 들여다봤는데, 파닥거려야 할 독수리들이 다들 얌전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천장이 낮은 공중을 힘없이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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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그런데 어떤 독수리 한 마리는 철 그물 망 사이에 부리를 올려놓은 채 자신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높은 창공을 훨훨 날고 싶은데 사람들의 구경거리 대상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일까?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도 않았다.

외로운 것일까. 아니면 괴로운 것일까. 독수리의 눈빛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구경꾼들을 향해 독수리가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다.

'너희는 즐겁니? 우리는 괴롭다'


독수리 뿐만이 아니다. 다른 동물들의 움직임도 시원찮았다. 울타리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사람들이 주는 과자를 받아먹는 타조와 조랑말, 양도 애처롭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괴롭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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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오로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존재일 뿐이다. 사육사에 의해 정확한 시간에 배급되는 먹이를 먹으며 적당히 길들여져 살아가기 때문에 약육강식의 치열한 동물세계도 없다.


진정 동물들을 사랑한다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한번 유심히 살펴봤으면 한다. 대부분의 동물원이 그러하듯이 사람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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