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언론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

[현지 보고] 노 대통령, 57년 국교수립 이후 첫 방문

등록 2005.04.15 05:33수정 2005.04.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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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앙카라의 노무현 대통령 숙소 인근 공사중인 건물을 덮은 현대차의 환영 현수막.
터키 앙카라의 노무현 대통령 숙소 인근 공사중인 건물을 덮은 현대차의 환영 현수막.오마이뉴스 김당
[터키 앙카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7년 국교 수립 이후 48년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14일 저녁 8시(이하 현지시각.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2시)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도착해 간단한 도착행사를 마치고 숙소인 쉐라톤호텔로 향했다.

앙카라에 도착한 노 대통령을 가장 먼저 환영한 것은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세운 환영광고였다. 이전 방문지인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과 LG가 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한 것에 뒤질세라, 현대는 공항에서 앙카라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 곳곳에 환영광고를 내걸었다.

현대-기아차는 노 대통령 숙소인 쉐라톤호텔의 일부 공사중인 건물 외벽을 아예 베를린의 덮개광고를 연상케 하는 환영 현수막으로 덮어버렸다.

숙소 인근 건물 덮은 현대-기아차 환영 현수막

이 나라에서 가장 투자액이 많은 한국기업인 현대-기아차(합작투자 2억 달러)보다 더 열렬하게 노 대통령을 환영한 것은 터키 언론이었다.

최대 일간지인 <휴리엣(Hurriyet)>(14일자)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제목의 한국특집 별지(4개면)를 포함해 무려 15개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1면에 특집안내 기사를 싣고, 11면에는 노 대통령의 서면회견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터키 방문 환영합니다, 48년만의 첫 방문'이라는 제목의 해설기사 등을 비중있게 실었다.

이 신문은 "48년간의 공백 후 한국 대통령의 첫번째 공식방문이 실현됨으로써 양국관계는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자동차 산업 등 이번에 방문할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신규 투자 및 공공투자 증대방안 등에 대해서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특히 이 신문은 별지 특집에서 "한국에서 1천만 명 이상이 운행중인 개인 승용차 중에서 약 70%는 현대-기아그룹의 자동차"라면서 "67년에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현대차는 전세계에서 5만 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현대는 터키에 약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90년도에는 키바르 회사상표로 자동차를 판매하다가 현대자동차 브랜드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확대 서명으로 현대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공략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터키 언론 "터키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터키 최대 일간지 <휴리엣>지의 한국특집 별지 기사.
터키 최대 일간지 <휴리엣>지의 한국특집 별지 기사.
이 신문은 또 "한국경제는 62년도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였던 것이 2003년말에는 1만2646달러에 달했다"면서 "터키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알리 키바르 현대아산(현지 합작법인) 회장의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터키의 이슬람계 권위지로 알려진 <자만(Zaman)>(14일자)은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특별기고문과 함께 '한국 대통령, 첫 터키 방문' 기사 등 3개 기사를 실었다.

반 장관은 기고문에서 "한국민에게 터키는 형제와 같은 나라다"면서 "82년 '에브렌' 대통령과 2004년 '에르도안' 총리 등 터키 정치 지도자들께서 한국을 방문했지만 우리 대통령의 답방은 그간 이루어지지 못해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터키 일간지 <휴리엣>지의 노 대통령 및 권양숙 여사 관련 기사.
터키 일간지 <휴리엣>지의 노 대통령 및 권양숙 여사 관련 기사.
자만지는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참전용사를 파병했던 국가다"고 전제하고,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국가간 의리의 면에서 지난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공식방문은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이어 "현대, 삼성 등 한국기업들이 터키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희망이 약속된 경제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정상회담에서는 터키에 대한 투자와 한국이 짧은 시간에 이룩한 성공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요컨대 터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터키 언론과 국민들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노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크게 환영하면서도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라는 표현으로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터키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현대차의 자동차 합작공장 진출(총합작 2억 불)을 필두로 ▲LG전자의 에어컨 생산 합작투자(5천만 불) ▲만도기계의 자동차용 shock absorber 생산합작투자(1400만 불) ▲한일이화의 자동차 내장제품 생산합작투자(600만 불) ▲CJ(제일제당)의 사료공장 합작투자(400만 불) 등이다.

노 대통령이 터키를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터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지는 결국 이들 기업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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