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본사-강릉MBC 갈등 왜 시작됐나

2대주주 최돈웅 전 의원 사장교체 반대... 주주에 8억원 배당

등록 2005.04.27 19:03수정 2005.04.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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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교체를 둘러싼 강릉MBC와 MBC 본사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거진 김영일 사장의 안마시술소 법인카드 사용 폭로로 앞으로 사태해결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릉MBC와 MBC 본사의 갈등은 지난 3월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 본사는 '최문순호' 출범 직후인 지난 7일 18개사 지역국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강릉MBC에 대해서는 조승필(49) MBC 감사부 위원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2대 주주 최돈웅 전 의원, 사장 교체 요구 거부

그러나 10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강릉MBC 주주총회는 2대 주주인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측 반발로 연기됐다. 명목상 주주총회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김영일 사장을 교체하려는 본사 요구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MBC 지분은 본사가 51%를, 최돈웅 전 의원이 49%를 갖고 있다.

김 사장은 이미 지방계열사 사장단 교체 과정에서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애초 예정된 주주총회가 최돈웅 전 의원의 문제제기로 무산되자 진의가 아니었다며 곧바로 사퇴를 번복, 지금까지 사장직을 고수하고 있다.

본사와 강릉MBC의 대립이 장기화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강릉지부는 3월 28일 총회를 열고 치열한 논의와 찬반투표를 거쳐 김영일 사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MBC본부도 지난 11일 "소주주 힘에 기대 '생명연장'을 꿈꾸는 김 사장의 호가호위가 사태본질"이라며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강릉MBC는 지난 12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사장선임 문제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1대 주주인 MBC 본사가 불참한 데다가 2대주주 최돈웅 전 의원과 김 사장측에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사장은 남은 임기 2년을 자동으로 보장받게 됐다. 강릉MBC 이사회(4월 1일 기준)는 김 사장과 최돈웅 전 의원, 이병균 전 강릉MBC 총무부장, 한귀현 전 MBC 정책기획실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릉MBC, 본사 빠진 주총에서 김영일 사장 유임 결정

그러자 MBC 본사는 지난 18일 강릉MBC에 공문을 보내 "더 이상 강릉MBC에 대한 경영참여가 불가능하게 됐고 MBC 네트워크 경쟁력 회복 노력도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일부터 프로그램 공급을 제외한 기존 협력관계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MBC 본사는 강릉MBC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의 85%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2004년 5월 체결된 ‘MBC 방송네트워크 협정’도 오는 29일부터 해지하겠다는 초강경 카드도 꺼내들었다. 더불어 프로그램 공급중단 검토, 강릉MBC 취재권역에 다른 계열사 취재인력 배치, 지상파DMB 등 신규사업 배제 등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강릉MBC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맞서 양측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2년 단위로 갱신하는 MBC 방송네트워크 협정을 1년만에 일방 해지하는 것은 불공정거래행위로써 위법이라는 게 강릉MBC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강릉MBC는 방송문화진흥회와 방송위원회에 본사 조처의 적법성 여부 문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MBC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20일 조흔구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강릉MBC에 대한 사형선고이자 점령군 이상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권한남용"이라며 최문순 사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조 비대위는 당일 "한나라당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노조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강릉MBC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주체는 김영일 사장과 최돈웅 주주이며 이들이 자신의 이권을 위해 구성원들의 대의를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릉MBC, 주주배당금 8억으로 대폭 인상
통상 2억원... 노조 "사장유임에 대한 보답"

강릉MBC가 지난 4월 12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배당금을 8억원으로 대폭 인상한 점도 구설을 낳고 있다. 통상 2억원대였던 주주배당감을 1대 주주가 참여하지도 않은 주주총회에서 4배나 많은 금액으로 올려 확정, 처리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김 사장이 자신의 유임을 지지해준 2대주주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안겨줌으로써 충성을 다한 것"이라며 "사원 임금동결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절감한 인건비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강릉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자료에서 "반쪽 주총 전날 1분기 실적이 16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공지됐다"면서 "사원이 회사 미래를 우려하고 있던 때 대표이사는 자신의 안위와 연관된 소주주에게 예년 3배 이상의 배당금을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강릉MBC측은 이와 관련, "배당금이 최돈웅 전 의원에게 모두 가는 게 아니라 소유지분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고 밝혔다. 소유지분 비율로 하면 MBC는 4억800만원, 최돈웅 전 의원은 3억 8200만원의 배당금을 갖게 된다.

한편 강릉MBC가 지난 3월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 '이익잉여금 처분계산'(3월 8일 확정)을 보면 지난해(1.1∼12.31) 결산에 대한 올해 주주배당금은 애초 2억 752만원으로 산정됐다. 또 지지난해 결산에 대한 지난해 주주배당금은 2억 3152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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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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