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에 올인할 것"

대전충남-일본 구마모토현 시민단체, 공동으로 주민운동 선언

등록 2005.04.06 09:50수정 2005.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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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1년 상반기,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와 구마모토현민회가 현의회를 방문해 후소샤 발행 역사 공민 왜곡교과서의 불채택을 요청하고 있다.

2001년 상반기,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와 구마모토현민회가 현의회를 방문해 후소샤 발행 역사 공민 왜곡교과서의 불채택을 요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본 구마모토현 지역의 시민단체(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회)는 6일 오전 일본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결과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정부의 교과서 검정결과에 대해 “일본이 과거 저지른 침략과 만행의 역사를 은폐 축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간 것”이라며 “이는 일본의 헌법 개정과 재무장 등 대외 팽창적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 교과서 불채택 주민운동 경험을 살려 한일 시민단체와의 공조를 통해 반드시 왜곡된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현민회(이하 구마모토 현민회) 사무차장인 다나카 노부유키(田中信幸·49)씨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규슈지역에서는 구마모토와 기타큐슈가 ‘새역모’의 주요거점”이라며 “한일 양 지역간 연대를 통해 왜곡 교과서 불채택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각오”라고 말했다.

대전충남과 구마모토 시민단체가 불채택운동에 ‘올인’하는 이유

일본 규슈 남단에 위치한 구마모토현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주도한 낭인 대부분이 파견되고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 역사적으로 한반도 및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를 담당했던 곳. 때문에 우익보수진영의 목소리가 강한 이곳은 지난 2001년에도 후소샤 발행 역사 공민 교과서의 무더기 채택이 유력시되던 곳이었다.

하지만 당시 후소샤판 역사교과서 채택율은 0%. 심지어 교육위원회 등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채택권한을 갖고 있는 사립중학교(7개교)와 대학 부속 중학교, 양호 학교 등에서도 후소샤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 내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은 한일 시민단체의 ‘저인망식 불채택운동’의 결과다.


2001년 초, 대전충남 시민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구마모토 현민회'는 ‘교과서 불채택’을 공동 주요 사업과제로 채택했다.

이어 현민회는 일본내 양심적 세력들과 대응 조직 결성에 나섰다. 현남(懸南) 지역인 구마모토시,야스시로시,기쿠치시에서 대응조직이 만들어졌다. 현북(懸北)지역인 히토요시(人吉),아마크사(天草),미나마타 등지에서도 조직이 결성됐다. 이밖에 일본의 작은 행정단위인 정(町),촌(村) 단위를 대전과 충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단이 직접 돌며 불채택운동에 나선 이유를 호소했다.


구마모토현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충남도도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같은 해 7월 구마모토현의회 자민당 소속 의원이 “충남도가 교과서를 문제 삼는다면 자매결연을 파기해도 좋다”고 하자 충남도가 구마모토 현청에 특사를 보내 이를 엄중히 항의했다.

a 지난 1월,  전교조 충남지부와 구마모토현 역사교사들이 현 지역에서 사용중인 역사교과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전교조 충남지부와 구마모토현 역사교사들이 현 지역에서 사용중인 역사교과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하고 있다. ⓒ 전교조충남지부

충남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일본 교과서왜곡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전과 충남 시민단체는 교과서 왜곡반대 '서명운동'을 벌였고 전교조 충남지부와 대전지부에서는 '교과서 왜곡문제를 놓고 초.중.고에서 공동수업을 벌였다.

실제 왜곡 교과서 불채택 결정 직후 사립학교인 규슈학원과 마리스트학원 관계자 등이 "한국과 평화학습교류를 계속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다", "사회적인 여론과 평가를 고려해 후소샤판의 채택을 피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양 지역 시민단체의 활동이 불채택 결정을 이끌어 내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 왜곡 막다 ‘자매결연’ 인연

양 지역 시민단체는 자매결연을 맺게 된 사정부터 남다르다.

1997년. 구마모토현내 보수우익세력들이 구마모토현 시의회와 현의회에 청원을 제출했다. '지역내 역사교과서에 실려 있는 ‘종군위안부 부분을 삭제하라'는 것이 청원의 요지였다. 청원운동을 벌인 중심세력은 퇴직한 교장들의 모임과 신사(神社)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현교육위원회에도 압력을 가했다.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공동대응을 요청해온 것이 일본 구마모토현내 민간시민단체인 '구마모토 현민회'였다. 당시 구마모토현과 충남도는 16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고 이같은 인연은 양 지역 시민단체가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a "굽은 역사 바로 잡으러 갑니다" 2001년 대전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단이 구마모토현으로 떠나기 앞서 출국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굽은 역사 바로 잡으러 갑니다" 2001년 대전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단이 구마모토현으로 떠나기 앞서 출국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구마모토현 시의회와 현의회에 양 지역 시민단체 이름으로 '군위안부 삭제에 반대'하는 청원서가 제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충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단이 급히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구마모토현의회로 달려갔다.

뜻하지 않은 충남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우익세력이 제출한 군위안부 삭제 청원은 채택되지 않았고 우익세력도 이를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일 양 지역 시민단체는 이날의 작은 승리를 자축하며 민간차원의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이후 구마모토현 현직 역사교사와 청소년 수십여 명이 전교조 충남지부 주관으로 한국 역사수업을 받는 등 교류가 확산됐다. 지금은 충남지역 농민, 교사 단체 등으로 교류 단체가 늘어나고 전쟁반대, 일본 헌법개정 반대 등으로 교류 내용 또한 커졌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이상선 대표는 “일본의 각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한국의 자치단체만도 70여 곳에 이르고 각 지역교육청과 학교별 자매결연의 경우는 숫자 파악조차 되지 않을 만큼 많다”며 “충남과 구마모토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충남시민사회단체와 구마모토 현민회는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검정결과에 따라 양국 지역간 상호 지역순회 방문과 공동 역사 수업 등 교과서 불채택을 위한 세부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책활동에 착수했다.

2001년 일본 구마모토현의 교과서 채택과정과 일정

<2001년>

3월/ 검정결과 따른 견본작성 시작(3월말)
4월/ <채택기간개시>
   -견본발송(1만권/5월중·하순기간)
   -현·선정심의회(選定審議會)개최(제1차 심의, 선정 기준 마련)
   - 각 기초자치단체별 교과서회사에 요청    

5월 상순/-현·선정심의조사원회(개최 4번정도)
    -선정자료의 작성
  하순/ -현·선정심의회(제2차·현(懸)에 답신)

6월 상순/ -현·채택사무설명회(지도·조언)
     - 채택지구별 교육장모임
     - 현·시·정·촌지방의회(地方議會)시작       
중순/ 채택지구협의회(제1차 선정)
  하순/ 교과서도서전시회(10일간)

7월 상순/ 채택협의회조사위원회(조사자료작성)
7월 하순/ 채택 / <구마모토현민회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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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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