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MBC 노조 시위로 얼룩진 여자축구대회

노조원들, 15일 개막식 도중 산발적 시위

등록 2005.06.16 09:20수정 2005.06.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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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MBC가 주최하는 '2005 청학기 전국여자축구대회' 개막식이 노조원들의 시위로 얼룩졌다.

15일 오전 9시 20분 강릉종합경기장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도중 강릉MBC 김영일 사장이 대회사를 하는 순간 강릉MBC 노조원 4~5명이 본부석 앞 운동장에 뛰어나가 '김영일퇴진만이 MBC 살길이다'라고 쓰인 소형 플래카드를 펼쳤다.

a 15일 청학기 전국여자축구대회 개막식 도중 강릉MBC 노조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여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15일 청학기 전국여자축구대회 개막식 도중 강릉MBC 노조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여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 최백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는 순간 또 다른 노조원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를 크게 외치는 등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또 본부석 2층에서는 '강릉MBC 김영일 사장은 반드시 퇴진해야 합니다'는 유인물을 대회사를 하는 김 사장의 머리 위로 뿌려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a 노조원들이 경찰의 저지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경찰의 저지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 최백순

이와 함께 노조원 4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등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돼 대회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김영일 사장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연설을 끝까지 이어갔으나 응원하러 나왔던 여고생들의 놀란 함성에 묻혀 버렸다.

a 김영일 사장이 개회사를 하는 도중 본부석 2층에서 유인물이 뿌려지고 있다.

김영일 사장이 개회사를 하는 도중 본부석 2층에서 유인물이 뿌려지고 있다. ⓒ 최백순

개막식이 끝나고 첫 경기 후반전에도 스탠드에서 플래카드를 이용한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또 경기장 주 출입구에서는 플래카드, 피켓, 확성기를 이용한 노조원들의 시위가 계속 이어졌다.


a 노조원들이 경찰의 시위 저지에 항의하면서 김영일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원들이 경찰의 시위 저지에 항의하면서 김영일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최백순

한편 이에 앞서 김영일 사장이 대회장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회사측이 고용한 사설 경비업체직원들과 노조원들 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본부석에는 20여명의 경비업체직원들이 출구와 본부석 주변에서 출입자들을 제지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a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이 우승기를 반납하려고 본부석을 오르는 선수마저 제지하고 있다.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이 우승기를 반납하려고 본부석을 오르는 선수마저 제지하고 있다. ⓒ 최백순

이날 경기장을 찾았던 박아무개(37·강릉시 교동)씨는 "주최하는 방송사의 내부 갈등으로 스포츠 정신이 훼손된 것 같아 아쉽다"면서 "참가선수와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게 돼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신종엽 강릉MBC노조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노조측에서 이번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김영일 사장은 회사 대표로 나서지 말아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부도덕한 사람이 대회의 장을 맡아 청소년 앞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a 노조원들이 경기장 주출입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경기장 주출입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최백순

이에 대해 이병균 강릉MBC 사외이사는 "회사의 문제가 사내에서 사외로 확대되는 등 심각해지고 있어 법률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를 위해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서로를 적대시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청학기 전국여자축구대회는 국내 최초의 여자축구 대회로 14년째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중등부 9개팀과 고등부 13개팀, 대학부 4개팀이 참가했다. 그러나 MBC본사와 네트워크협정이 폐지됨에 따라 전국 규모로 방송되던 결승전이 강원도 영동지역에만 방송되게 됐다.

한편 노조원 33명은 자신들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개막식이 열리는 15일자로 휴가원을 제출했으나 모두 반려됐다.

덧붙이는 글 | 영동매거진(http://www.ydmagazine.com)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영동매거진(http://www.ydmagazine.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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