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추위가 심상찮다" 검찰수뇌부 '초비상'

27일 수도권지역 검사장 긴급 대책회의... 청와대 등 압박용?

등록 2005.04.27 20:44수정 2005.04.27 22:32
0
원고료로 응원
a 김종빈 검찰총장은 27일 오전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을 긴급 소집, 사개추위 논의안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 4일 취임식 때의 김 총장 모습.

김종빈 검찰총장은 27일 오전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을 긴급 소집, 사개추위 논의안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 4일 취임식 때의 김 총장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국민의 사법참여 및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김종빈 검찰총장은 27일 오전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을 긴급 소집, 수뇌부 대책회의를 가졌다. 김 총장 주재로 2시간 넘게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안대희 서울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도권 지역 검사장과 대검 간부 전원이 참석했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비상 사태'에 돌입한 검찰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급해진 검찰, 서둘러 수뇌부 긴급 대책회의

검찰 수뇌부가 이처럼 서둘러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은 사개추위에서 논의중인 형사공판제도가 피고인 방어권은 강화하지만 검찰조직의 힘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사개추위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과 검사를 대등한 당사자로 보는 '대등 당사자주의', 조서가 아닌 법정 증언을 근거로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구두변론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를 기초로 논의해왔다.

특히 사개추위는 지난 15일 '국민의 사법참여' 공청회를 통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는 피고인 동의없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피고인이 공판 전 수사서류 열람을 신청할 경우 검찰이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면 증거로 쓸 수 없고 ▲검찰의 피고인 신문 폐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사개추위 논의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5월중 법안을 결론내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개추위 최종안에 이같은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찬우 대검 홍보담당관은 검찰 수뇌부의 긴급회의 내용에 대해 "그동안 사개추위 논의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이번에 쟁점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회동했다"며 "당장 어떤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종빈 검찰총장도 이날 출근길에 "현재 사개추위가 검토하는 방안대로 간다면 현행 (형사) 소송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장은 "검찰도 꾸준히 공판중심주의를 대비해 왔지만 사개추위 논의가 생각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우선 검찰 내부적으로 사정을 알리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김종빈 총장 "사개추위 논의가 생각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a 지난 4일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간부들이 취임사를 듣고 있다. 취임식이 열린 대검찰청 대회의실에는 역대 검찰총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지난 4일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간부들이 취임사를 듣고 있다. 취임식이 열린 대검찰청 대회의실에는 역대 검찰총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러나 이날 긴급회의 목적에 대해 단순히 내부 위기감 공유를 넘어 사개추위 개혁안 반대의지를 청와대 등에 강하게 피력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개추위가 추진중인 방안이 검찰의 존립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고 있다"며 "사개추위의 형사재판 개혁논의는 검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다루고 있어 검찰로서는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립,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도 겹쳐 있어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검찰은 검사장들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사개추위에 검찰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전방위 활동을 벌이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검찰은 오는 30일 열리는 사개추위 내부 토론회에서 사개추위 논의안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개추위는 내부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방안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 법률안을 준비한 뒤 다음달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와 16일 장관급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낼 예정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