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해변카페’ 아세요?

허경옥-최대식 부부의 아름다운 섬 울릉도 사랑

등록 2005.04.07 18:54수정 2005.04.07 21:26
0
원고료로 응원
식목일 다음날 오후 울릉도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울릉발전연구소 배상용 소장에게 전화를 하니 “하늘이 울릉도를 지켰어. 크게 번지기 전에 불을 잡았어. 대식이 형님도 산불 잡으러 갔다”고 답변이 왔다.

경사가 가파른 울릉도는 산불에 속수무책인 지형이라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산불 잡으러 간 울릉주민 최대식’ 얼굴이 떠오른다. 필자는 3월 말일과 4월 첫날에 최대식(43)씨가 운영하는 울릉도 ‘해변카페’에 갔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좌완 해안도로로 가면 '해변카페'가 있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좌완 해안도로로 가면 '해변카페'가 있다.추연만

부부
부부추연만
도동항에서 좌완 해안도로를 걷다보면, 병풍처럼 펼친 화산암을 배경으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노천에 해변카페가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최대식씨는 직접 잡은 해산물을 메뉴로 올린다. 이를 알고 관광객들이 이 카페를 많이 찾는다.

“돌 문어와 홍합 한 접시 더 주이소. 전복도 한 접시 추가요.”

주문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터진다.

“미안합니다. 전복은 이미 다 팔렸어요.”

최대식씨 아내(허경옥)는 미안하단 말을 즐겁게 반복한다.

“이렇게 장사가 되니 형수는 곧 빌딩 짓겠네.”


후배인 배상용씨 덕담에 최 사장은 빙긋 웃으며 술을 권한다. 오간 술잔과 더불어 해안카페 부부 사는 이야기는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해변카페 최대식 주인장은 문어나 전복, 소라를 직접 채취한다.
해변카페 최대식 주인장은 문어나 전복, 소라를 직접 채취한다.추연만

멍게 홍삼 한치 회(왼쪽) 그리고  6년생 홍합탕
멍게 홍삼 한치 회(왼쪽) 그리고 6년생 홍합탕추연만
잘 나간(?) 젊은 시절과 섬을 떠난 육지생활 얘기는 영화의 한 정면을 연상케 하고 아름다운 섬 울릉도에 정착해 사는 부부의 모습은 드라마 그 자체다. 바다와 같이 커 온 최대식씨는 울릉도 바다를 훤하게 꿰뚫어 전복이 어디에 있으며 고기는 어떤 곳에 사는지를 손바닥 보듯 한다.


그와 바다가 얽힌 애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카페 인근 바위섬에서 파도에 휩쓸려 익사직전에 처한 관광객을 구출한 일과 경찰도 기피한 익사 시체를 건져낸 사건 그리고 도동항 정화에 단골 잠수부로 나선 활동 등.

부창부수란 말이 떠오른다. 해변카페 안주인 허경옥씨도 울릉도 사랑을 실천한 일화로 유명하다. 작년 ‘국립공원반대 군민궐기대회’에 여성으로 유일하게 삭발을 단행한 장본인. 그녀는 그 때를 회상한다.

“울릉도에 시집와 나도 모르게 섬을 사랑했나 봐요. 그러니 머리까지 깎은 거죠. 그런데 눈물은 왜 그렇게 많이 나던지….”

군민궐기대회 그리고 삭발 중인 허경옥씨
군민궐기대회 그리고 삭발 중인 허경옥씨울릉주민 김철환 제공
때늦은 장가를 간 최대식씨는 삭발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그 옆에 있지 못했다. 그는 화장실에 갔으며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올 3월 22일 군민대회에 ‘독도사수’를 혈서로 쓴 최대식씨는 독도의 해산물 채취경험을 밝히며 자신의 꿈을 소개한다.

“독도는 말 그대로 보물입니다. 바다엔 작은 솥뚜껑만한 전복도 있어요. 자연 수족관을 갖춰 울릉도를 더욱 아름다운 섬으로 선뵐까 해요.”

울릉도 도동항
울릉도 도동항추연만

울릉도 성인봉, 아직도 흰 눈이 있다.
울릉도 성인봉, 아직도 흰 눈이 있다.추연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