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감독이 쏟아내는 카타르시스와 예술의 퇴행

영화 세계에 대한 비평적 조망 <영화는 어떻게 죽는가>

등록 2005.04.13 17:22수정 2005.04.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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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이나 영화 자체에 무비판적인 권위와 아우라(Aura)를 부여하는 현대적 행태에 대해 반기(反旗)를 드는 책, 바로 김태한의 <영화는 어떻게 죽는가>이다.

a <영화는 어떻게 죽는가>

<영화는 어떻게 죽는가> ⓒ 라이트하우스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이나 영화는 비평의 대상이지 숭배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영화나 예술을 가치의 원천 혹은 초월의 수단으로 여기는 단순한(naive) 낭만주의적 성향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모든 현상이나 사람에 대해 신비한 아우라 내지 카리스마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종교적 성향을 그러한 것들로 쉽게 등가(等價) 시키고 대치 시키려고 하는 인간 본성의 발로라고 하겠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인간 본성은 근래에도 여전히 작용하여 현대인들로 하여금 예술이나 영화를 신화학(神話學)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케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비화된 것들이 개인이나 사회를 장악하면서 그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에게 가해진 모든 비판들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술의 특징을 미적(美的) 자율성으로 보면서 부단히 관습에 대한 반작용을 일으켜 가치 전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절대적인 담론이 우리 사회 내에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기존의 것에 대한 어설픈 반발에 불과한 영화, 자기 욕망의 배출구 기능밖에 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영화들이 '일탈' '가치 전복' '탐색'이라는 신화학적인 용어로 채색되어 기어이 존재해야 할 것들로 둔갑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소위 '저항' '진보' '탈주' '해체'라는 말에 도취된 사람들은 그러한 식의 영화들을 옹호함으로써 자신이 마치 진보적 사고를 하는 진보적인 지식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렇게 스스로의 신화(神話)를 생산하고 비판적 담론에 대해 방어벽을 치는 영화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현재 현대인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영화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광(靈光, Aura)이 만든 신기루를 소비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결국 이 책으로부터 우리는 비판을 받지 않는 예술과 영화는 결국 샤머니즘화(化)되기 쉽고, 그런 영화에서 남는 것이라고는 감독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예술의 퇴행일 뿐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와 감독의 아우라에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취되어 있으면 지나치게 그 대상을 신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경고를 받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어떤 인간적 대상이나 문화물에 대해 찬사 중심의 맹목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한 맹목성을 통해 왜곡된 오류가 양산되고 심각한 역기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게 죽는가? 바로 그와 같은 무비판적 풍토 속에서 그렇게 죽어간다.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명쾌한 메시지이다.

영화는 어떻게 죽는가

김태한 지음,
라이트하우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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