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77회)

등록 2005.04.26 10:39수정 2005.04.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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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돼요."

그러고는 피라미드 쪽을 향해 내처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몸을 바짝 낮추고 기어가다 시피 했다. 다행히 공안은 모두 소리가 난 쪽으로 향한 듯 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타고 온 차를 발견하면 자신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란 걸 쉽게 알아챌 것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자 김 경장은 낮추었던 몸을 일으켜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불탑 위에서 주위의 피라미드 배치를 유심히 살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목표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거의 앞에 다다랐을 때쯤 뒤에서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얼른 몸을 숙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의 시커먼 물체는 채유정이었다. 그녀가 곧장 김 경장을 따라온 것이다.

"맙소사!"

채유정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김 경장 앞으로 바투 다가왔다.

"왜 따라온 거예요?"

"저도 따라 갈 것이라 했잖아요."


김 경장은 입술을 세게 감쳐물었다. 그동안 차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가 멈추었다. 그들이 차를 발견한 것이다. 조만간 이쪽으로 다시 몰려 올 것이다.

"시간이 없어요."


채유정이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할 수 없이 김 경장도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둘은 불탑 위에서 보아두었던 피라미드 앞에 멈추어 섰다. 위를 올려다보자 족히 50미터가 넘어 보이는 작은 언덕이 보였다. 전체적인 모양은 둥근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덮고 있는 흙더미와 풀을 벗겨내면 삼각형 모양으로 쌓아놓은 돌이 보일 것이다.

"여기가 그 유물이 있는 곳이라 말이죠?"

김 경장이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그는 완전히 확신하고 있지는 못했다. 모든 것이 자신이 추리해 낸 것으로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둘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는 얼른 위로 올라갔다. 높게 자란 풀들이 뒤엉켜 있어 다리가 자꾸 걸리며 미끄러지곤 했다. 중간 중간에 솟은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올랐다. 급히 오르느라 숨이 벅찼다. 진한 풀 냄새가 한 호흡 가득 밀려들었다. 올라가면서 발걸음으로 길이를 재었다. 꼭대기까지는 100보 가량 되었다.

"여기서 30보를 더 내려가면 되겠네요."

김 경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려갔다. 피라미드 전체 높이의 10분의 7지점에 선 것이다. 고구려의 장군총에는 이 부근에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있었다. 만약 그 장군총이 여기 피라미드를 모형으로 삼았다면, 여기도 필시 그 부근에 입구가 있을 것이다.

둘은 양옆으로 갈라져 풀과 칡넝쿨이 뒤엉킨 흙바닥을 더듬었다. 하지만 별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흙바닥을 한참동안 살피던 채유정이 문득 가늘게 소리쳤다.

"여기예요!"

김 경장이 얼른 달려갔다. 그가 손을 더듬어 만지자 직사각형의 한 모서리가 만져졌다. 돌로 만든 피라미드의 한 부분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는 얼른 가방에서 작은 삽을 꺼내들었다. 그것으로 모서리 부근을 파헤쳤다. 그러자 좁은 공간이 나타나며 안쪽이 비어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안쪽에는 여전히 돌로 막혀 있었다.

"어떡하죠?"

채유정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자 김 경장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발로 힘껏 그 돌 벽을 찼다. 돌 벽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았다.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빈 공간으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분명했다.

돌 벽은 두껍지는 않았지만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다. 몇 번이나 발로 찼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더 세게 차고 싶지만 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아 그러지도 못했다.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 곧 공안들이 몰려올 것이다.

김 경장이 잠시 동안 맥을 놓고 있는 사이 채유정이 작은 괭이를 들고 그 입구 위쪽을 흙을 파내고 있었다. 흙더미를 걷어내자 북극의 이글루 입구같이 한 사람정도 들어갈 입구가 더 선명히 보였다. 그녀는 돌 벽으로 막힌 위 부분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힘껏 발을 굴렸다. 그러자 돌 벽이 가늘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제가 위에서 구르는 사이에 돌 벽을 발로 차세요."
"알았어요."

채유정은 정확히 돌 벽 위에 올라선 채 힘껏 위로 도약했다. 그녀가 바닥에 착지하는 동시에 김 경장이 힘껏 그 벽을 찼다. 그러자 작은 돌 벽이 무너지며 안쪽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입구가 열렸어요."

채유정이 얼른 내려와 안을 들여다보았다. 시커먼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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