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휴게소의 친절한 두 아가씨

인간적인 서비스를 받다

등록 2005.04.09 11:29수정 2005.04.1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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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고속도로 휴게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지금의 휴게소가 얼마나 쾌적하고 친절해졌는지.

얼마 전 저는 아주 귀중하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는 언니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옛 지인들과 늦게 까지 어울렸다가 거의 새벽녘이 되어서야 서울을 나섰습니다. 늦은 시각에다 하루의 피곤이 몰려왔지만 다음 날 출근을 위해서는 위험한 귀향을 감행해야 했습니다.


당초에는 동행한 언니와 번갈아 운전을 하기로 했지만 너무 깊이 잠이 들어 깨울 수가 없었습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김천을 향해 내려오던 중이었으니 다행히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시속 110km를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옆에 차라도 지나갈라치면 운전대를 잡은 손에서 땀이 났습니다. 졸다가 화들짝 놀라기를 여러 번 했으니까요.

도저히 안돼서 선산휴게소 표지판이 보이기에 세수라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휴게소에 들어섰습니다. 화장실 앞에 차를 대고 뛰어가서 눈에 물을 묻히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는 다시 차로 왔습니다.

옆에서 잠자던 언니가 그새 깼는지 자신이 운전을 하겠다며 운전석으로 갔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옆으로 이동하기에 전 그냥 바로 조수석에 탔습니다.

그리고는 오랜만의 편함을 맛보며 눈을 감았는데 그것도 잠시, 운전 중 무릎에 얹어놓았던 스카프가 생각났습니다. 아끼는 동생이 사준 스카프여서 늘 소중하게 간직하던 것이었는데 화장실 갈 때 그만 떨어진 모양입니다.

그때부터 잠도 오지 않고 괜한 짜증만 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지점에 언니를 내려주고 집으로 오는 길목에서 혹시나 하고 선산휴게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다행히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전화 받은 아가씨에게 ‘조금 전에 들렀던 운전자인데 휴게소 화장실 앞에 스카프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해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10분 후에 전화하면 확인하고 여부를 말씀드리겠다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습니다.

급한 맘에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스카프를 발견했다며 제 스카프의 색과 생김새를 이야기 하며 맞느냐고 했습니다. 설명만으로도 제 것이 맞았고 저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습니다.


자신을 박혜순씨라고 소개한 그 분은 주소를 알려주면 택배로 붙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공휴일이 끼었으니 수요일쯤에나 들어갈 거 같다는 말과 함께요.

a 택배로 보내온 스카프와 편지 그리고 비타민 레모나

택배로 보내온 스카프와 편지 그리고 비타민 레모나 ⓒ 권미강

그리곤 정확하게 수요일 스카프는 제게 도착했습니다. 그 사실만으로 기뻤는데 택배 봉지를 열자 예쁘게 접은 스카프와 함께 레모나 한 봉지가 붙은 편지가 있었습니다.
스카프를 찾아서 다행이라는 문구와 함께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시가 적힌
편지였습니다. 편지를 쓴 분은 안내사원 김보희씨였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전 그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맘을 전할 수 있는 두 분의 맘을 전해 받았습니다. 그 따뜻한 맘은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인간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a 감동받은 편지 내용입니다.

감동받은 편지 내용입니다. ⓒ 권미강

예전에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더욱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때론 짜증도 나고 엉뚱한 트집으로 인해 맘에 상처도 입을 것입니다. 손님이든 종사자 든 말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말 쾌적하게 시설물을 이용하고 서비스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산휴게소 두 분의 미소와 친절함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면 더욱 그렇겠지요.최혜순, 김보희 두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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