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칸느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터키 영화 '우작'의 한 장면.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도시 이스탄불, 그곳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빼어난 영상미에 담았다.
터키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터키 방문 마지막날인 17일 오전(현지시각) 이스탄불의 츄라안 궁전(영빈관)에서 이스탄불 영화제에 참석한 우리 영화계 인사들을 접견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숙소인 츄라안 궁전의 시말(Simal) A 룸에서 김동호(69)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공수창(44)·이재용(40) 감독 등과 이스탄불 영화제와 한국 영화에 대해 환담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한국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산업 잘되는데 관심도 많고 기뻐할 일도 많다"면서 "여기 오는데 이스탄불 영화제 하는데 나더러 인사하라고 하는데 영화제에 대통령이 할 얘기가 뭐가 있겠나 싶어서 영화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격려하는 것이 나을까 싶었다"고 초청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김동호 위원장은 "이스탄불 영화제가 금년이 24번째인데 이재용 감독이 이번에 경쟁부분에 처음 초청되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하여간 기쁜 일이다. 영화인들이 장하다"면서 "이스탄불 영화제는 특색이 뭐냐"고 관심을 표시했다.
그러자 김동호 위원장은 "다른 영화제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동유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면서 "특히 이번에 상영된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터키 관객들이 다른 나라 영화보다 한국 영화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고 한국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잘 만드는 줄 몰랐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특히 "이재용 감독이 연출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대해 터키인들의 반응이 좋고, 영화에 나오는 우리의 정원문화 및 전통복장에 대해 대단히 놀라워한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나도 그 영화를 봤다"면서 "전체적인 느낌이 그림 같기도 하고, 이야기같기도 하고, 이전 영화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참석자들이 영화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건의하자 "우리 젊은 영화인들이 더 나은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인프라 마련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스탄불이 도시도 아름답고 역사도 길고 해서 한국과는 먼 거리지만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면서 "곧 직항로가 열리면 (이스탄불이)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이스탄불 직항로 개설에 관심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해외 나가면 한국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 듣고서 깜짝 놀란다"면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실미도' 얘기하고, 중국 외상도 전에 중국 갔더니 일부러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왔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자 김동호 위원장은 "'엽기적인 그녀'가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