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중학교 교사 "편의점 사건, 언론에 보고안하면 은폐?"

등록 2005.04.22 10:33수정 2005.04.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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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수원에서 발생한 '편의점 사건'과 관련해 익명의 K중학교 교사가 21일 오후 이번 사건의 경과와 이후 처리과정을 설명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건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이 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경기도경 '편의점 사건' 수사하지 않기로

경기도교육청과 경찰이 K중학교 학생들의 편의점 절도사건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22일 K중학교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사건을 어린 학생들의 우발적인 실수로 판단하고 학교에 계도를 촉구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도 교육청도 21일 학교측이 그동안 학생들에게 내린 징계조치에 대한 감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과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 학교의 한 교직원은 "<조선일보>에 처음 기사가 나간 후 일부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감옥에 가야하냐'고 문의전화를 걸어왔다. 네티즌들의 비난의견 폭주로 학교 홈페이지가 일시 폐쇄되고 수업 분위기가 가라앉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며 "<조선> 보도에 항의하는 뜻으로 학교에서 <조선> 구독을 끊기로 했고, 일부 학부모들도 이에 동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22일자에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 "반성하고 있으니 이제는 학교와 가정에 맡겨줬으면 좋겠다"는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반응을 전했다. / 손병관 기자
4월 21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해명입니다.

사실이 많이 왜곡되어 눈덩이처럼 커지는 현실에서 해당학교 교사의 한 사람으로 비참한 생각마저 듭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신속하게 마무리지은 것인데. 이제 경찰에 제자를 고발해야 될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옵니다.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하루지만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던 것이 오히려 원망스럽습니다.

1. 편의점 습격사건?

청소년기 학생들의 우발적 사건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근거는 첫째, 가담자가 죄질이 나쁜 학생이 아니라, 평소 착한 학생들이었다.
둘째, 작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일일문화체험을 실시했고, 이런 일은 없었다.
셋째, 근처 대형 편의점이 하나였고 학생들은 1600여명이었다.
넷째, 조사과정에서 드러났지만, 많은 학생들이 계산을 못하고 밀려나왔고, 그대로 물건을 갖고 온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말하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다섯째, 사건진술과정에서 대부분 껌과 사탕, 우유류 등이 90%였고 헤어젤 등은 극소수였다.
여섯째, 벌점10점을 받은 학생들 중 상당수는 양심의 가책으로 절도 후 바로 몰래 갔다 놓았거나 행사 후 야단을 들어가며 돌려줬다. 일부는 모르고 장물(껌, 사탕류)을 나눠먹었다.

그러므로, 편의점 습격사건이란 신문기사의 제호는 부당하다. 이는 단순히 기사거리로 희화화할 목적으로 '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영화제목을 빌려 온 것인데, 계획적이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은 중학생 청소년들의 인격을 모독한 제목이다.


관련
기사
- <조선>이 부풀린 '중학생 편의점 습격사건'

2. 선생들은 뭐하고 있었나?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근거는 첫째, 급식(2300원) 배식 관리와 안전지도, 청소지도 등으로 점심시간의 절반을 학생들과 함께 있었다.
둘째, 출장비를 각출해 구입한 김밥(2000원)을 먹기 시작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셋째, 학생들이 급식으로 배가 안 찼다고 사먹으러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담임교사들은 작년과 같았기에 "차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을 뿐이다.
넷째, 식사후 주변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이때 피해업체에서 연락이 와 비상회의를 가졌다.

그러므로 선생님들을 탓하기 이전에 어쩔 수 없었던 당시 상황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인 매도는 교육자란 자부심 하나로 고된 길을 걷고 있는 선생님들의 사기를 저하함은 물론, 사명감 하나로 동분서주하는 교사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3. 은폐의혹?

은폐가 아니라 잘 합의되어 종결된 사건이다.

근거는 첫째, 사건접수 직후 교장 및 교감, 학생부장이 피해업체를 방문 실태조사를 했고, 전액변상을 합의했다. 피해업체도 자신들의 실수(계산 불능 상황에서 계속 영업한 것)를 인정하고 합의에 응했다.
둘째, 오후 행사 진행 내내, 소지품 검사 및 주변 은닉장소 검사를 통해 증거품을 확보하고, 학생들의 진술을 받았다.
셋째, 행사 후 자진자수하는 학생들에게 중한 처벌을 면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수한 300명의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왔다.
넷째, 자수한 학생 300여 명은 직접·간접 가담자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돌려준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섯째, 학교에서는 담임 주관 하에 학생들의 진술서를 받고, 학부모를 소환했다.
여섯째, 교직원 회의를 거치고, 학생·학부모·교직원 합의하에 중한 처벌 대신, 벌점 10점과 피해액 ‘n분의 1’변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일곱째, 피해업체가 재고정리를 해놓지 않은 관계로 피해액을 정확히 산출하지 못해, 시일이 조금 지체되었지만, 전액 변상 처리하였다.
여덟째, 피해업체의 점장 개인신상에 해가 가지 않도록 교직원일동이 서명날인한 진정서까지 제출하고, 사건은 깨끗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 잠시의 실수를 갖고 교육적 차원에서 처리한 것이지, 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학부모 300명을 소환하고 교직원회의에 부치고, 전교생에게 자숙하라고 방송하는 것이 은폐인가? 또한 잘 합의되어 아이들의 인격, 학부모들의 인격, 교사들의 인격을 존중해 언론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은폐인가?

4. 사후조치

상벌점제에 의해, 벌점 15점이 초과된 학생들은 방과후 1주일간 사랑의 인성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벌점 10점받은 사건관련 학생들을 구제하고자 일일 교내외봉사를 시키고 있다. 해당 학생 및 자수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 학년별 담임별 해당교사들의 고민이 많았지만, 사건의 발단이 지극히 충동적이고, 유혹적인 상황임을 감안해 극한 처벌보단 상담과 훈계, 청소봉사 등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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