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협상 아닌 단체고용 보장해야"

집단해고 예고 통보 받은 포항세기 노동자들

등록 2005.04.05 20:48수정 2005.04.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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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집단해고 예고 통보를 받아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주식회사 포항세기 노동자들이 새로운 인수업체인 포텍(대표 김무용)으로부터 완전 고용이 되지 않자 이 회사 노조가 사실상 집단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 포항세기노동조합위원장 권기찬씨. 그는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 뒷 배경에는 노동탄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포항세기노동조합위원장 권기찬씨. 그는 고용 승계가 되지 않는 뒷 배경에는 노동탄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정헌종
지난 1일 포항세기 노동조합위원장 권기찬씨는 “일전에 주장했던 내용대로 지난 2월의 해고예고 통보는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합법적 절차였으며 예상 대로 우리는 거리로 내몰렸다”며 “이것은 포스코의 완전한 노조 말살 정책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권 위원장은 “노동조합원 17명과 관리직 차장 1명 그리고 여사무원 1명을 포함해 19명이 고용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조합원 중심으로 재고용 계약을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포스코와 포텍을 상대로 포항시민주노총협의회와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지는 말에서 “더 이상 우리에게 물러 설 길이 없는데 길거리에서 죽으라면 죽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방구석에서 굶어 죽으나 길거리에서 죽으나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최강의 투쟁 방법을 택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포스코의 에어컨 정비수리업체였던 주식회사 포항세기(현 포텍)는 총46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장 노동자 27명 중 20명이 노동조합원이고, 그 중 3명을 제외한 17명의 노동조합원과 관리직1명 사무직1명을 포함해 총19명이 재고용되지 않은 상태이다.

집회 중인 주식회사 포항세기 노동자들
집회 중인 주식회사 포항세기 노동자들정헌종
이에 대하여 주식회사 포텍의 김무용 대표는, 19명에 대한 고용 배제 이유를 묻는 전화 인터뷰에서 “특별한 이유 보다는 사업을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보아 달라"며 "수 차례 면접을 통해 고용의지를 피력했으나 노조(전 포항세기노동조합)를 중심으로 면접에 응하지 않아 (고용면접에 대해)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입장에서는 면접 과정이 노동 탄압과 노조 무력화를 위한 선별고용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는 질문에 김 대표는 “모두 다 고용하고 싶지만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면접을 하고 고용을 하는 것이 선행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이에 권 위원장은 "회사는 개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선을 통해 면접을 종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개별협상이 아닌 단체 고용보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4년도 단체협약 노동자 측 위원인 저와 다른 두 조합원을 포함 3명에 대해서는 문자메시지는 물론이고 면접이라는 말 한 마디 꺼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라고 항변했다.

주식회사 포항세기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대해 포스코 측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포스코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포텍의 김 대표가 "포항세기와 포텍은 엄연히 다르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회사 인수 후 고용문제가 경영의 첫 번째 중요 문제로 불거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포스코는 세기노동자들을 모두 길거리에 내몰 예정인가?
민주노총 포항시 협의회 성명서 전문

- 포항세기의 집단해고 사태는 포스코 내부의 부패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용역계약을 해지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 포스코와 포텍은 허울뿐인 인수계약을 빌미로 한 노동자 해고, 노동조합 와해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2월 28일 포스코 용역회사인 주식회사 포항세기(이하 포항세기)는‘포스코 측에서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며, 전 직원들에게 해고예고 통보서를 발송했다.

이에 노동조합에서는 포항세기 경영진 비리의 한 축인 포스코 내부 부패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이며, 포스코가 포항세기와의 용역재계약 무산을 이유로 노동조합 와해시킬 목적으로 자행한 부당해고로 규정하고 대응해왔다.

또한, 노동조합은 포스코 내부와 연결된 부패에서 비롯된 경영위기를 규탄하고, 노동조합 와해를 위해 자행된 부당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3월3일부터 매일 아침 항의집회를 진행해 왔으며, 3월15일부터는 포스코 3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전개해 왔다.

우리가 이번 용역계약의 해지 문제에 대해 포스코 내부부패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이라 규정하고, 집단해고에 대해 노동조합 와해의 목적이 분명한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03년 7월 용역계약 관련 금품수수사건이다. 이로 인해 포항세기를 비롯한 몇몇 업체가 재계약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최근 들어 해당 업체의 경영진이 바뀌기도 했다.

우리는 이 사건이 명백히 2003년 7월 당시 포스코 모 부소장이 금품수수의 당사자였고,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이 사건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 사건을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계약 거부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내부 부패 은폐의 수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계약해지의 대상이 되었던 모든 업체에서 고용승계에 대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포항세기 노동자들만 집단해고를 통보한 것은 그동안 포항세기 노동조합의 활동이 포스코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제기 해왔던 것에 대한 보복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포스코 관계자와 지역 관계기관에서 한 목소리로 포항세기 노동조합이 포스코 문제를 집중 제기한 사례를 들면서 고용문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번 포항세기의 집단해고 문제가 단순히 포항세기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포스코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책임을 협력용역에 떠넘기고 있는 단적인 사례일 뿐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 협력용역 노동자를 탄압할 경우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역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포스코에 묻는다. 포스코 내부와 결탁되었던 용역업체 경영진과의 비리 문제를 이유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2005년 3월 31일
민주노총포항시협의회

덧붙이는 글 | 정헌종 기자는 포스코 기계설비부 직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헌종 기자는 포스코 기계설비부 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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