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부는 이생강 명인신붕민예
"나이 지긋한 연주자는 돗자리 위에 좌정하고, 취공에 혼을 불어넣었다. 주위에 산재해 있던 빛은 한 곳으로 모이고, 고요가 꿈틀대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끓는 소리가 남의 애간장을 다 녹이다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객석에는 사람이 없는 듯 여겨졌다."
수필가 강운정씨는 '그래 우리가 진정 사랑한다면'이란 책에서 이생강 선생의 연주를 이렇게 그려낸다.
우리말로 '젓대'인 대금의 한국 최고 명인으로 꼽히는 죽향(竹鄕) 이생강(68·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선생이 대나무소리 60돌을 맞았다. 그 60돌을 맞아 신나라(회장 김기순)에서 '이생강의 음악인생 60주년 기념앨범 - 죽향(竹香)'이란 기념음반이 나왔다.
그는 '퓨전국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의 원조로 불린다. 보수적인 국악의 풍토 속에서 눈총을 받아가며, 60년대 말부터 대금과 서양악기와의 협연은 물론 대금을 이용한 가요, 팝, 재즈 연주를 시도했고, 이렇게 만든 크로스오버 음반도 수십여 종이나 된다.
국악기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를 따라 5살 때부터 피리, 단소 등을 접하기 시작한 그는 대금명인 한주환에게서 대금을 전수받는다. 각고의 노력 끝에 대금 연주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196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 멕시코 등 세계 각국에 우리의 음악을 전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폐회식에서 대금독주를 했고, 1996년엔 중요무형문화제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이번 음반은 국악 관악기를 총동원한 독주집으로 대금산조와 피리산조를 담은 것과 퉁소산조, 소금독주, 단소산조, 태평소독주를 담은 것 2장으로 나눠 냈다.
첫째장 이생강의 대금산조에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동살푸리/휘모리가 이생강류 피리산조에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가 있다. 둘째장에는 이생강류 퉁소산조의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가 소금독주에는 긴 아리랑, 이별가, 상주함창(연밥 따는 노래), 한오백년, 정선아리랑이 이생강류 단소산조에는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가 태평소 독주에는 태평소 능게, 태평소 시나위가 실려 있다.