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더쥐? 횡단보도 돌려주세요"

[사진] 대구 반월동 사거리 '횡단보도 프로젝트'

등록 2005.04.06 17:05수정 2005.04.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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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식목일 오후 3시. 대구광역시 중앙로 삼성생명빌딩 옆. 지난 3월 18일 지하보도 개통으로 없어진 횡단보도. 최근 폐쇄되었지만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다.

반월당 사거리 파란불 신호에 차는 쌩쌩 달렸지만, 빨간불 신호가 들어오면 그 도로는 텅 비었다. 그러자 20여명 시민들은 손을 들고 그 곳을 건넜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모인 시민들이었다.

허미옥

"횡단보도 프로젝트 1탄" : 보도를 돌려 달라!!

허미옥

그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아기 유모차에 인형을 담아온 사람도 있었고, 자전거를 직접 타거나 인라인으로 넓은 도로를 질주하기도 했다. 아이를 안고 건너는 부부도 있었고, '횡단보도를 돌려달라'며 화관을 쓴 여성도 있었다.

허미옥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지워진 횡단보도를 다시 긋기 시작했다. 잠시 도로를 건너는 시간대에 횡단보도에 선을 그어야 하기 때문에, 작업하는 사람도 힘들었고,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안타까웠다.

허미옥

자전거는 애물단지일까?


도로를 달리지도 못하고, 인도에 세워 둬도 장애물이 된다. 이 행사를 위해 준비된 자전거. '우리는 땅 위를 걷고 싶다'는 알림글을 부착하고 인도 위에 세워진 이 자전거는 인도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를 위해 잠시 도로로 비켜서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해야 했다.

허미옥

도로 위에 낙서. 굳이 죄목을 부여한다면 '경범죄?'.


하지만 그들이 도로 위에 남긴 메시지에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동참하기도 했다.

"우리는 바퀴벌레가 아닙니다."
"우리는 횡단보도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두더지가 아니에요"
"햇볕 받고 걷고 싶어요, 횡단보도를 돌려주세요"

관련
기사
- 반월당 횡단보도 폐쇄, ‘보행권’요구 높아져

덧붙이는 글 |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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